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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케이블TV의 다양성에 대한 생각
    미디어/담론 2012. 12. 15. 09:00

    고동완(kdw1412@nate.com)

     다양성의 확대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단순 파이의 확대를 의미하는 것일까, 아니면 시청권 스펙트럼의 확대를 의미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케이블TV의 출범은 미디어의 다양성을 얼마만큼 확대시켰단 말인가. 그리고 지금의 케이블TV는 얼마만큼 미디어 생태계의 다양성 확대에 기여했고, 다양성의 확대는 현재진행형인 사안인가? 사실 케이블TV가 미디어의 다양성을 촉진시켰음에 부인하기란 어렵다. 그러나 지금, 현재, 케이블TV는 미디어의 다양성을 재촉시키는가? 아니면 다양성 보단 안정을 추구하며 현재 위치에 안주하려고 하는가?

     

     케이블TV는 이미 본 블로그에서도 게임방송에 대하여 언급했듯이, 초창기 24시간 뉴스, 만화, 음악, 게임 등 여러 장르를 방송과 결합시키면서 미디어 창조의 선두주자였다. 중반기에 이르자 유력 대기업들과 공중파 방송사들이 케이블 시장에 적극 참여하면서 외연상의 파이는 급속도로 확대된다. 그리고 한 때 장르 확대에 치중했던 초창기와 달리, 중반기엔 신장르를 송출하는 방송의 내실 안정화와 신유형의 프로그램 발굴에 초점을 맞추면서 외형, 내실의 확대를 이루어냈다. 장르와 자본의 확대는 채널의 확대로 이어졌고, 곧이어 가입자의 증가와 함께 지방 SO의 세 역시 확장되었다.

     

     미디어 외연, 다양성 확대에 케이블TV의 기여가 절대적임을 인정하고,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케이블TV가 현재 그리고 향후 미디어 다양성에 얼마만큼 기여할 수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여기서 언급하는 다양성이란 시청할 수 있는 채널의 증가나 이용자의 확대, 혹은 프로그램 수의 급증을 의미하지 않는다. 창의성이 도입된 프로그램의 발굴 여부, 신장르 개척, 신유형의 채널 설립 등이 다양성으로 간주한다는 것을 미리 밝혀둔다.

     

     

     현재 케이블TV 채널 시장 구조는 대기업 자본과 공중파 자본, 그리고 공기업 자본의 삼파전으로 칭할 수 있다. 대기업 자본은 여러 개의 채널을 보유, 미디어그룹을 조직하고 있으며 공중파 자본은 공중파 프로그램을 재탕, 삼탕하거나 공중파의 보조 형태로 채널을 운영하는 경우가 다수이며, 공기업 자본은 공익 채널 또는 채널 재정상의 위기 극복 과정에서 참여하게 된 채널을 운영하는 경우가 있다.

     

     먼저 대기업 자본이 이끌고 있는 미디어그룹은 서로 다른 유형의 채널을 보유함에도 불구, 각기 채널의 프로그램들을 그룹 하에 다른 채널에 로테이트 편성을 하면서 채널 프로그램 다양성에 심각한 위협을 끼치기도 한다. 심지어 한 채널의 생중계를 그룹의 모든 채널을 동원, 중계하는 경우도 있다. 로테이트 편성과 이러한 생중계 방식은 각기 채널의 자체 편성과 제작 비율을 줄임으로써 다양성의 확대 보다는 채널의 안정을 추구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또한 동일 유형의 채널을 2개 이상 보유하는 경우, 두 채널의 프로그램을 공유함으로써 채널 자체 제작 비율을 낮추기도 한다.

     

     공중파 자본은 드라마, 스포츠, 음악 장르 채널을 개척하면서 공중파 소유 컨텐츠를 집중적으로 공급하였다. 이는 공중파 컨텐츠의 재송출에 불과한 것이며, 이러한 채널 개국은 미디어 다양성의 기여보다는 채널 확대를 통한 새로운 광고 수주를 노리는 것으로 이해해볼 수 있다. 하지만 공중파 자본은 컨텐츠의 재송출로 걷어들인 이익을 골프, 증권 채널 투자와 새로운 프로그램의 발굴, 투자로 미디어 다양성 확대에 어느정도 기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논의의 핵심은 향후 이러한 케이블TV가 미디어 다양성을 어느 정도 확대시키느냐의 여부일 것이다. 미리 밝힐 것은 자체 제작 비율을 높인다고 해서 다양성을 확대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동일한 포맷, 동일한 유형의 프로그램을 답습하는 것이라면 자체 제작과 다양성의 관계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외화 수입 프로그램도 적용되는 사안이다. 그러나 로테이트 편성과 같은, 채널의 한정된 시간 안에 자체 편성의 비율이 줄어든다는 것은 케이블TV 이용자의 프로그램 접근 다양성을 줄게 하는 영향을 가져온다. 이는 한 자본 하에 여러 채널이 묶음으로 구성될 때 두드러지는 것으로서, 다양성 확대를 주문하기 위해선 경쟁 컨텐츠를 소유한 채널을 가진 또 다른 자본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종합해보자면 케이블TV의 향후 다양성 확대 여부는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채널 보유 자본이 신진 유형의 프로그램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가? 둘째, 자체 제작 비율 확대에 얼마만큼 의지가 있는가? 셋째, 컨텐츠 재송출의 비율을 자체 제작 대비 얼마만큼 유지할 것인가? 넷째, 성공한 프로그램의 포맷을 답습하는 전략을 택할 것인가? 다섯째, 컨텐츠의 경쟁 구조가 마련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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