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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디어와 강박증
    미디어/담론 2013. 1. 29. 00:07

     미디어는 정보 매개 과정에서 수용자와 갑을 관계가 형성된다. 갑과 을은 이 과정에서 상호작용을 하기도 하지만 갑과 을이 횡적 관계가 아닌 종적 관계의 위치에서 정보가 배분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방송이 그 예이다. 방송은 갑의 위치에서 을에게 정보를 파생시키며 을은 무의식적으로 정보를 수용하게 된다. 때로는 을의 의지에 의하여 채널 선택권을 통해 정보 경로를 상이하게 하지만, 결국 정보를 습득하기 위해서는 일방적 습득의 관계 하에 놓여야한다. 즉 수용자가 정보에 대한 비판적 견지가 없는 한, 정보의 종적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러한 종적 관계는 수용자의 강박증을 낳는 결과로 귀결된다. 수용자는 미디어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받아들이면서 무의식의 강박화가 진행된다. 매체 속 인물의 모습에 도취되어 미의 강박에 빠지기도 하며 미디어가 파생시키는 경쟁과 공포, 불안 분위기 속에 승리를 얻고 완벽을 추구해야 하는 강박마저 형성되기도 한다. 미디어는 비단 매체가 제공하는 주 컨텐츠 뿐만 아니라 부수적인 PR을 통해서도 대중에게 강박증을 안겨주기도 한다. 보험과 상조 등의 광고를 통하여 대중은 혹시 모르는 염려를 자극받게 되고 불안 분위기가 내재되면서 건강에 대한 강박증이 새로이 형성되는 것이다.

     

     미디어가 제공하는 정보의 홍수 속에 수용자는 직접 정보를 필터링하며 수용해야한다. 이 과정에서 수용자는 정보의 무결성과 완전성을 추구하게 되며 이 과정 속에서도 정보 수용자는 완벽에 대한 강박 현상을 느끼게 된다. 미디어는 악조건 속에서 분투하는 인물들을 설정하여 드라마를 통해서, 혹은 사례를 발굴하여 지속적으로 대중에게 노출시키는 가운데, 대중은 공포를 간접적으로 느끼게 되며 악조건이란 무엇인가를 절감하며 그 조건을 탈피하고자 경쟁에 내몰리게 된다. 경쟁에 있어서 휴식은 용납되지 않으며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을 대중 전체에게 불러오기도 한다.

     

     미디어는 대중에게 열등 의식을 조장하여 경쟁에 매몰되도록 부추기기도 한다. 이른바 자본, 학벌, 배경 등으로 인간의 등급을 매기는 사회상을 여러 경로를 통해 전파함으로써 대중은 더 나은 등급, 조건을 이루고자 고군분투하게 되며 처절한 경쟁 속으로 파묻히게 되는 것이다. 특히 쌍방이 매개되는 인터넷 상에서 그 현상이 더욱 두각되며 대중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열등 의식과 경쟁 의식에 함몰되며 타 집단, 대중에게도 열등 의식의 조장과 함께 경쟁을 장려한다. 결국 큰 판의 생존 게임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현대인들이 강박증을 느끼며 고통을 호소하는 것은 미디어의 역할에 따른 결과와 무관치 않은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종적 관계에서 미디어가 강박증을 장려하기도 하지만, 생존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 미디어의 매개 테두리 안에 대중 간 쌍방의 횡적 관계 속에서도 강박 자체를 장려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강박의 장려는 미디어만의 책임은 아니다. 사회구조적 측면과 함께 바라볼 문제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미디어와 강박증의 발현 관계에서 미디어 자체가 책임에서 자유로운 것이 아님을 인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쌍방의 횡적 관계에서 대중들은 강박을 장려하고 있지는 않은가 성찰의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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