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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하사극' 해법에 대한 고민
    미디어/담론 2013. 2. 15. 05:30

     최근 방영을 했거나 방영중인 사극들이 신통치 않다. 지난주 무렵 종영한 대풍수는 8.9%의 저조한 시청률로 막을 내렸고, 작년 고려 사극 부활의 포문을 연 무신은 11% 남짓 시청률로 종영했다. 한창 방영중인 대왕의 꿈은 설 연휴가 겹쳐 9%까지 시청률이 급락한 상황이다.

     

     컨텐츠 경쟁의 치열함으로 인해 시청률 20% 넘기가 여간 쉬운 것은 아니다. 또한 시청 수단의 다변화로 시청률로 컨텐츠의 인기를 제단하는 시대는 저물고 있다. 그러나 사극의 경우 보통 중장년의 시청층 비율이 높으며 브라운관을 통해 시청하는 비율이 타 장르 드라마에 비해 높은 것과, 제작비 투입이 상당한 것을 감안한다면 사극의 위기인 것은 분명해보인다.

     

     사극 장르에는 다양한 형태가 혼재되는 양상이다. 팩트보다는 픽션을 가미한 퓨전 사극과 팩트에 비중을 더 두는 정통 사극으로 나뉜다. 보통 퓨전 사극은 남녀노소, 시청층이 다양하며 20대와 30대 고정 시청층을 바라볼 수 있다. 또한 미니시리즈와 유사한 편수로 제작하여 제작비 부담에서 정통 사극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한 것이 사실이다. 이에 반면, 정통 사극은 대부분 방영 횟수가 40부작 이상이며 방송 준비기간까지 도합, 1년으로 잡는 것이 보통이다. 또한 지금의 정통 사극은 일부 매니아층을 제외하고 시청층이 고루하지 못한 편이다.

     

     지금의 정통 사극, 그러니까 대하사극의 시청률 기근과 시청층의 결핍 현상은 누구의 책임인가? 2006년 방영된 대조영이 30% 중후반 시청률을 기록한 후 대하사극의 시청률은 몰락에 가까울 정도로 하락하는 양상을 보여왔다. 이는 비단 사극의 명가라 할 수 있는 KBS 뿐만 아니라 MBC, SBS도 공통으로 겪는 현상이다. 대하 사극 시청률 부진의 원인을 꼽아보고자 한다.

     

     첫째, 스토리가 진부하다는 것이다. 어디서 본듯한 이야기가 드라마 이름만 바뀌었을 뿐 반복되고 있다. 시청자 입장에선 질릴 수 밖에 없는 형국인 것이다. 동일한 이야기를, 시대상만 바꿔 거의 비슷하게 연출한다면 어느 누가 시간을 투자해서 시청하겠는가 이 말이다. 사극이 본격적으로 방영된지 바야흐로 30년이 다되가는 지금, 사료가 부족한 이야기의 진행을 위해선 작가의 픽션에 대한 고안이 필요한데 상당부분 전작들과 겹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묘안도 없는 실정이니 난감한 것이다.

     

     둘째, 퀄리티가 저하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극의 퀄리티는 분명 세월에 따라 늘기는커녕 저하되는 양상을 보여왔다. 사극 장면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전투신의 경우 아직까지도 난잡한 장면의 연출에 머무르며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다가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시청자들은 다양한 외화 역사 컨텐츠를 접하면서 카메라 기술과 CG, 전투기법, 장면의 묘사에 대한 눈이 상당히 높아진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그러나 국내 사극 컨텐츠 다수는 이 눈을 못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셋째, 역사왜곡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드라마는 재미를 위해서 존재하는 컨텐츠지만 대하사극은 재미만을 추구하는 컨텐츠는 아니다. 재미를 일순위에 둬야함은 말할 것도 없지만, 역사 상황의 재조명을 통한 구성원의 교육, 사회화에도 사극 컨텐츠가 큰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직시한다면 단순, 재미만을 추구하는 컨텐츠로 치부하기엔 어폐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대하 사극은 극 진행을 위해 무리하게 역사적 사실을 왜곡함으로써 시청자들을 혼동의 도가니로 빠뜨린다. 대하 사극을 순전히 재미의 추구를 위해 시청하는 구성원도 존재하겠지만, 사극을 통해 역사적 사실을 추출하려는 시청자들도 존재한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무리한 역사 왜곡은 전자가 아닌 후자의 시청자들의 이탈을 가속화시키는 주범이다.

     

     넷째, 용두사미가 넘쳐난다는 것이다. 대하 사극은 방영 초기만 하더라도 물량공세를 표방하며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기에 집중하지만, 이야기가 중후반으로 치닫으면 제작비와 제작 기간 부족에 허덕이며 저퀄리티 장면을 양산해내는 경우가 다수다. 문제는 이 경우들이 어느 한 사극에 국한되지 않으며 해마다 방영되는 사극에 재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시청자들 입장에선 용두사미가 되지 않기를 노심초사 고대하며 시청하지만 막바지에 이르자 일종의 배신감까지 느끼게 되는 것이다. 특히 대하사극은 편수가 장편이기 때문에 오랜 기간 시청해온 시청자들로서는 사극의 용두사미는 더욱 큰 허탈을 안겨줘 종영 후 새로운 대하사극에 대한 시청층 유입이 감소하기 마련이다.

     

     우선 대표적으로 네 가지 원인을 살펴봤으며, 원인을 꼽아본 이상 해결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생산적일 것이다. 첫번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참신함을 추구하는 신인 작가들을 적극 등용해야 할 필요성이 존재한다. 사극을 여려 편 쓴 작가의 경륜도 무시할 수 없겠지만, 지금의 시청층이 원하는 건 경륜보다는 참신함이라 여겨진다. 이와 함께 시놉시스 구상과 계획 단계에서 철저한 내부 토론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두번째 원인을 해결짓기 위해선 방송사의 자구 노력이 절대적이다. 대하사극 컨텐츠를 제작 비용만 가중시키는 눈빛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사극의 컨텐츠 성격상 공익적 성격이 일부분 가미되었다는 것을 감안,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한다. 이와 별개로 대하사극을 제작하는 구성원의 각성도 함께 진행되어야한다. 전투 장면의 쇄신과 다양한 기법들을 연구하며 어떻게 시청자들을 끌어모을까 고민과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세번째 원인을 해소하기 위해선 작가와 제작자의 역사 공부가 절대적이다. 있는 사실을 논외한으로 여기고 이질감을 주는 픽션만 다량 삽입한다면 그것은 대하사극이라고 볼 수 없을 것이며 시청자들의 박탈, 상실감만 늘릴 뿐이다. 역사의 기본 뼈대는 훼손하지 말되, 살을 붙이는 형식으로 진행하도록 역사에 대한 심도있는 학습이 필요하다 하겠다.

     

     네번째 원인을 매듭짓기 위해선 제작환경의 선진화가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대하사극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사전 제작 비율을 더 늘려야한다. 완전한 사전 제작은 컨텐츠 경쟁 여건상 불가능하겠지만, 총 제작편수의 40% 내지 50% 까지 사전제작을 한 후 방영을 하자는 것이다. 사전 제작의 편수를 확충한다는 건 그만큼 리스크가 증가한다는 각도로 바라볼 수 있겠지만, 장기간 방영된다는 사극의 특성을 감안하여 바라본다면 컨텐츠의 퀄리티를 상승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 고려할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 방송사 입장에서도 이왕 비싼 투자한 김에 잘된 장면으로 시청자들을 맞이하면 방송사 제작 경쟁력도 상승되고, 시청자들도 감동하는 일석이조 아니겠는가.

     

     대하사극의 위기설이 솔솔 나오고 있지만, 향후에도 대하사극은 계속해서 제작될 것으로 보인다. KBS는 대왕의 꿈 종영 이후 휴식 기간을 갖은 후, 대하사극을 재편성할 방침이며 MBC는 기황후의 일대기를 다룬 사극을 올 하반기에 방영 예정이다. 대하사극의 총체적 난국을 해소, 타파하기 위해서는 네 가지 선결 과제들을 자체적으로 안건에 올려놓고 해결에 고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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