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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기능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미디어/담론 2013. 2. 22. 00:41

     한국 인터넷 문화 중 유별나게 특별한 것이 있다. 바로 댓글 문화이다. 동서양 막론하고 웬만한 사이트에는 댓글 기능과 비슷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포럼이나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두긴 하지만 댓글 문화에 그렇게까지 집착하진 않는다. 실제로 서양 유력 언론 홈페이지를 살피다보면 눈에 띄는 것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댓글을 통한 개진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 포털 사이트와 유력 언론사들이 시행하고 있는 추천순으로 댓글을 보는 기능도 찾아보기 힘들다.

     

     댓글은 한국 커뮤니케이션의 일종의 문화이다. 댓글을 보다보면 추천수를 가장 많이 받은 댓글은 무엇일까 궁금해지기도 하고, 댓글로 내 의견을 피력함과 동시에 쌍방 커뮤니케이션이 실시간으로 가능하다는 점에서 대단히 매력적임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댓글 기능의 순기능도 분명히 있다. 누구나 의견을 활발히 개진할 수 있으며, 실시간 공론화가 가능하다. 이뿐만이 아니라 대중들의 지혜와 사고까지 집약이 가능한 것이 지금의 댓글 문화다. 그러나 댓글의 역기능도 만만찮다.

     

     댓글 문화를 뚫어지게 쳐다보면 과연 댓글 문화 자체가 진실한 쌍방 커뮤니케이션인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댓글 문화는 자신의 생각과 사고의 옳음을 재확인하는 정도로 치부하는 것이 아닌가 말이다. 실제로 이슈가 활발히 제기되는 기사의 댓글 주류는 진영 논리가 점춰진 전투다. 아니면 진영 논리보다 더 고약한 오로지 모욕과 훼손을 위한 글들이다. 이것이 쌍방 커뮤니케이션이라면 비극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이는 쌍방이 아니라 나만을 위한, 독선과 아집에 푹 빠져버린, 내 생각을 설파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의 변질이다. 겉은 다중, 쌍방처럼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내 세상을 위한 것이다. 즉 나만의, 이기주의적 커뮤니케이션이다.

     

     이러한 댓글 문화의 형성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속으로 쌓아뒀던 분을 댓글을 통해 가히 분출하는 게 지금의 댓글 문화다. 물론 화병의 예방 기능로선 탁월하겠지만 댓글을 보고 쌍방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려는 입장에선 자주 눈살이 찌푸려지는 게 엄연한 사실이다. 댓글 문화를 분노의 경연장 자체로 방치해둬야 하는가? 각종 일들, 사건들을 접하며 묵어놨던 해묵은 감정들도 댓글을 통해 화끈하게 쏟아낸다. 그 감정들로 토해진 댓글들에 반론들이 달리기 시작하면 댓글 기능 자체가 싸움터로 변화하는 것을 목도 한 것이 한 두번인가.

     

     댓글로 각개전투가 벌어진다면 그럴듯한 얘기들을 늘어놓아 전투 자체를 봉합할만도 한데, 그렇지 않다. 자신의 독선의 관철을 위한 공격의 공론을 형성하고자 필사적으로 분투한다. 근거와 팩트는 실종되고 주섬주섬 편식한 자료들을 가져다 붙여, 욕설들을 이따금씩 섞어가며, 이겨도 꺼림직한 전투에 극구 참여한다. 전투의 내용들이 실망스러울 뿐만 아니라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개탄마저 자아내는 이것이 지금의 댓글 문화임을 부인하진 않을 것이다.

     

     지금의 댓글 문화는 쏠림 현상이 있다. 포털과 언론도 쏠림 자체를 즐겨하는 듯 하다. 작년 네이버가 뉴스 댓글 시스템을 개편하면서 댓글 추천 시스템의 변혁을 시도했으나 이용자들의 반발로 '호감순'으로 댓글을 볼 수 있도록 존치한 것은 유명하다. 이용자들도 호감, 추천을 가장 많이 받은 댓글을 보는 맛에 댓글을 보기도 한다. 그러나 우려되는 것은 추천을 가장 많이 받은 댓글이 사회의 주류적 사고로 인식하게 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만일 사회 구성원이 주류적 사고로 인식하게 된다면 개진되는 의견의 쏠림이 일차적으로 일어날 것이며 의견 쏠림에 반하는 의견을 소수로 자연스러이 자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첫째로 깨달아야 할 건, 이러한 쏠림 현상들을 맹목적으로 따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며 그 쏠림의 모든 것이 주류의 사고로 통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댓글 기능을 포기할, 그리고 추천순으로 정렬되는 댓글 기능을 뒤엎을 포털과 언론사도 아마 없을 것이다. 인터넷 뉴스를 보는 즐거움은 기사보다는 댓글 보는 데 있다는 일부 이용자의 견해처럼, 이용자를 더욱 끌어모아 페이지뷰를 늘리기 위해서라도 포털과 언론사들은 댓글 기능 자체를 유지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댓글 문화는 자신만을 위한 의견 개진 코너로 전락했으며 비속어와 조롱의 파생을 위한 기능에 불과하다고 본다. 지금의 댓글 기능이 자신의 내재된 그릇된 욕구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로 변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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