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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 보도전문채널의 위기와 과제
    미디어/담론 2014. 5. 24. 12:47

    90년대 자본잠식과 IMF, 매각 등 위기의 연속… 공정·심층·탄력의 과제 남아있어



    현재 우리나라에서 하루 24시간 동안 방송으로 뉴스를 내보내는 보도전문채널은 ‘YTN’과 ‘뉴스Y’뿐이다. 그간 24시간 뉴스 채널은 지상파 중심으로 편성되던 방송뉴스의 시간 제약을 타파했으며, 해외 700만 동포에게는 현지와의 시간차로 인한 방송뉴스 시청의 어려움을 극복시켜줬다. 또한 국민에게 국가 재난 사고 등 중대사를 24시간 속보 체제로 실시간 알림으로써 국민의 눈과 귀가 돼왔다. 이러한 의의를 바탕으로 24시간 뉴스 채널은 출범 19년 만에 한국언론학회 회원 대상 조사에서 ‘유용한 미디어 2위’로 이름을 올리는 등 양과 질적 측면에서 장족의 발전을 이뤄왔다. 그러나 95년 YTN 개국으로 시작된 우리나라 24시간 뉴스 채널의 출발은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우리나라 보도전문채널의 과거 위기와 앞으로 풀어야할 과제를 살펴본다.



    “1차 목표는 한국의 CNN, 최종 목표는 세계 최고 TV 뉴스가 되는 것”


    이 말은 YTN 초대 사장 현소환 씨가 개국 당시 사원들에게 제시한 비전의 일부이다. 이 비전에서 1차 목표의 롤모델로 천명된 ‘CNN’을 잠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CNN은 테드터너가 1980년에 설립한 세계 최초의 24시간 뉴스 채널이다. 지역의 작은 광고 회사를 운영하던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은 테드터너는 사업 수완으로 애틀란타 지역방송국을 매입하고, 그 이익의 밑천으로 24시간 스포츠 채널 ‘ESPN’을 개국한 데 이어 24시간 뉴스의 시초 CNN을 개국했다.


    채널 특성상 설립 단계부터 300명 이상의 인력을 충원해야 했던 CNN은 개국 이후 1년 안에 1억 달러를 투자했으나 누적 손실은 커져만 갔고, 테드터너가 갖고 있던 기존 사업체를 매각하는 등의 자구책으로 재무적인 어려움을 견뎌야 했다. 그 결과 개국한 지 5년이 넘어서야 CNN의 경영 상태는 본 궤도에 오르게 된다. 24시간 뉴스의 시초격인 CNN은 인내의 결실이었던 셈이다. 이러한 초창기 경영상의 어려움과 인내는 YTN에서도 요구됐다.


    당시 연합통신(현 연합뉴스)은 김영삼 정부 들어 시작한 종합유선방송(케이블 TV) 사업에서 방송 진출이 가능해진 것을 바탕으로, 통신사 기자들이 직접 방송에서 대중과 마주하고자 하는 의지로 93년에 YTN을 출범시켰다. 이 무렵 YTN의 가장 큰 문제는 재원이었다. 연합통신은 YTN 개국을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93년에 사원들의 봉급을 2년간 동결하기로 하고, 당시 수송동 자체 사옥의 일부를 YTN에 내주는 등 경비절감에 노력을 기울였다.


    재무적 위기뿐 아니라 정치권 개입에 따른 위기도


    그러나 YTN이 95년 첫 전파를 탄 3월 1일 무렵에는 케이블TV를 시청할 수 있는 가구가 2만 여 가구에 불과했다. 광고 수주가 어려운 상황에서 생방송 장비 확충을 위한 임차 비용과 24시간 보도를 위한 취재 인력의 막대한 인건비는 95년 234억원 적자라는 결과를 낳았다. 게다가 당시 YTN의 총 자본금은 300억원에 불과한 시점에서 96년에는 500억원의 누적 적자가 발생하고, 97년 IMF가 터지자 연합통신은 경영권을 한전KDI에 매각하기에 이른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은 뒤 98년 1200억원의 증자가 이뤄지고 나서야 YTN은 99년에 첫 흑자를 냈다. 방송 시작 만 4년만의 일이다.


    한편, 95년 김영삼 대통령 아들 김현철 씨가 YTN 사장 임면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97년 한 언론 보도에 의해 사실로 밝혀지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현소환 사장을 밀어내고, 대통령 측근 김 모 씨를 YTN 새 사장에 임명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이유 중 하나는 YTN 대주주인 연합통신 주주 구성의 70% 가량이 MBC 소유였기 때문이다. MBC는 다시 KBS 등이 지분을 소유하고 있었다. 연합통신의 매각 이후 지분 판도가 달라진 2008년이 되어서도 YTN의 사장 인선 문제는 되풀이됐다. 이러한 현상은 사장 인선 과정에서 방송의 공영적 역할과 사명과는 무관하게 대주주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보도전문채널이 풀어가야 할 과제


    위기에 따른 풍파 가운데서도 보도전문채널은 케이블TV 유료 가입자 수 증가와 더불어 종편이 출범하기 전인 2011년 말까지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이를 발판으로 YTN은 2005년부터 뉴스를 본업으로 삼고, 파생 분야인 DMB와 FM 라디오, 날씨와 과학 채널 등에 차례로 진출해 사업 다각화를 이룬다. 보도전문채널로 시작해 방송 뉴스를 주축으로 한 미디어그룹이 국내 최초로 탄생한 셈이다. 그러나 성장세는 종편 출범 직후 꺾이기 시작했다. 종편 출범과 함께, 보도전문채널로 새롭게 인가받은 뉴스Y의 등장과 종편의 뉴스 편성 확대는 기존 보도 채널이 설 자리를 점차 잃게 했다. 


    이러한 보도 각축전 속에서도 보도 채널이 주 종목인 뉴스를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강화해나가야 한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분명한 것은 보도전문채널의 가장 큰 장점은 24시간 뉴스로, 편성의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근거하여 지상파 뉴스 방식의 1분 30초로 제한된 뉴스 리포트 길이를 고무줄처럼 늘이거나 줄이는 것이 가능해진다. 해외 24시간 뉴스 채널인 CNN이나 BBC 월드뉴스 등의 경우 매시 정시뉴스를 준수하면서 리포트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현안에 대한 깊이 있는 소식을 전달해주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24시간 뉴스 채널의 브랜드 이미지를 견고히 해왔다.


    그간 기존 보도전문채널은 이러한 탄력에 근거한 보도를 이행하지 못한 측면이 있어왔으나 ‘jtbc’와 ‘채널A’ 등은 보도 리포트 길이의 다양화를 시도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오고 있다. 길이의 탄력성은 선택과 집중을 통한 보도의 심층성과 연결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심층성에 더해 공정성도 빼놓을 수 없는 사안이다. 기존 보도전문채널의 과거 사장 임명에 따른 내홍과 노사 갈등으로 인한 공정방송 이미지의 손상은 풀어가야 할 과제 중 하나이다. 과거 90년대 위기를 뚫고 안정기를 지난 보도전문채널은 새 도전을 요구받고 있다.

    참고문헌/
    김관상,「세계의 24시간 TV뉴스 채널」, 커뮤니케이션북스, 2004
    이문호,「뉴스통신사 24시」, 
    커뮤니케이션북스, 2012
    테드터너,「테드 터너 위대한 전진」,
    해냄출판사, 2011

    고동완 기자
    kodongwan@kookmin.ac.kr


    http://press.kookmin.ac.kr/site/main/view.htm?num=11547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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