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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도전'이 대하사극의 갈 길을 묻다
    미디어/담론 2014. 7. 21. 15:02

    KBS 대하사극 ‘정도전’이 지난 6월 29일 종영했다. 정도전은 대하사극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해도 무방할 정도로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보통 장편이었던 KBS1 대하사극을 50부작으로 압축하여 빠르고 밀도 있는 전개로 시청자를 휘어잡았음은 물론이다. 그동안 MBC나 SBS에서는 50부작 정도의 사극을 내놓은 적은 흔했으나 KBS1 대하사극이 50부작을 택한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호평을 받았던 2007년 방영한 대조영의 경우 134부작이었고, 재작년 방영한 광개토태왕 역시 92부작이었다.



     

     결과적으로 방영 편수를 50부작으로 크게 줄인 것은 KBS에 있어선 고육지책이자 하나의 기회이기도 했다. 제작비를 동결하거나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드라마의 질을 담보하기 위해선 방영 편수의 감축은 불가피한 선택이었고, 편수의 감축은 스토리를 오밀조밀하게 꾸려 속도감 있는 전개를 가능하게 했다. 이는 대하사극의 주 시청층인 장년층을 뛰어넘어 시청층의 후속 세대이자 미니시리즈에 익숙한 청년층을 주 시청층으로 안착시키는 데 큰 일조를 했다.

     

     정도전 논의 당시 KBS 내외에서는 대하사극 폐지설이 나돌았다. 그 배경에는 제작비만 수백억씩 투입됐던 대하사극들이 여론의 호응에서는 신통치 않았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투입 대비 효과가 적은 애물단지였던 것이다. 예컨대, KBS가 삼국 군주를 조명하겠다는 당찬 포부로 시작한 ‘근초고왕’이나 ‘대왕의 꿈은’ 시청률 10% 내외의 처참한 성적을 받고 종영했다. 최근 시청 매체의 다변화로 시청률 지상주의가 허물어지는 상황에서 시청률이 적더라도 여론의 호응이 뜨거우면 모르겠다만, 그 마저도 서늘하기 그지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도전 마저 실패의 전철을 밟는다면 KBS의 ‘사극의 명가’ 지위마저 흔들리는 것은 물론이고, 대하사극의 연속성도 담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우려를 제작진에서도 미리 인식하고 착실히 준비해왔는지 ‘정도전’은 이전 KBS1 대하사극처럼 실패할 것이라는 전망을 깨부수고 숱한 화젯거리를 남기며 ‘웰메이드’ 드라마로 등극했다. 이는 대하사극의 화려한 부활이자, 정도전은 대하사극이 나아가야 할 길을 보여준 표본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정도전을 투영해 얻은 대하사극이 나아가야 할 길은 무엇인가? 우선 정도전은 역사를 비틀지 않고서도 재미를 만들어냈다. 즉, MBC의 ‘기황후’처럼 어정쩡한 사극의 위치로 실제 역사와 매우 상이한 결과를 시청자에게 보여주지 않고서도 정도전은 실제 역사를 근간으로 시청자에게 흡입 요인을 제공했다. 정도전은 역사의 기본 뼈대는 유지하면서도 살과 피를 각색하느냐에 따라 재미가 창출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정도전을 집필한 정현민 작가는 여러 인터뷰에서 공영방송의 가치를 생각하여 무리한 역사왜곡은 자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역사의 근간을 유지하면서 재미와 교훈을 시청자에게 던져줄 순 없는지에 대한 대하사극 나름의 길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오피니언박스> 기고 : http://www.opinionbox.net/#!-2/cz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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