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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꼽등이까지 나오는데"... 돈만 쌓아두는 홍익대 (12.9)
    쓴 기사/기고 2014. 12. 31. 00:46

    [공모- 청춘기자상] '돈만 쌓는 홍익대에 대한 도전' 엄재희씨 인터뷰

    [오마이뉴스 고동완 기자]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60890

    대학의 무분별한 적립금 쌓기에 학생들이 손수 팔을 걷어붙이고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과도한 적립은 교육의 부실화로 이어져 피해는 결국 학생에게 돌아간다는 인식 때문이다. 홍익대의 '돈만 쌓는 홍익대에 대한 도전'(아래 홍도전) 얘기다. 그간 학생 사회가 등록금과 관련한 담론에 초점을 맞춘 측면이 있다면 이제는 적립금으로 문제의식을 넓혀간 것이다.

    홍익대는 2014년 기준 6339억 원(대학교육연구소 자료)을 적립해 전국 사립대 중 1위 이화여대(8442억 원)와 2위 연세대(6560억 원)에 이어 적립금 상위 3위에 올랐다. '홍도전'은 학교가 쌓아둔 적립금에 대해 "교육 시설, 기자재 등이 낙후한 상황에서 적립금 6천억 원은 지나치게 많은 금액"이라고 주장한다. 홍익대 적립금은 2009년 4857억 원에서 5년 만에 1482억 원을 늘렸다. 매년 평균 300억 원 가까이 적립을 해온 셈이다. 

    ▲  지난 10월 17일 '홍도전'이 이사장에게 서명 전달과 적립금 사용 계획에 대한 공개 질의를 앞둔 모습.
    ⓒ 돈만 쌓는 홍익대에 대한 도전


    홍익대는 2013년 수도권 사립대학(재학생 1만 명 이상) 중 평균 등록금 818만 원으로 7위에 올랐다. 등록금 대비 교육에 대한 체감 만족도가 낮을 뿐더러 늘어나는 적립금에 비례해 교육 투자는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홍도전의 생각이다. '홍도전'은 지난 10월 17일 학생 1096명의 서명을 받아 이사장실에 요구안과 서명을 제출했다. 재학생 1만1000명 중 10%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서명할 정도로 호응은 컸다.

    '홍도전'을 이끄는 엄재희(법학과·09학번) 팀장을 지난 6일 만나 행동에 나서게 된 연유와 활동 등에 대해 얘기를 들었다. '홍도전'은 학생 10명이 학내 권리를 찾겠다는 생각에 모여 지난 10월부터 활동에 나섰다. 구성원은 팀장과 부팀장, 활동회원 등이다.

    엄재희 팀장은 "과도한 적립금에 대해 총학생회는 공론화를 위한 집회나 서명운동 등의 활동을 해오지 않았다"며 "문제 제기를 하고자 직접 행동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  홍익대는 적립금 중 일부를 풀어 기숙사와 미술강의동을 짓고 있지만, 엄 씨는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다. 엄 씨는 “6천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적립금을 쌓아두고도 책걸상을 바꿔주고, 기존 시설 보완에 투자하고 교원을 늘리는 이런 교육환경의 기본인 부분들이 미진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보다 나은 교육환경 속에서 배울 권리를 얻고자 계속해서 지적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고동완


    '6천억원 대 적립금'... 건축적립금 비중 92%로 압도적


    자료공개청구를 통해 '홍도전'이 학교로부터 받은 적립금 내역을 살펴본 결과, 적립금에서 건축적립금 비중이 압도적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013년 건축적립금이 5947억 원, 연구적립금 97억 원, 장학적립금은 596억 원이었다(2014년에는 기숙사와 미술강의동을 짓느라 적립금 일부를 쓴 상태다). 장학적립금은 지난 2011년 건축적립금에서 550억 원을 인출해 확충한 것이었다. 기금에서 나오는 이자수입 중 대부분이 건축적립금에서 나왔다. 적립금을 쌓음에 따라 장학적립금이 많아져 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란 세간의 주장과는 배치된다.

    - 적립금 보유에 어떤 문제가 있나.
    "적립금 비중에서 건축 적립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92%다. 한 해 이자수입으로만 200억~300억 원이다. 그 이자수입 대부분이 다시 건축적립금으로 쌓인다. 문제는 이자수입을 교육에 투자하지 않고 적립금으로 이월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무팀과 면담해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학교의 장기적 비전에 따라 적립금이 필요한 건 동의하지만, 지나치게 많다고 생각한다. 수원대(사립대 중 적립금 4위)부터는 3천억 원대로 떨어진다. 대부분 학교가 많아도 천억 원대이다."

    ▲  ‘홍도전’은 ‘적립금 어디에 쓰고 싶은가요’란 질문으로 학생들에게 설문을 진행했다. 총 605표 중 1위는 건물 리모델링(207표), 2위로 등록금 인하(172표), 3위 전임교원 확충(96표), 이어 4위 기초학문 단과대 신설(86표), 5위 강의실 의자교체(34표) 등이 꼽혔다. 설문 결과는 학생들이 평소 교육 환경에 대해 문제로 인식하고 해결되길 바라는 것을 드러낸 것이었다.
    ⓒ 돈만 쌓는 홍익대에 대한 도전


    - 학생들이 교육 환경에 대해 갖는 불만은 무엇인가.
    "시설 문제가 있다. 인문대 및 교양수업이 진행되는 C동은 건립 연도가 1972년이다 보니 내부 시설이 열악하다. 책걸상도 오래된 걸 쓰고 있다. 책상이 작아 책을 여러 개 펼쳐 올려놓기가 불편할 정도다. 미대 한 과는 등받이 없는 오래된 의자를 쓰고 있다. T동 지하실 공간엔 추운데다 환기도 안 되고 곤충의 하나인 '꼽등이'가 나온다는 제보도 받았다.
    서울 20개 대학 중 2013년 기준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수는 17위, 1인당 교육비는 18위에 불과하다.

    초대형 강의도 문제다. 법대의 경우 150명이 듣는 수업이 많다. 공간이 없다 보니 하나로 모아놓으려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 미술강의동이 신축 중이지만 미대 모든 학과가 들어가는 게 아니라 11개 학과 중 1~2개 학과만 들어간다고 한다. 공간 수요에 대응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그런데 학교는 홍문관 12층 이후에 외부 회사를 입점 시켰던 적이 있다. 한 포털사이트 회사가 12, 13층에 입점했었다."

    - '실험실습비'를 등록금에 포함 시키는데, 내는 만큼 학생들에게 돌아간다고 보나.
    "학교로부터 정보공개청구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대와 미대는 31만 5천 원, 인문대는 5만 원을 실험실습비 명목으로 등록금에 포함해 걷고 있다. 미대는 실험실습비를 걷고도 학습에 사용되는 재료 대다수를 학생 본인이 산다. 지원되는 품목은 시트지 정도라고 한다. 

    건축대는 실습에 사용될 스티로폼도 학생이 사야 한다. 학교에 실습비를 어디에 어떻게 사용했는지 공개해 달라 했더니, 비밀 유지를 이유로 사용 총액만 공개했다. 구체적인 사용 내역은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이에 행정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이사장실 "학교 운영은 이사장 관여 밖"

    ▲  지난 10월 8일 '홍도전'에서 학생들로부터 이사장에게 제출할 서명을 받는 모습.
    ⓒ 돈만 쌓는 홍익대에 대한 도전


    - 활동은 어떻게 진행됐나.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사회가 나서야 된다고 생각했다. 이사장에게 서명을 전달하고 적립금으로 학생들에게 투자할 계획이 있는지 공개 질의하기로 했다. 캠퍼스에 가판을 차려놓고 1096명 학우의 서명을 받아 이사장실로 찾아갔다. 그런데 비서실에선 학교 운영은 이사장이 관여할 부분이 아니므로 학생처에 가보라고 했다. 세 번 정도 찾아갔지만 같은 답변을 들어야 했다. 우선 학생처에 요구안과 서명을 제출해놓은 상태다. 총장에게도 찾아갈 생각이다. 적립금 문제는 곧 등록금 문제다. 등록금을 낮추려는 운동도 필요하지만 내는 등록금만큼 교육에 대한 지원을 받게해 달라는 운동도 필요하다고 본다."

    - 학생들 반응은 어땠나.
    "반응은 굉장히 좋았다. 학생들은 활동 취지에 동의한다면서 서명해줬다. 이렇게 해서 뭐가 달라지냐는 학우도 종종 있었다. 한 미대생과 만나 미술재료비를 학교가 지원하면 어떻겠냐고 물어봤더니 학교가 그걸 왜 지원해주냐고 반문하더라. 누가 나서서 권리에 대해 얘기해준 바가 없다 보니 안타깝지만 학생들이 체념한 면이 있다고 본다. 불편하더라도 참고 다니겠다는 학생도 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바뀌는 건 없다. 움직여 목소리를 내야 현재 상황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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