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완의 미디어 이야기

지난해 국민대는 시공사 쌍용건설의 재정위기로 착공한 교육 시설의 완공이 미뤄지는 피해를 보았습니다. 이에 공사 중인 정릉 기숙사도 입주 시기가 한 학기 미뤄지게 됐지요. 문제는 이런 공사 중단과 같은 일이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공사 중단의 원인은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한 가지는 학교가 재정이 부실한 업체에 공사를 맡겼다는 것이고, 또 한 가진 그런 업체가 입찰에 참여하는 데 아무런 제한도 받지 않았다는 겁니다.


학교가 공사 발주에 앞서 게시한 입찰 공고문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 예시로 '국제교육관 완공에 따른 공간재배치공사' 입찰 공고를 살펴보면, 눈여겨볼 부분은 입찰참가자격입니다. 시공 자격을 두 가지로만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사업장이 서울에 있을 것, 그리고 시설 공사에 실적이 일정 이상 있는 업체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겁니다.


뭔가 맹랑합니다. 한 모 대학의 공사 입찰 공고문에 명시된 입찰참가자격과 비교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청산, 합병 등 처리절차 중이거나 최근 10년 이내 경영권매각 또는 워크아웃을 포함하여 법정관리 등에 계류 중이거나, 계류됐던 업체는 사전심사 자격을 제한, 기업신용평가 등급 BBB+ 이상인 업체>로 공사 업체의 재정 능력을 입찰참가자격에 못 박아두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시공 능력과 별개로 재정이 뒷받침 안 된 시공사는 입찰에 참여하지 말라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학교 공사 입찰에는 그러한 제한 조건이 아예 없습니다. 지금대로라면, 재정이 부실해도 시공 실적 어느 정도 있고, 업체 소재지가 서울이면 공사를 낙찰받을 수 있다는 얘깁니다. 허술하기 이를 데 없는 입찰 조건입니다. 위 조건을 학교 입찰조건에 걸어뒀다면 시공사의 재정 위기가 학교로 피해가 전가되는 일은 없었을 테지요.


재정지원제한 사태로 학교가 본 피해는 학생이 고스란히 겪는다는 것을 우리는 인식한 바 있습니다. 공사 중단 사태로, 학습 환경 개선 등의 명목으로 학교에 낸 등록금 수십 수백억원이 한동안 묶여버렸습니다. 기숙사 입주도 늦어지게 돼 학생 복지도 타격을 입었습니다. 공사비 미지급으로 유치권을 행사하겠다는 협력업체의 현수막이 캠퍼스에 내걸리면서 학교의 명예와 학생의 자긍심이 추락했습니다. 공사 중단과 같은 사태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허점투성인 공사 입찰, 면밀히 보완해 나가야 합니다.




덧붙임: 글을 올림으로써 졸지에 ' 자본주의를 욕하면서도 정작 자본이 좋은 회사에만 공사를 맡기라고 닥달한다'는 비아냥을 블로그(http://kodongwan.tistory.com/735)에서 들었습니다. 그간 몰아주기 수의 계약, 노동 문제 등 다룬 기사를 보고 '자본주의를 욕한다'고 해석한 것 같습니다. '욕'이 아닌 자본주의의 건전함을 위한 노력일 텐데 그렇게 해석될 수도 있나 보구나 체념하면서 씁니다. 해당 이어진 댓글은 ' 자본약한 회사의 노동자는 나가죽어야하나 ㅋㅋ'였습니다. 이에 관해 제 생각을 덧글로나마 보충 첨언하자면, 회사채 등급이 낮거나 워크아웃에 돌입한 경우는 그 회사의 경영상 책임인데 그 책임을 해당 회사의 노동자가 짊어지고 가는 경우와 그 회사 경영상 책임을 발주처가 짊어가는 경우, 근본적 책임은 경영상 책임입니다. 그 책임을 발주처에 짊어갈 소지를 제공함으로써 피해를 추가로 양산해야 하는가 의문을 첫째로 제기해볼 수 있습니다. 


해당 기준은 회사채 등급과 워크아웃 유무이기 때문에 재정 규모가 아닌 건전성을 평가한 것으로, '자본이 약하다'의 의미는 '건전성'에 국한시켜야 할 겁니다. 재정 규모야 그 규모에 따라 공사 규모도 조절하면서, 계약을 진행하면 될 것이고, 문제의 핵심은 '건전성'입니다. 건전성이 약한 회사의 자립을 위해서 입찰 조건을 완화하든, 조건을 없애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조건을 없앤다는 건 해당 경영상의 책임을 발주처로 전가할 소지가 있으며, 도덕적 문제도 다분합니다. 가령, 바꿔서 생각해보면 발주처로의 책임 전가로, 그 발주처가 공사 연기에 따른 손실로 피해가 장기화될 경우,(해당 예는 학교지만 회사일 경우) 그 회사 소속 노동자도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소지가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 회사 소속 노동자는 발주처로서, 아이러니하게도 시공사의 경영상 책임을 짊어지는 겁니다. 경영상의 부실을 숨기고, 오히려 발주처의 피해를 전가하여 그 발주처의 노동자에게 피해를 입히는 경우도 같이 생각해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하여, 기회를 확대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입찰 조건의 완화는 동의하지만, 입찰 조건의 폐지는 동의하지 못하겠다는 게 내린 결론입니다. 악용의 소지도 있기 때문입니다.


+ 기준을 만들자는 것이 '자본 좋은 회사에만 맡기라'고 단순화되는 과정이 놀랍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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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본주의를 욕하면서도 정작 자본이 좋은 회사에만 공사를 맡기라고 닥달하는 모습이 재밌네요. 자본약한 회사의 노동자는 나가죽어야하나 ㅋㅋ

    •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자본주의에 대해 비판한 내역을 알려주시면 고맙겠고,(노동 문제를 거론한 것이 자본주의를 건전하게 하는 데 득이 되면 됐지 욕보인다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피해가 돌아가지 않기 위해 일정 기준을 거친 업체에 공사를 맡겨야 한다는 것과 어떠한 상관관계가 있는지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번 사태는 워크아웃 위기에 빠진 시공사로 공사 중단이 장기화된 경우인데,시공사의 책임을 학교로 전가하는 것이 합당하느냐부터 논의의 시작점이 되어야 할 것 같은데요.

    • 회사채 등급이 낮거나 워크아웃에 돌입한 경우는 그 회사의 경영상 책임인데 그 책임을 해당 회사의 노동자가 짊어지고 가는 경우와 그 회사 경영상 책임을 발주처가 짊어가는 경우, 결국엔 근본적 책임은 경영상 책임이 아닐런지요. 말씀하신 내용으로만 보면 그 책임을 발주처도 짊어가란 말씀이신데, 피해를 추가로 양산해야 한다는 말씀이신가요? 그 책임을 왜 발주처도 떠안아야 하는지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 물론, 해당 기준은 회사채 등급과 워크아웃 유무이기 때문에 재정 규모가 아닌 건전성을 평가한 것으로, '자본이 약하다'의 의미는 '건전성'에 국한시켜야 하겠습니다. 재정 규모야 그 규모에 따라 공사 규모도 조절하면서, 계약을 진행하면 될 것이고, 문제의 핵심은 '건전성'이겠지요. 건전성이 약한 회사의 자립을 위해서 입찰 조건을 완화하든, 조건을 없애든 할 수 있습니다.

    • 그러나 조건을 없앤다는 건 해당 경영상의 책임을 발주처로 전가할 소지가 있으며, 결국 도덕적 문제도 다분합니다. 그렇기에 자본주의 건전성 측면에서도 조건을 둔다해서 노동자를 죽인다고 말씀하시는 건 매우 단편, 일률적인 부분만 얘기하시고 계신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더구나 제가 예를 들고 있는 상황은 공사 중단을 이미 겪은 발주처입니다. 그것의 보완을 요구하고 있는 건 동일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어찌보면 당연한 얘기입니다.

    • 가령, 바꿔서 생각해보면 발주처로의 책임 전가로, 그 발주처가 공사 연기에 따른 손실로 피해가 장기화될 경우,(해당 예는 학교지만 회사일 경우) 그 회사 소속 노동자도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소지가 있지요. 그런데 그 회사 소속 노동자는 발주처로서, 아이러니하게도 시공사의 경영상 책임을 짊어지는 겁니다. 이 문제도 자본주의의 건전성을 논의하기 위한 좋은 도구가 될 것 같은데요. 경영상의 부실을 숨기고, 오히려 발주처의 피해를 전가하여 그 발주처

    • 그 발주처의 노동자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도 같이 생각해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단편적이고 일방향적 , 간단한 얘기로 비평도 아닌 비난을 하고자 그렇게 쉽사리 말씀하시면 안 될 것 같습니다.

    • 제 생각을 정리하여 본문 하단에 넣었으니 참조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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