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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봇이 과연 기자를 위협할 것인가
    미디어/담론 2016. 3. 5. 22:32

    한글과컴퓨터는 3년 만에 신작 '네오'를 지난 1월 내놨다. 한글 시리즈 확장격인 네오는 MS 오피스와 호환이 가능하고 실시간 번역 기능도 추가했다. 설령 영어를 모르더라도 한글로 문서를 완성한 뒤 인공지능을 빌려 영어로 전환하면 그만인 세상이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앞서 구글은 인공지능 '머닝러신'을 통해 인터넷 상의 텍스트를 학습한 내용을 토대로 번역 기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했다. 과거 오역 투성으로 지탄을 받았던 번역 기능의 오명은 사라져가고 있다. 이러한 번역의 발전과 대중적 접근은 번역가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기자도 예외는 아니다. 사라질 직업으로 거론되는 직업에서 기자는 단연 꼽힌다. '유엔미래보고서 2045'는 인공지능의 발달로 기자가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로봇이 프로야구 소식을 전달하고 있고, AP는 기업 실적 기사를 로봇이 쓴다. 한 국내 언론은 증시 마감 기사를 로봇에 맡겼다. 해당 기사를 두고 한 독자는 "로봇이 기자를 대체할 날이 올 테니 기자 밥그릇을 걱정해야 할 때"라는 반응을 내놨다. 실제 로봇 저널리즘의 탄생은 기사 생산의 전유물이 곧 사람이란 등식을 깨뜨려버렸다.


    이렇듯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고유 영역을 축소해왔다. 그러나 이것이 저널리즘에도 통용되는 문제인가에선 의구심이 든다. 지금까지 로봇이 생산한 기사를 살펴보면 행동 결과에 따라 산출된 수치이면서 일어날 것으로 예고된 사실 정도의 내용을 담고 있다. 큰 틀에서 기사 생산의 일부가 로봇에 넘어간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곧 기자 본연의 저널리즘을 침범했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향후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하더라도 저널리즘이 과연 인공지능에 대체 가능한 분야가 될 것인가. 복잡다단한 세상 관계 가운데 인공지능이 주도적이면서 주체적으로 문제를 파악하고 조망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인가. 이세돌과 맞붙는 로봇도 아직까진 인간이 해놓은 기보를 반복 학습했을 뿐이다. 그게 가능하다면 지적 생산의 결과물인 출판물도 로봇의 손에 쓰일 날들을 예측해봄직 한데, 그런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지적 생산이라고는 볼 수 없는, 단편적 사실의 조합으로 된 기사 생산을 두고 로봇 저널리즘을 과대평가하는 것 또한 경계해야 할 일이 아닌가.


    로봇 저널리즘이 언론 경쟁력 강화라는 미명하에 얼마나 활용될 것인지도 회의적이다. 트래픽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면서 기사 역시 범람하고는 있지만 그중 상당수가 지속 가능성은 찾아볼 수 없는 일회성 성격이 강하다. 이러한 데에 우위를 점하겠다고 로봇 저널리즘을 활용할 수는 있어도, 이를 두고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라고 한다면 결국 단견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발달로 생긴 각종 기술은 저널리즘을 한층 강화했으나 로봇 저널리즘에 관한 한, 한계점이 명확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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