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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롯데그룹을 주시해야 하는 이유 (5.29)
    쓴 기사/기고 2017. 7. 4. 22:28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29692

     

    '4대 그룹' 프레임에서 잠시 비켜간 롯데

    [오마이뉴스고동완 기자]

    문재인 정부는 인선을 통해 대선 당시 밝힌 재벌 개혁의 공약 이행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에 나섰다. 지난 118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기자간담회에서 "현행법을 집행할 때 4대 그룹 사안은 좀 더 엄격한 기준으로 평가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기서 겉보기에 의외의 수혜자가 있다. 롯데그룹이다. 자산 기준 재계 5위인 롯데(110조원, 2017년 5월 공정거래위 자료 기준)는 4위인 LG(112조원)와 단 2조원 차이로 '4대 그룹'에 들지 않았다. 물론 롯데가 빠져나간 것을 두고 김 후보자는"4대 재벌은 상징적인 것이다. 대통령이 6대 그룹으로 말하기도 했고 그 안에 롯데가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롯데에 대한 감시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한 셈이다.

    김 위원장의 이러한 발표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들이 '재벌개혁 삼성·현대차·LG·SK에 집중' 과 같은 제목 위주로 보도하면서, 4대 그룹에 빠진 롯데가 스포트라이트를 잠깐 비켜간 모양새다. 삼성과 현대자동차는 재계 1, 2위란 특수성에다 순환 출자와 일감 몰아주기 논란으로 개혁 물망에 계속 오르내린 바 있다. 그러나 롯데 또한 이에 못지않다는 게 그간의 이력이 증명한다.

    매출과 이익 면에서 쇼핑업계 선두주자인 롯데는 태생적으로 계열사들에 편의를 봐주고 일감을 줘 성장해왔다. 백화점, 마트를 출점한 뒤 계열사들이 여기에 대거 입점하고, 쇼핑뿐 아니라 식품, 음료, 금융, 의류 할 것 없이 대부분 계열사들도 같이 성장해나가는 방식으로 그룹을 일궜다.

     롯데는 광복절을 앞두고 제2롯데월드 외벽에다 태극기를 설치해 애국마케팅 논란을 일으켰다. 2015년 11월 공사 중이던 제2롯데월드 모습.
    ⓒ 고동완


    일감 몰아주기의 표본

    올해 4월 최종 완공한 제2롯데월드만 봐도 그렇다. 제2롯데월드 저층부는 롯데하이마트와 롯데시네마, 세븐일레븐 등이 포진한 상태이고, 초고층 빌딩엔 롯데호텔이 들어섰다. 백화점과 마트를 세우고 이것이 상권을 키워 사람을 불러 모으면 '자사 메리트'로 입점한 계열사들이 덩달아 이익을 취하는 순환 구조를 구축한 것이다. 롯데의 회심작이었던 제2롯데월드는 자사 계열사들을 도와주는 패턴이 집약된 결정체라고 볼 수 있는 셈이다. 하다못해 롯데리아를 보더라도 콜라는 롯데칠성음료, 케첩은 롯데푸드가 공급한다.

    이런 구조는 쇼핑과 금융, 엔터테인먼트, 식품 등 핵심 사업간 계열사들이 서로 일감을 주고받으면서 성장을 거듭하게 했음은 물론, 롯데 일가의 재산을 불리는 통로가 됐다.

    단적인 예가 2013년까지 노른자위 사업인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권을 신격호 총괄회장 처와 자녀에게 준 것이다. 증여세를 내고 부를 이전하는 합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자사 계열사를 이용해 일가 가족의 부를 쉽게 늘리는 방법을 쓴 것이다. 롯데가 장손녀가 대표로 있던 빵집 '포숑'은 세워지자마자 전국 롯데백화점에 입점을 하기도 했다. 장손녀는 '포숑' 지분 100%를 갖고 있었다.

    이것 말고도 검찰 수사 당시 계열사 간에 일감을 주고받으면서 축적한 이익이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에 배당금으로 지급해왔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됐다. 이런 구조는 롯데가 경쟁사 대비 독보적이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은 일찌감치 삼성, 현대그룹으로부터 기업이 분리된 상태이고, 자사 계열사가 쇼핑 시설에 입점하는 비율이 롯데만큼 높진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이들 기업은 백화점에서 돈을 번들 계열사까지 자금이 흘러들어가는 식의 파급 효과가 롯데에 비해 크진 않은 셈이다.

    이어지는 복잡한 지분 구조

    그러다보니 롯데는 경쟁사 대비 아울렛, 백화점 출점과 같은 대규모 사업을 여러 군데 벌일 수 있었다. 백화점과 마트 덕택에 '캐시 카우'로 자리매김한 계열사들을 대거 동원하면 사업을 벌이기가 훨씬 쉬워지기 때문이다.

    금싸라기인 제2롯데월드 잠실 부지만 해도 롯데쇼핑(백화점, 마트)이 지분의 15%, 호텔롯데는 10%, 롯데물산이 75% 지분을 나눠 보유하고 있다. 롯데물산은 호텔롯데가 지분 61%를 출자한 기업이다. 호텔롯데는 롯데쇼핑과 제과, 칠성음료 지분 3~7%를 갖고 있어, 이들 기업 지분에 해당하는 배당금이 호텔롯데로 흘러 들어가면서 후방 지원을 받았다.

    이런 구조가 누적됨에 따라 지배 구조의 복잡성은 커졌다. 신동빈, 신동주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벌어질 당시 공정거래위원회가 밝힌 롯데의 순환출자 고리는 416개에 달했다. 삼성 10개, 현대자동차 3개, 한진 1개와 비교하면 엄청난 수였다. 현재도 여전히 67개 고리를 갖고 있고, 10월에 지주사가 출범하더라도 18개가 남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 롯데그룹 총 지분은 0.05%이었지만 순환 출자 덕택에 그룹을 움켜줬었다.

    순환 출자 구조의 정점에 있는 호텔롯데는 국부를 유출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상태다.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팀장은 29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롯데그룹을 지배하는) 호텔롯데가 일본계 지분이 많다"며 "경실련에서 살펴보니 매년 250억원이 배당금으로 일본에 갔다. 롯데 계열사들이 각종 불공정행위로 벌어들인 돈 상당수가 호텔롯데를 통해 매년 일본으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리사욕과 대비되는 인색함, 갑질 논란

    롯데 일가 자산은 불려가면서 정작 필요한 데엔 '짠돌이' 행세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롯데가 피해갈 수 없는 부분이다. 롯데 자이언츠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마해영 해설가는 본인의 저서 '야구본색(페이지 126)'에서 소속 구단 롯데를 이렇게 회상한다.

    "해마다 가는 전지훈련을 떠날 때 사용하는 원정용 가방을 다른 팀들은 구단에서 구입해 나눠주는 반면 우리는 구단에서 지원을 해주지 않아 선수들이 돈을 걷어 트렁크를 단체 구입해야 했다. 그것도 훈련하기에도 바쁜 선수들이 보다 싼 가격에 구입하기 위해 직접 시장으로 발품을 팔아가면서 말이다. 명절 때면 구단에서 지급되는 선물도 아주 특별했다. 유통 기한이 보름 남짓 남은 롯데햄 선물세트 혹은 롯데껌 한 박스가 바로 구단에서 선수들에게 나눠주는 특별 명절 선물이다."

    야구뿐일까. 통계상으로도 롯데는 동종 업계에 비해 처우가 열악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2014년 금감원 자료에서 롯데쇼핑 직원 1인당 연봉은 3300만 원대였다. 이는 신세계, 현대백화점에 비해 최소 1100만원 차이가 나는 수치였다. 반면 사리사욕을 챙기는 데는 돈 쓰는 걸 마다하지 않았다. 신 총괄회장 장녀가 회사 돈 40억 원을 횡령, 바자금을 조성했다는 혐의로 구속된 게 대표적 예다. 당시 검찰에서 파악한 오너 일가의 횡령과 배임 규모만 3000억 원이었다.

    회사 돈을 쌈짓돈으로 이용했다는 혐의도 모자라 공공 자본까지 해를 입혔다. 코레일이 지분 31%를 보유한 롯데역사가 대한화재(현 롯데손해보험)을 1410억 원 주고 인수한 뒤 손해보험 주식 가치가 급락함에 따라 코레일 지분 또한 평가 손실을 입게 된 것이다. 백화점 수수료 문제와 임직원이 납품업체로부터 거액을 챙겼던 롯데홈쇼핑 갑질 논란도 소, 중상공인의 부를 갉아먹었다는 점에서 심각한 패악이 아닐 수 없다.

    재벌개혁의 닻을 올린 문재인 정부가 유통재벌의 불공정을 면밀히 살펴봐야하는 이유다. 이동주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정책실장은 29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차기 공정거래위원회가 민생 영역에서 발생하는 갑질, 불공정한 거래들을 대처하는 데에 솜방망이, 늑장 처벌 말고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 경제정책팀장도 "롯데의 골목상권 진출, 갑질 논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결된 게 없다"며 "재벌 개혁을 공통으로 (할 건) 하되 맞춤식으로도 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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