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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폰' 바꾸려고 하니... '월 3만원대'가 불가능했던 대리점 (6.1)
    쓴 기사/기고 2017. 7. 9. 20:44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30229


    [휴대폰 교체기] 4년 넘게 쓴 '폰' 떠나보내기 위한 10일 동안의 고민

    [오마이뉴스 글:고동완, 편집:박정훈]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메시지함을 열고 엄지손가락으로 아래를 위로 쓰다듬으면서 화면을 내렸다. 휴대폰의 첫 문자메시지는 2월 26일로 찍혀 있었다. 카톡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데, 메시지함은 주고받은 내용이 온전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연락처를 주고받은 흔적에서 홈페이지 가입을 위해 요청했던 인증번호까지 삶의 단편들이 모여 있었다.

    13년도 대학교 입학을 앞두고 갤럭시S2를 샀다. 고등학생 때 개통한 2G폰을 쓰다가 3G폰으로 바꾼 거였다. 4년 넘도록 함께 한 폰이 삶을 복기하도록 도와준 셈이 됐다. 폰은 요즘 폰의 널찍한 외관에 비하면 세월만큼이나 구닥다리가 됐다. 그래도 잘 버텨내 주었다.

     4년 동안 사용하던 폰. 떠나보낼 때가 됐다.
    ⓒ 고동완


    액정 필름에 잔기스가 있는 거 빼곤, 사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카메라 화질이 좋지 않다는 점은 예외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제대하고 폰을 바꾸기로 한 건 이 폰을 들고 다녔을 때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질문에 대응하기 싫었기 때문이다. '폰 바꿀 때 되지 않았냐, 왜 안 바꾸냐'고 묻는 것 말이다.

    강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나 받고 무심한 척 못 하는 사람이나, '깨끗한 외관, 기술의 진보가 좋다'란 미명으로 시간이 지난 건 버리고 새 것을 사야 한다는 강박에 잡혀 있는 건 아닌지 물을 일이었다.

    어찌 됐건 무심하지 못한 나는 동네 대리점에 들르기로 했다. 물건을 잘 사려면 발품부터 팔아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직원이 친절하게 맞았다.

    "무슨 일로 오셨나요?"
    "기기변경(기존 휴대폰 사용을 중단하고 새 휴대폰을 구입하는 것)을 하려고 하는데요. 좀 저렴한 거 있을까요?"

    대뜸 저렴한 걸 요구하는 게 궁색하다고 여기지 않았다. 소비자로서 묻는 건데 슬쩍 눈치 볼 필요도 없지 않은가. 그럼에도 '좀'을 말 앞에 붙여 당당함은 누그러뜨리려 했다. 그러나 곧이어 나온 '저렴'이란 말이 직원의 환영하던 기색을 사라지게 한 듯 보였다.

    "요금제부터 보셔야 하는데요"
    "제가 군에 갔다 와서 잘 모르는데, 어떤 요금제가 있나요?"
    "저기 팻말에 써져 있는 거 보세요"

    만족할 수 없었던 대리점

    냉담함과 친절함의 교묘한 조합에서 나온 말인 듯 했다. 바라보라는 팻말엔 각종 요금제가 작은 글씨로 빼곡히 쓰여 있어 분간이 되질 않았다. 저걸 어떻게 보고 요금제를 골라보라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직원에게 항의투로 저 팻말은 잘 보이질 않으니 상세한 안내를 부탁한다고 했다. 그러더니 직원은 책자를 꺼내 들더니 펼쳐 보였다. 책자를 유심히 봤다. 통화 무제한, 데이터 300MB 제공에 눈길이 갔다. 가격은 월 3만 원대 초반.

    통화량이 무제한이란 조건은 꼭 필요했다. 입대 전에 사용한 만큼만 내면 되는 표준요금제를 쓰다가 통화가 많은 달이면 요금이 치솟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와이파이가 있는 마당에 데이터는 고려 대상에서 그 다음이었다.

    "이 요금제로 하면서 저렴하지만 괜찮은 폰 있을까요?"

    직원은 진열대에서 폰 세 개를 꺼내 내놨다. 두 개는 외국산이고 한 개는 국산이라는 데 어디 건지 잘 모르겠다. 괜찮은 폰이 이것들밖에 없느냐고 물었더니 직원은 "손님이 정확하게 어떤 걸 원하는지 모르겠네요"라고 묻는다.

    "저렴하고 괜찮은 요금제와 폰 있을까요"란 질문을 했을 때 직원이 '척척 설명해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바람이 있지만 싼 것만 팔기 어려운 그쪽도 먹고는 살아야 한다는 사정이 있겠거니 싶었다. 누굴 탓하겠는가. 그렇지만 답답했다. 질문에 답은 뱅뱅 돌고 말았고 수풀을 헤집는 심정이었다.

    자리에서 나왔다. 직원의 응대를 보니 발품 팔아서 될 문제가 아님을 직감했다. 요금제는 대략 알겠으니 어떤 휴대폰이 괜찮은지 인터넷을 통해서라도 살펴봐야겠구나 생각했다.

    최신에 휩쓸리지 말고 내 기준대로

     이통3사 보조금 경쟁이 한창이던 13년 6월 서울 마포의 한 휴대폰 판매점. 갤럭시S4 등 최신 스마트폰이 모두 '공짜'라고 홍보하고 있다.
    ⓒ 김시연



    어떤 휴대폰이 나와 있는지 살펴봤다. 역시나 신제품들이 대세인 듯했다. 지원금과 할인을 받으면 신제품을 공짜로 살 수 있다고 선전했다. 말이 사실인지 견적부터 내보기로 했다. 공짜는 없었다. 할인을 다 받으려면 신용카드에 가입하고 70만 원 이상을 달마다 사용해야 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 아니면 기기 값으로 월 3만 5천 원을 요금에 더해 꼬박꼬박 내야 했다. 신제품 사는 건 접기로 했다.

    고가폰 살 여력이 있어도 비싸게 살 마음은 추호에도 없었다. 고사양 게임을 할 것도 아니었고, 배터리량이 많고 카메라 화질 좋고 다량의 음악을 집어넣고 들을 수 있으면 그걸로 족했다. 최신폰을 사지 않고 아낀 돈은 다른 일에 쓰면 될 일이었다. 요금제 드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대개 시간을 투입하면 비례해서 원하는 정보를 얻어내는 공간이 인터넷이다. 배터리가 비교적 다량이고 성능도 나름 괜찮은 중저가인 폰을 찾아냈다. 출시는 최근에 했다. 출고가는 20만 원대 후반이었다.

    시뮬레이션을 돌려봤다. 2년 약정에, 폰을 월 할부로 산다고 가정하면 선택한 요금제와 합쳐 월 3만 원 중반쯤 내면 됐다. 가족 할인으로 월 통신요금에 10%를 할인받는 건 덤이었다. 표준요금제로 통화량이 많은 달에 5만 원을 냈던 경험에 비춰볼 때, 통화량이 무제한이란 조건을 감안하면 괜찮은 가격이었다. 다른 폰도 살펴보다 이 폰을 사기로 마음을 굳혔다.

    "이 요금제론 적자예요"

    약정은 피해갈 수 없었다. 현금으로 기곗값을 완납한다 하더라도 약정은 해야 했다. 새 걸로 폰을 교체하려면 2년의 족쇄는 감수해야 했다.

    폰도, 요금제도 정해졌겠다, 이제 남은 건 가까운 대리점에 들러 요금제에 가입하고 폰을 수령하는 거였다. 만사가 그렇듯, 예상했던 대로 흘러가는 건 흔치 않다. 요금제에서 복병이 튀어나왔다. 대리점 말론 3만 원대 요금제론 폰을 줄 수 없다는 거였다. 왜 그런지 물었더니 돌아온 답은 우리도 남는 게 있어야 한다는 거였다.

    "이 요금제로 폰을 드리고 싶은데 이러면 우리가 적자에요. 다른 대리점도 이렇게 팝니다."

    대답이 정녕 사실인지 다른 대리점도 두루 다녔다. 요금을 더 내야 폰을 줄 수 있다는 명제가 이 대목에선 찾아간 모든 대리점이 들어맞았다. 대리점은 이구동성으로 폰을 구입하려면 4만 원 중반대 요금제를 6개월 이상은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대리점 외벽은 휘황찬란하게 공짜폰, 할인을 홍보하지만 막상 상담하면 우리가 주는 만큼 너희도 주라는 식이었다. 어떻게든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말이었다.

    기술 혁신의 함정

    폰을 현장에서 수령하려고 대리점을 들른 거였다. 방향을 바꿨다. 온라인 직영샵에서 시뮬레이션대로 폰을 구입했다. 지난달 30일이었다. 월 요금 3만 원대를 수성하는 데는 성공한 것이다. 다만 구입하는 과정에서 동의할 건 뭐 이리 많은지, 통신사가 마케팅하려고 선택 조항으로 끼워 넣은 게 한두 가지씩은 꼭 있었다. 눈 부릅뜨고 주의해야 했다.

     월 납부 예상 시뮬레이션 결과.
    ⓒ 고동완


    결국 대리점이 저렴할 거란 믿음은 버리는 게 맞다. 발품 파는 건 좋지만 그에 앞서 인터넷으로 사전에 조사를 충분히 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지 않고 무작정 대리점에 상담을 요청하면 반응이 시큰둥한 경우가 많다. 그리고 온라인과 대리점을 서로 비교해가며 최적의 조건을 찾아 선택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원금을 받아 폰 구입비를 낮출까, 2년 약정에 지원받는 '요금할인'으로 월 통신요금을 내릴까 고민해야 하는데 시뮬레이션 결과, 더 저렴한 쪽을 택했다.

    주위 사람들에게 월 통신료로 얼마 내냐고 물어보면 대개 6만 원 선에서 낸다고 한다. 월 6만원X12개월하면 결코 적지 않은 돈이다. 3G, LTE에 이르기까지, 기술의 진보는 거듭하는 데 부담은 줄어들기는커녕 덩달아 늘었다. 기술 혁신의 함정일지 모른다. 혁신에 따라 덫에 빠진 사람은 없는지 살펴볼 일이다.

    통신사 대표격인 SK텔레콤은 지난해 당기 순이익만 1조 6천억 원을 남겼고, 후발주자 KTLG 유플러스는 15년과 16년에 걸쳐 연달아 순이익이 급증했다. 통신료 인하가 화두로 떠오른 배경이다. 통신사 요금제를 살펴보면 요금을 통화량보단 데이터에 방점을 찍어 차등을 두는 경향이 있었다. 요금을 하향하려면 현행 요금 체계가 합리적인지 살펴보는 것과 더불어 와이파이 확충 같은 공공 통신 인프라의 개선도 절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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