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악녀>가 선보인 새로운 액션, 그러나 스토리가 아쉽다 (6.19)
    생각/영화 2017. 9. 3. 20:00

    [리뷰] 여성 그려내는 한계... 짧은 순간 해석의 여지도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2335020

    [오마이뉴스고동완 기자]

    이미지 원본보기
    ▲  영화 <악녀> 스틸사진
    ⓒ NEW


    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담겨있습니다. 

    막이 오르자마자 1인칭 FPS 게임(First-Person Shooter, 1인칭 총기 게임) 같은 장면이 시작된다. 주인공의 시선으로, 나오는 족족 사살한다. 한치의 오차도 없다. 하지만 움켜쥔 총은 한차례 타격에 날아가고 주인공은 칼을 뽑아 든다. 전개 양상이 육탄전으로 바뀐다. 피가 여기저기 분출된다. 죽어 나간 이를 헤아리기 어렵다. 그 시점에 1인칭이 3인칭으로 바뀌고, 주인공인 숙희(김옥빈 분)의 얼굴이 등장한다.

    이 10분간의 싸움은 롱테이크로 관객에게 전달된다. 다소 비현실적인 장면은 롱테이크 화면에 담기자 허구성이 상쇄된다. 끊임없이 편집된 장면은 숙희가 시설을 빠져나가려 할 때, 숙희와 중상(신하균 분)이 적대감으로 마주할 때도 전개되는 상황의 비현실성을 낮추듯 그려진다. 언론 시사회에서 감독은 "롱테이크이지만 길게 찍은 장면을 이어 붙였다"고 말했다.

    그리하여 총과 기다란 칼, 도끼가 난무하는 싸움터에서 주인공이 몸이 성한 비현실성을 떨어뜨리고 관객이 액션에 시선을 고정하도록 한다. 1인칭 같은 장면은 싸움터에 주인공과 관객이 혼연일체가 되도록 해준다. 이처럼 영화 <악녀>는 한국 액션 영화의 새 면모를 보인다. 실내에 머무르지 않고 뛰쳐나와 마을버스에서 정신없이 싸움을 펼쳐나가는 것도 이색적이다.

    액션 촉발하려는 인위성이 불편하다

    이미지 원본보기
    ▲  영화 <악녀> 스틸사진
    ⓒ NEW



    영화는 액션 장면의 개척에 초점을 맞춘 나머지, 스토리가 부실해지고 말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개연성을 드높일 설명은 배제한 채, 액션으로 극을 이끌어나가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야기를 엮어나가는 핵심, 주인공 숙희의 면면이 이를 방증한다.

    숙희는 주체성이 미약한 인물로 그려진다. 아버지가 바로 앞에서 희생당하는 걸 목격해야 했던 숙희는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절치부심한다. 숙희는 중상에 의해 살인 병기로 거듭나지만 의존적인 모습을 보인다. 중상을 오롯이 믿고 따르고 배울 뿐이다. 

    아버지의 피를 보고 분한 마음에 아무리 삶이 매몰됐다 할지라도, 숙희가 했을 법한 다양한 사고는 영화에서 잘 그려지질 않는다. 중상이 제공하는 집에 얹혀 지내며 외지의 시선으론 감옥 같은 곳에서 삶을 보내고 복수심을 키워나가는 데 머무를 뿐이다.

    또 국정원

    이미지 원본보기
    ▲  영화 <악녀> 스틸사진
    ⓒ NEW


    이는 액션이 촉발하도록 인위적으로 끼워 넣은 장치처럼 느껴지는 데다 대중문화에서 답습되어온 수동적인 여성을 그려내는 것처럼 보인다. 극 중 모성애가 분노를 촉발하는 도구로 귀결되고 만다는 점도 불편함을 키운다.

    영화에선 납득되지 않은 장면도 이어진다. 단골 소재, 국정원이 영화에 등장한다. 그런데 국정원은 파놉티콘 같은 시설을 세워 임무를 맡을 교육생을 기르는 데 열중을 올리지, 막상 범죄 집단을 잡는 모습을 보면 그 힘이 미약하기 그지없다. 노출을 덜 하겠다는 복안이었는지는 몰라도, 범죄 집단의 일원을 제거하는 데 한두 요원만 동원할 뿐이다.

    또 경찰이 충분히 대응할 법한 범죄 조직을 굳이 국정원까지 나서야 하는지 이에 대한 부연 설명 없이 진행되는 내용도 영화의 인위적인 면모를 더한다. 정보기관을 이야기 뼈대로 삼아버리는 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는 점에서 간편할지 몰라도, 자칫 묘사가 세밀하지 않을 경우 이야기의 식상함에다 흠결을 낼 수 있다는 단점을 낳기 마련이다.

    다르게 볼 여지, 짧은 순간에 생긴다

    이미지 원본보기
    ▲  영화 <악녀> 스틸사진
    ⓒ NEW



    숙희가 경찰에 잡혀 국정원에 들어가는 과정도 클리셰의 연속이다. 사건이 벌어지던 상황에 공권력은 존재하지 않지만, 상황이 종료되고 난 뒤에야 경찰차가 대거 출동해서 사건 당사자, 숙희를 마주하는 광경이 그렇다. 다소 힘이 떨어지는 이야기를 격렬한 액션이 다시 부상하게 도와준다는 점을 영화의 위안으로 삼아야 할까.

    사실 영화엔 액션 같은 볼거리 말고도 살펴볼 지점이 있다. 영화가 숙희란 인물을 수동적으로 그려내는 데 그쳤냐는 점이다. 영화는 숙희의 한계점을 분명하게 그려내긴 하지만, 그 한계의 사슬 역할을 했던 범죄 일당을 숙희가 끊는 과정을 비춘다는 점에서 수동적인 여성상과 다르게 볼 여지를 갖췄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숙희가 감정선을 고민 끝에 끊어내버린 뒤 해방감을 느끼듯이 활짝 웃어 보이는 게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그 순간이 너무나도 짧았기에, 그간에 그려진 숙희의 모습을 상쇄하지는 못하고 말았다. 거꾸로 액션 위에 이야기가 진행된 <악녀>가 가진 한계일 것이다.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