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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TBC 뉴스 엔딩곡으로 나온 이 곡, 정말 명쾌하지 않은가
    쓴 기사/기고 2017. 10. 29. 16:41

    [내 인생의 BGM] 사시사철 듣게 된 'Radiohead'의 'Karma Police'

    어떤 게 좋은 음악인가. 각자 머리에 그릴 곡이 있을 것이다. 갈래가 나눠진다. 마음의 전율을 일으키는 곡? 울적함을 가실 신나는 곡? 아니면 비장미에 젖어들게 하는 웅장한 곡? 사람마다 취향 차가 있다. 좋은 음악에 공통점이 생기지 않는 건 아니다.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는 것. 그건 좋은 음악의 공통점이자 밑바탕일 것이다.

    노래 부르는 건 죽어도 싫어하는 나지만, 노래 듣는 건 낙으로 삼는 나. 딱 한 번 듣고 '필'에 꽂혀 3년이 넘는 시간, 틈나면 찾던 곡을 소개한다.

    전주가 울린다. 피아노의 선율이 마음을 살짝 적셔주면서 담담하게 흐른다. 청각에 신경이 모인다. 마음의 울림을 차츰 고조시킨다. 감정을 과잉해서 끌어올리지 않는다. 내면을 자극할 그 때, 드럼이 끼어들고 가사가 흘러나온다. 꿈틀거리던 감정이 살짝 솟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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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arma Police'가 수록된 < OK computer > 앨범 커버.
    ⓒ radiohead


    전주의 여운, 가시질 않는다

    영국의 유명 록 밴드 'Radiohead'가 작사, 작곡한 이 곡의 백미는 전주다. 감정은 건드리면서도 후유증은 남기지 않는다. 폐부를 찌를 것 같으면서도 위무와 회복이 이뤄진다. 음악엔 전주가 중심이 되어 곡을 이끄는 게 있고, 초입부가 지나면 전주가 증발해버리는 곡이 있다. 'Karma Police'는 전자라 전주의 여운이 강하게 이어진다.

    곡은 일어난 감정을 중간선 아래에 두고 몰아간다. 가사를 읊는 가수의 목소리엔 서글픔이 서려있다. 건조하지만 힘이 녹아있다. 서글픔과 힘이 양립하면서 음악은 침울함의 나락을 경계한다.

    걸을 때, 피곤할 때, 일이 안 풀릴 때, 자기 전에, 사시사철 이 곡을 찾는다. 군대에서도 PMP에 곡을 담아 들었다. 다른 곡들은 스마트폰에 넣고 듣다보면 물려버리는 데, 이 곡은 예외다. 이 곡이 슬픔의 수렁으로 빠뜨리거나 신난 음색만 마냥 펼쳤다면 용량만 잡아먹는 데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Karma Police'가 내 마음을 휘어잡은 건, 울적함이 퍼지는 가운데 메시지의 전달을 머뭇거리지 않겠다는 곡의 의지가 오감으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곡의 분명한 메시지

    그 메시지는 중언부언하지 않는다. 간결하고 명확하다. 'Karma Police'에서 'Karma'는 업보를 뜻한다.  가사에서 곡의 남자는 수학을 말하는 남자를 체포해달라, 머리 모양을 히틀러처럼 한 여자를 잡아달라 'Karma Police'에 요구한다. 자신의 주관을 기준으로 불편한 사람을 체포 대상에 고른 것이다. 하지만 'Karma Police'의 답은 분명하다.

    "This is what you'll get."

    풀어서 말하면 이건 네가 받아야 할 것. 신고자는 'Police'에게 선업을 쌓아가려는 듯 신고했지만 정작 돌아온 건 '네가 받을 업보'. 'Police'는 주관에 의탁하여 다른 이를 심판하겠다는 그 남자의 발상을 딱 잘라버린 셈이다.

    'Karma Police'가 실린 앨범 < OK computer >는 1997년에 발매됐다. 올해로 20주년. 이를 기념하여 블루컬러 한정판 LP가 국내에 발매됐지만 동이 나버려 중고거래 사이트 등지에서 뒷거래되고 있다. < OK computer >에 담긴 다른 곡들도 한결같이 명곡이다. 대표곡은 'Paranoid Android'와 'No surprises'. 

    오리지널 색감 살린 변주된 곡도

    'Karma Police'를 향한 사람들의 애정은 유튜브가 증명한다. 공식 영상 조회수가 2천백만을 넘겼다. 물론 조회수 2억 2천만을 기록한 'Creep'이나 'No surprises'가 5300만을 기록한 것과 견주면 낮은 수치이긴 하다. 그러나 이게 뭐 대수인가. 

    이 곡을 처음 접한 건 지난 2014년 2월 6일, JTBC < 뉴스9 > 엔딩곡에서였다. 뉴스가 끝날 때쯤 무심코 엔딩곡을 듣다 잔상에 남아버렸다. 이 날은 국정원 수사 축소 의혹을 받던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무죄가 선고된 날이라 'Karma Police'가 선곡된 게 이와 관련이 있는 거 아니냐는 추측이 누리꾼 사이에서 무성했다. 음악에 담긴 메시지가 가볍지 않은 탓일 것이다.

    여하튼 'Karma Police'은 이후 여러 연주가에 의해 다양하게 변주되어 왔다. 오리지널의 색감은 살리되 깊이를 더한 곡이 적지 않다. Dafne, Jordan Rudess, Jessica Brando, Mike Lucero의 곡들이 있다. 'Karma Police'의 매력에 흠뻑 젖어들었다면 변주된 곡들도 찾아서 들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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