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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쟁영환데 많은 사람이 산다? <덩케르크>의 진짜 묘미
    생각/영화 2017. 10. 29. 16:42

    [리뷰] 개봉 하루만에 30만 관객 몰이... <군함도>와 본격 경쟁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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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덩케르크>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2014년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무너뜨렸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신작 <덩케르크>에선 현실의 시간 경계를 허물어버렸다. 시간만 허문 게 아니다. 전쟁 영화의 통념도 같이 무너뜨렸다.

    지난 20일에 개봉한 영화 <덩케르크>의 배경은 독일군 기세가 등등하던 2차 대전 초기. 1940년 5월 독일군은 파죽지세로 네덜란드와 벨기에, 룩셈부르크를 침략하고 프랑스로 진격했다. 해안에 고립된 영국군은 프랑스 북부와 벨기에 해안을 활용, 남아있는 병사를 본국으로 보낼 계획을 세운다. 이것이 '덩케르크 철수 작전'. 유럽 평정을 노리는 독일군은 이를 가만 내버려두질 않는다.

    철수 대상에 오른 병사는 한 두 명, 십 수 명이 아니다. 영국군 22만, 프랑스와 벨기에 연합군 11만을 영국 본토로 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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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덩케르크>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살자, 살리자"는 열망

    <덩케르크>는 살리려는 자와 살려는 자의 치열한 투쟁기다. 영화 속 군인은 쉽게 산화되지 않는다. 죽음이 아른거리는 군인도 목숨 끈을 질기게 부여잡고 살리려는 자의 손을 잡으려 안간힘을 쓴다. 대량 학살을 심심찮게 보여주던 전쟁 영화의 기본 공식을 깨뜨린다.

    영화의 초점은 사람을 구하는 데 쏠려있다. 분에 차서 사람을 죽이는 데 있지 않다. 이 또한 전쟁 영화는 살상이 주라는 통념에서 비켜간 것이다. 영화 초반부터 독일군 전투기가 해안가를 강타하고, 포탄에 맞은 장병들은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는다. 

    해안에 고립된 영국군 사병 토미(핀 화이트헤드 분)는 시체를 바라보다 그 옆에 숨을 가파르게 내쉬는 한 병사를 목격한다. 토미와 깁슨(아뉴린 바너드 분)은 그 부상병을 들 것에 눕히고 사력을 다해 구조선에 태우려 한다. 구조선은 떠날 채비를 갖추고 신호만 기다린 상황.

    시작부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걸 극의 뼈대로 명확히 한 영화는 시종일관 한 사람이라도 어떻게 구할 건가에 초점을 모은다. 초점을 극대화할 복선을 깔아버리듯, 독일군은 적십자 표시가 그려진 구조선마저 인도주의를 저버리고 전투기로 침몰을 시켜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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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덩케르크>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전쟁 영화 공식 탈피

    독일군의 만행에 사람 목숨은 경각에 달릴 수밖에 없다. 일분일초가 시급한 때 영화는 한스짐머가 작곡한 곡을 통해 분초를 다투는 상황의 긴박성을 강조한다. 그 긴박함은 다시 사람을 살려야 한다는 명제를 뚜렷하게 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덩케르크>에서 시각을 삼등분하는 실험을 단행했다. 하나는 육지, 또 하나는 바다, 다른 하나는 하늘이다. 나눠진 시각은 통합의 과정을 거치며 관객의 시야를 넓히는 한편, 지루함을 상쇄하고 사람을 구하겠다는 명제 아래로 모여든다. 결국 시각이 나뉜 게 아닌 게 된다. 마음이 뭉클해지는 건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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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덩케르크>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사실, 전쟁 영화는 아직 다양한 실험을 하지 못한 '미개척지'라 말할 수 있다.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미국 드라마이긴 하지만 <밴드 오브 브라더스>와 <더 퍼시픽>으로 대변되는 할리우드 전쟁극들은 살육을 거듭하며 전쟁의 참상을 보여주는 데 주력해왔다.

    <덩케르크>는 이제는 살짝 고루함직한 전쟁극들의 공식에서 벗어나 이야기의 배경과 중심, 시간의 설계에서 변주를 가했 이 실험은 일단 성공한 듯 보인다. 평론가들의 혁신적이었다는 호평과 국내 개봉일 하루만에 20만을 불러 모으는 등 대중의 열띤 관심이 이를 방증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작 중 <인터스텔라>가 SF 영화의 대중성을 만천하에 각인시켰다면, <덩케르크>는 전쟁 영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경은 다르지만 역사에 방점을 둔, 26일 개봉을 앞둔 영화 <군함도>가 긴장해야 할 상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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