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서울 '하늘소' 대량 출몰, "기온 상승과 북한산 때문" (7.26)
    쓴 기사/기고 2017. 11. 1. 17:12

    강북 주민들, "17년 살았는데 처음 봐, 왜 도시까지 내려왔나" 의문... 기온 상승으로 번식 왕성

    [오마이뉴스 글:고동완, 편집:박정훈]

    ▲  KBS 뉴스에서 보도한 하늘소의 모습
    ⓒ KBS 캡처


    "샌들 신고 나갈 수가 없다."
    "밖에 못 나가겠음. ㅠㅠ 얘기 듣고 한 번도 안 나갔음."
    "약속 때문에 길 가다가 기겁."

    지난 25일, SNS상에 "밖에 못 나가겠다"고 하소연하는 서울 강북 지역 주민들이 속출했다. 장마와 폭염으로 불쾌지수가 극에 달하는 이때, 엄지손가락 만한 곤충이 서울 강북·도봉구 일대에 대거 출몰했기 때문이다. 지역 주민들은 공포심마저 느끼고 있었다.

    강북구 우이동에서 식당을 영업하는 문옥순씨는 26일 기자와 만나 "식당 문을 열어놨다가 곤충이 길가에 깔려있어 닫아야 했다"면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곤충의 명칭은 '하늘소'. 국립수목원에 따르면 흑갈색을 띤 하늘소는 몸의 길이가 34~57mm에 달한다. 멸종 위기종 1급으로 분류된 장수하늘소와는 구별된다. 하늘소가 집중 출몰한 지역은 북한산을 낀 강북구 수유·쌍문동과 도봉구 방학동 일대다. 특히 북한산 아래 우이동에서 하늘소가 다량 목격됐다.

    ▲  강북구 우이동 일대. 멀리 북한산이 보인다.
    ⓒ 고동완


    "이 동네에서 17년 지냈는데 처음 보는 광경"

    이 동네에서 17년간 애완동물 가게를 운영했다는 권용표씨는 "(곤충이 출몰한) 이런 광경은 처음이었다"며 "미관상으로도 그렇고 길 가다 곤충이 밟혀 기분이 영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익명을 요구한 빵집 주인은 "곤충을 처음에 보고 바퀴벌레인 줄 알았다"며 "손님들이 많이 놀라했다. 밤이 되면 가게에 곤충이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방앗간을 영업하는 이정화씨는 "한 달 안팎으로 갑작스레 곤충이 보였는데, 곤충이 왜 여기까지 내려온 건지 알려달라"며 의문을 나타냈다.

    하늘소가 도시에 다량 출몰한 원인으론 온난해진 '기후 변화'와 다량으로 번식 가능한 환경이 꼽힌다. 홍성철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원은 2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하늘소는 따뜻한 기온에 잘 번식한다"며 "기생할 수 있는 참나무 목재가 북한산에 있어 인근 도시에서 목격되고 있는 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홍 연구원은 "기온이 앞으로도 상승할 걸로 보이므로 하늘소 번식이 왕성할 가능성이 있다"며 "도시에도 출몰한 만큼, 수도권의 곤충 서식 환경이 변화된 증거"라고 말했다. 실제 강북구청 관계자는 물론, 이 지역에서 여러 해 거주했다는 주민들은 도시에 하늘소가 다량으로 출몰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  페이스북 '도봉구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올라온 '하늘소'에 대한 걱정.
    ⓒ '도봉구 대신 전해드립니다' 갈무리


    "기온 상승과 북한산 특성이 맞물려 번식 키워"

    북한산이 갖는 특성이 하늘소의 번식을 키웠다는 의견도 나왔다. 임종옥 국립수목원 연구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북한산에 하늘소가 번식하는 데 적합한 나무가 많았다"고 말했다. 해충 등의 공격으로 쇠약해진 나무가 산에 많은데 거기에 알을 낳는 하늘소의 특성상 다량으로 번식이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역시 기온 상승을 번식의 원인으로 짚으며 홍 연구원의 설명을 뒷받침했다. 임 연구사는 "올 겨울이 그렇게 춥진 않았다"며 "낮은 온도가 지속될 경우 곤충의 겨울나기가 어려울 텐데 그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 연구사는 최근에 장마철이 이어지면서 도시에 하늘소 출몰을 부추겼다고 해석했다. 비가 내리면 밤에 구름이 많이 끼는데, 달빛이 없는 상태에서 야행성인 하늘소가 도시 불빛을 보고 대량 유입됐다는 것이다. 아울러 비행도 가능하기 때문에 도시로의 유입이 그만큼 쉽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하늘소의 출몰로 미관상 징그럽다는 의견에다 사람에 해를 입히진 않을지에 대한 우려가 SNS상에 존재하는 가운데, 하늘소를 해충으로 여겨도 되는 걸까. 임 연구사는 "그렇게 볼 수만은 없다"고 지적했다.

    하늘소의 '장단점'... 관할 구청 "선별해서 방제할 계획"

    ▲  우이동 보도에서 목격된 죽은 '하늘소'
    ⓒ 고동완


    "하늘소는 생태계를 순환시켜요. 파릇파릇한 나무엔 기생을 하지 않습니다. 산림병이나 해충으로 죽어나가는 나무에 알을 낳아 오래된 나무는 죽게 하고 새로운 나무가 발생할 근거를 마련해주죠. 이 점에선 해충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다만 나무에 흠집을 내 알을 낳아, 큰 턱이 발달해있는데 인위적으로 잡으려는 사람에게 방위 차원에서 공격해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에 임 연구사는 "하늘소를 방제로 쫓아내는 게 궁극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하늘소는 나무 안에 기생해서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아무 나무에나 살충제를 뿌리긴 어려워 방제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강한 햇빛에 하늘소는 죽어버리고 맙니다. 자연적으로 내버려두는 게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관할 구청 역시 생태계에 큰 위협을 안기지 않는 만큼, 전면적인 방제는 자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북구청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곤충이 혐오감을 주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민원이 오는 지역을 위주로 선별해 방제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