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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울 효정학교 황경선 교장 "15년 만에 생긴 학교... 장애인에게 교육은 생존"

[오마이뉴스 글:고동완, 편집:김예지]

"제주, 경주, 청주, 부천…. 교육받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올라와요. 아이들 전부가 타지에서 이사 왔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지난 13일에 만난 황경선 교장은 지역을 특정하지 않고 읊었다. 언뜻 잘 가르치기로 유명한 학교를 홍보하는 수식어 같다. 실상은 교육의 기본권조차 제대로 누리기 어려운 한국 장애인의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낸 말이다. 

황 교장이 몸담은 학교는 지난 1일 강북구에 개교한 서울 효정학교. 서울에서 15년 만에 지어진 특수학교다. 만 0세 이상 5세 이하 시각장애인 영유아를 교육한다. 이 학교에 아이를 보내려고 부모들이 '맹모삼천지교'를 감수하는 건 이 같은 학교가 전국에 드물기 때문이다.

15년 만에 세워진 서울권 특수학교, 이마저도 '부족'

▲  효정학교에서 수업을 받는 아이들
ⓒ 고동완



육아정책연구소가 2015년에 내놓은 '돌봄 취약계층 맞춤형 육아지원 방안 연구'에 따르면 유치원과 어린이집 어디에서도 교육을 받지 못하는 장애 영유아는 전체 5만4000명 중 70%인 3만8000명에 이른다. 특수학교나 장애인을 전문으로 교육하는 어린이집에 다니는 영유아는 12.4%인 6800명에 불과하다. 

이 통계 수치도 유치원 특수학급이 2011년 254개에서 2015년 480개(교육부 특수교육연차보고서)로 늘어난 걸 감안해서 봐야 한다. 시각장애인 영유아를 전문으로 교육하는 학교는 전국에서 이곳이 처음이라는 게 황 교장의 설명이다. 장애인의 교육권이 온전히 보장되려면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일, 강서구에 특수학교를 설립하는 안을 놓고 토론회가 열렸지만 찬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파행됐다(관련 기사: 무릎 꿇은 장애인 학생 엄마들 "우리 아이는 혐오시설이 아니다"). 그 자리에서 장애인 학생 부모들은 무릎 꿇고 학교 설립을 간곡하게 호소했다. 서울에서는 2002년 종로구에 경운학교가 세워진 이후로 올해 효정학교가 문을 열기 전까지 특수학교가 세워지지 않았다.

장애인의 교육권은 곧 '생존권'

▲  서울효정학교 내부. 영유아 신체에 맞게 보조 난간을 벽면에 설치한 게 눈에 띈다.
ⓒ 고동완



황 교장은 장애인에게 교육권은 생존의 문제임을 강조했다. 생애 연령에 따라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한 장애인은 삶을 영위해나가기가 무척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장애 아이가 차츰 성장하면서 혼자 힘으로 식사를 한다던가, 언어 구사력을 높여 나가야 하는데 단계에 맞춰 제때 교육을 못 하면 '지체 현상'이 나타납니다. 결국 지적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특히 언어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사람과 사람 간의 소통부터 힘들어지잖아요. 아이를 특수학교에 못 보내서 지체를 겪는 장애인이 많아요."

경제적 부담을 무릅쓰고 장애 아이의 교육을 위해 지방에서 서울로 상경하는 부모들의 사정을 헤아릴 수밖에 없다. 부모들은 통학의 거리와 정원 문제로 아이를 특수학교에 보내기가 어려운 탓에 비장애인과 교육을 받는 '통합 교육'에 문을 두드리다 좌절을 겪기도 한다. 

황 교장은 "학부모들 얘기를 들어보면 어린이집은 아이를 잘 받아주질 않고 받아주더라도 아이들 사이에서 놀림을 받아 소외된다고 하더라"라며 "장애 아이는 특수교육을 전문적으로 배운 교사가 달라붙어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부모들이 특수학교을 중요하게 여기는 배경이다.

주민이 반기는 특수학교 "다른 지역에도 이런 곳 있어야"

▲  서울 강북구에 위치한 서울효정학교.
ⓒ 고동완



효정학교는 애초 16명 정원에 4학급 기준으로 세워졌지만 이보다 많은 26명의 아이들이 와서 현재는 7학급으로 증설했다. 유아 특수교육을 전공한 교사 14명이 근무 중이다. 최근에도 부천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아이를 보내려는 상담 전화가 끊이질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입학을 원하는 모든 아이를 받을 순 없다.

"아이들을 더 받고 싶지만 시설 같은 물리적인 환경의 제약으로 40명 이후가 되면 어렵지 않을까 싶어요. 다른 곳에도 이런 학교가 세워져야 해요."

100m 거리에 있는 한빛맹학교가 운영하는 효정학교는 주민들의 큰 반발 없이 비교적 순탄하게 개교할 수 있었다. 최근 강서구에서 불거진 특수학교 설립 반대와 1997년 강남구 일원동에 개교를 앞두고 반대가 극심했던 밀알학교 사례와는 대비된다. 이런 밑바탕에는 주민들과 상생을 추구한 학교 측의 노력과 주민들의 호의가 있었다.

"한빛맹학교를 통해 주민들과 장애인이 만나서 소통할 기회가 많았어요. 학교 차원에서 주민들에게 교내 헬스장을 개방한다던가, 주민들이 공청회나 모임을 가지면 교내 식당과 강당을 빌려줬지요. 주민들에게 음악회를 열어 음식도 제공하기도 하고요. 덕분에 학교가 세워질 때 반대가 사실 없었어요. 개교를 앞둘 때는 지역 주민들이 떡 안 돌리냐고 우스갯소리도 하시고요."

그럼에도 쉽지 않았던 학교 건립

▲  서울효정학교 황경선 교장.
ⓒ 고동완



효정학교가 만들어지는 데 어려움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한빛맹학교 유치부에 아이들이 많아지자 탄생한 효정학교는 건축에 소요되는 자금을 구하는 데 애를 먹었다. 부지 매입비 11억 원을 포함, 지하 1층과 지상 4층 건물을 짓는 데 들어간 총 비용은 33억 원. 다행히 모 기업과 서울마주협회에서 십시일반 모아 건축비용과 인테리어 비용을 보조해줘 개교할 수 있었다.

효정학교는 특수학교가 원활히 설립되기 위해선 주민·지역사회의 관심과 호응이 있어야 한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그러나 강서구의 경우와 같이, 다른 지역 상황이 효정학교와 같을 순 없다. 특수학교의 증가 추세는 더디기만 하다. 전국 특수학교 수는 2009년 150개에서 지난해 170개로 7년 사이 20개가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한 해 평균 세 개 꼴로 세워진 셈이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장애 학생과 그 부모의 몫이다. 지난 7일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서명 운동을 시작한 '강서구를 사랑하는 모임'은 "강서구에 특수학교 한 곳이 있으나 정원이 부족해 100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왕복 세 시간인 통학버스에 몸을 맡겨 시달린다는 걸 알게 됐다"고 지적했다.

특수교육을 전공하고 27년간 아이들을 가르쳐 온 황 교장은 이번 강서구 특수학교 논의에 대해 "소수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도 문제지만 국회의원이 한방병원 얘기(관련 기사: '특수학교 반대' 배후에 '김성태 월권공약' 있었다)를 던져 주민들의 반대 여론을 거세지게 만든 것도 문제"라면서 "밀알학교 개교 당시에도 처음에 반발이 거셌지만 지금은 주민들과 공존하는 만큼, 지역 사회가 사람과의 공생을 생각하면서 넓게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효정학교 개교, 지역 주민들의 실제 반응은
마을 안의 특수학교, 실제 이웃들의 반응은 어떨까. 학교 100m 안에 사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학교에 대한 생각을 물어봤다. 대답에 응한 주민들은 효정학교 개교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이아무개(60·남)씨는 "맹학교가 근처에 있었지만 별다른 사건이나 탈은 없었다"며 "특수학교가 세워진다고 집값 떨어진다 걱정하는 건 불필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강서구 옛 공진초 부지에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 측 우려 중 하나는 집값 하락이다. 그러나 특수학교 설립이 집값 하락과 연결된다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반박의 목소리(관련 기사: "특수학교 들어서서 집값 떨어지는 거 봤나요?")가 나오고 있는 상황.

임인순(59·여)씨는 "저 앞에 학교(한빛맹학교)가 있는데 효정학교가 세워졌다고 굳이 불편한 건 없다"고 말했다. 이미 효정학교 근처에 한빛맹학교가 자리잡고 있는데 추가로 특수학교를 짓는다고 반대할 이유는 없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었다. 

이런 의견도 있었다. 이민애(35·여)씨는 "아침에 효정학교를 지나갈 때마다 선생님들이 반갑게 아이를 맞아주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진다"며 "학교가 깨끗하게 지어진 것도 학교에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게 된 요인"이라고 말했다.

"학교가 들어오면서 선생님들도 오시고 지역이 발전되는 것 아니겠느냐"는 안은성(50·남)씨는 최근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에 대해선 "이제는 더불어 살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학교의 설립이 지역의 발전과 맞물려있고 또 상생과도 연결된다는 점에서 부정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어린이집에서 귀가하는 손녀를 기다리던 주광연(63·여)씨는 "(특수학교 설립을) 너무 부정적으로 보는 건 이해하기가 어렵다"며 "효정학교가 개교한 걸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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