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완의 미디어 이야기

[노트북 교체기] 3개월 만에 고장 나 새로 구입, 사양따라 가격 천차만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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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고동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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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바꾸는 것도 핸드폰만큼이나(관련 기사: '폰' 바꾸려고 하니... '월 3만원대'가 불가능했던 대리점) 지난했다. 아니, '교체'가 아니라 처음부터 새로 사려 했다는 게 아마 맞을지도 모른다. 이야기는 4년 전,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대학에 입학하고 노트북을 사려 했다. 하지만 걸리는 게 있었다. 군대에 곧 갈 거, 따져보니 노트북을 살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사봤자 제대로 사용도 못 해보고, 어디 구석에 2년간 뒀을 게 아닌가. 신형이 봇물 터지듯 나오는 판에 말이다. 

그러나 학보사에 들어가면서 사정이 바뀌었다. 대학 생활의 반절을 취재에 쏟아부을 정도로 재미를 붙였는데, 학보사 생활 1년째가 되자 노트북의 부재에 따른 불편함을 절절히 느꼈다. 현장에서 또닥거려 바로 기사를 완성할 것을, 휴대폰으로 녹음해 매번 녹취를 풀어야 했다. 

물론 대면 인터뷰할 때, 취재원 앞에서 자판을 두들기며 취조 느낌을 내는 건 거리낌이 있었다. 하지만 기자회견 등의 발표 현장에서 취재를 하고 나면 녹취를 매번 풀어내야 했으니 시간의 허비는 말할 것도 없었다.

'중고' 노트북의 처참한 결말

▲  문제의 그 중고 노트북.
ⓒ 고동완


2학년이 됐다. 바로 군대에 입대하면 아쉬움이 사무칠 것 같았다. 한 학기만 더 마치고 입대하자고 생각했다. 이렇게 된 거 노트북을 사는 게 좋을 듯했다. 다만 1년도 못 쓸 거라 굳이 모은 돈을 깨서 새것을 살 이유가 없었다. 중고로 눈길을 돌렸다. 구매 조건은 버벅거리지 않을 정도에 문서 작성이 잘 되면 그만이었다. '중고나라' 사이트에서 대상을 물색했다. 

윈도7 탑재, 메모리 1GB, 하드 150GB인 노트북이 눈에 들어왔다. 15만 원이었다. 이 정도 사양이면 중고로 대개 10~20만 원대 시세를 형성하던 차였다. 인터넷 서핑이나 문서 작성에 걸림돌은 없었다. 노트북은 쌩쌩히 잘 돌아갔다. 

그러나 좋은날은 얼마 가질 못했다. 딱 2개월이 지나자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공포의 블루스크린이 뜨기 시작한 것이다. 재부팅하면 복원 창이 뜨고 바탕화면을 보려면 장장 1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이런 빈도는 늘어만 갔다. 종국엔 텔레비전이 전파를 못 잡아 '찌직' 하는 화면이 떴다. 손 쓸 방법이 없게 됐다. 왠지 수리해도 회생이 불가능할 것 같았다. 결국 두 손 들고 구석에 노트북을 모셔뒀다. 

앞만 걸어가는 데 심취하다 다음 해가 되고 봄철이 됐다. 늦어만 가던 입대 날짜를 못 박았다. 2학년을 마치고 5개월이 더 지난 시점이었다. 입대를 앞둔 어느 날, 각종 자료를 뒤적이다 구석에 있던 노트북에 눈길이 갔다. 그래, 한가한데 이 '골칫거리'가 수리라도 가능한지 따져보자. 동네 서비스센터에 갔다. 수리기사가 말했다.

"메인보드가 나갔는데요. 수리비가 34만 원은 들 것 같은데, 어떻게, 수리해드릴까요? 그냥 새것 사시죠."

새 노트북을 사기 전, 조건 사항

▲  한 포털사이트 가격비교 화면. 조건을 정하고 노트북의 수많은 종류 중 맞는 걸 골라야 한다.
ⓒ 네이버 갈무리


15만 원을 되살리려 34만 원을? A/S 센터 수리기사의 조언을 받들어 노트북을 다시 구석에 뒀다. 아, 2개월 만에 애물단지로 전락한 노트북. 부품에 이상이 있지 않고선 그럴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판매한 이에게 환불을 해달라고 하기에는 때가 너무 늦었다. 중고 노트북은 불신의 대상이 됐다.

올해 5월, 제대했다. 긴말이 필요치 않았다. 노트북을 사야 했다. 중고를 살필 때와 달리, 조건을 조금 수정했다. 첫째, 너무 무겁지 말 것. 둘째, 게임은 안 하니 그래픽카드에 신경 쓰지 말 것. 셋째, 윈도가 설치돼 있는지 볼 것. 넷째, 램과 하드디스크가 충분한지 살필 것. 다섯째, 해상도가 15인치 이상일 것.

우선 첫째, 노트북 무게는 1.0kg 미만에서 2.5kg까지 각양각색이었다. 문제는 2kg이 넘어가면 가방에 들고 다닐 경우 그리 가볍지만은 않다는 사실이었다. 노트북만 달랑 가지고 다닐 건 아니지 않은가. 마우스, 충전기, 책, 노트 등을 넣고 다니는 순간, 가방의 무게는 급증하기 마련이다. 그리하여 못해도 2kg는 절대 넘기지 말자고 조건을 뒀다.

둘째, 요즘 유행하는 게임인 롤(리그 오브 레전드), 오버워치 등은 할 줄 모른다. 봐도 흥미가 없다. 그나마 추억이 깃든 스타리그를 보는 게 게임을 즐기는 전부다. 그래픽카드는 논의 대상에서 빠져야 했다. 셋째, 저렴한 가격을 빙자(?)해서 윈도가 포함되지 않고 출시되는 노트북이 비일비재했다. 정품 윈도를 사서 직접 설치해야 하는 수고스러움을 감안한다면 포함되어 있는 게 훨씬 나았다. 

넷째, 오래 쓸거니 램은 8GB 정도는 돼야 했다. 지금 쓰는 데스크톱이 4GB인데, 보안 프로그램이 몇 개 설치되면 부팅할 때부터 버벅거림이 있었다. 하드디스크 용량은 큰 욕심 없이 500GB면 됐다. 실제 출시된 노트북들을 보니 500GB와 1TB로 양분돼서 나왔다. 다만 SSD라 해서 하드디스크를 탑재하지 않고 128, 256GB 용량만 가지는 노트북이 많았다. 저장할 게 많았기 때문에 그 용량만 가지고는 어림없었다.

다섯째, 영화 같은 영상을 보려면 시원한 해상도가 필요했기 때문에 15인치 이상이란 조건을 단 거였다. 여기에다 가장 중요한 조건, 가격을 빠뜨릴 수 없었다. 모은 돈은 충분하지만, 물불 안 가리고 최상의 조건, 최고의 가격만 좇을 필요는 없었다. 내 돈 안 들이겠다고 가족에게 먼저 손 벌리려 하는 것도 영 마뜩잖았다. 그리하여 상한선을 80만 원으로 정했다.

핸드폰과 노트북은 달랐다

▲  판매를 위해 진열된 노트북들
ⓒ 케이벤치


노트북은 사양이 아니라 무게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같은 사양이면 1.8kg~2.0kg에 70만 원 하던 게 1kg 미만이 되면 100만 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전자회사들이 무게로 고급화 전략을 구사한 것 같았다. 1kg 미만에 90만 원은 눈에 잘 띄질 않았고 윈도와 하드디스크 포함이라는 조건이 더해지면 110만 원, 120만 원까지 가기 일쑤였다. 타협을 봐야 했다. 1.5kg 같은 어중간한 무게는 잘 안 보이니 1.9kg 노트북을 사기로 했다.

스마트폰만으로 여러 가지 일을 하기에는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공부를 하더라도 스마트폰을 통하면 손놀림이 느려 인터넷으로 자료를 찾기가 어려웠고, 취재는 말할 것도 없었다. 다른 이들이 노트북으로 시시각각 현장 상황을 받아칠 동안, 노트와 펜으로 핵심만 메모할 수밖에 없었다.

포털 가격 비교 사이트에서 이것저것 따지다 무게 1.9kg, 윈도 10, 램 8GB, 하드 500GB,  15인치 해상도인 70만 원대 노트북을 찾을 수 있었다. 마우스도 제공됐다. 이거다 싶었다. 찜해놓고 구입 시기를 저울질할 때쯤, 친척에게서 연락이 왔다. 공부하거나 글 쓸 때 필요할 테니 복학 선물로 노트북을 사주겠다고 했다. 구태여 손을 벌리고 싶지 않았지만 선의의 제의를 거절할 수는 없었다.

지난 23일, 감사하게도 노트북을 얻었다. 노트북이 없던 '헝그리 정신'을 받들어 알차게 쓰라는 뜻으로 읽혔다. 

사실, 1~2년 지나면 가격이 팍팍 인하되는 스마트폰처럼 노트북도 출고된 지 좀 지난 것들은 가격이 많이 내려가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아니었다. 무게와 브랜드, 윈도나 하드디스크 장착 여부 등 이것저것 고려하면, 상한선으로 둔 80만 원을 넘기는 건 금방이었다. 

결국, 기본적으로 필요한 옵션을 추가하다 보면 '노트북=100만 원'이란 공식은 여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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