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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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올해의 영화생각/영화 2024. 1. 7. 03:02
2023 올해의 영화를 꼽아보았다. 2023년 한 해 개봉작 70여 편을 봤다. 평단에서 적어도 6이나 7점 이상 받은 영화들이다. 그중 순위에 상관없이 'TOP10'을 꼽으면 '타르', '파벨만스', '바빌론', '비밀의언덕', '불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 '한 남자', '어파이어', '거미집', '너와 나', '애프터썬'이다. '좋은 영화' 기준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인물을 바라보는 각도가 유별나고 클리셰에서 독립되어 있으며 서사가 현실, 시대와 맞닿아있는 것이다. 시간이 남아도는 것은 아니나 영화들을 챙겨본 것은 동네 영화관 #더숲아트시네마 #롯데시네마노원 덕이다. 2024년 제작사, 배급사, 영화관 모두 고르게 성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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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엑스포의 탈락생각/단상 2023. 12. 22. 00:35
부산 엑스포 탈락은 한국, 그리고 도시 브랜드의 정체성은 무엇인지 묻는 계기가 됐다. 한국은 K-컬처와 삼성을 비롯한 기업 집단의 선두로 브랜드 가치를 키운 측면이 있다. 그러다보니 두 축을 활용 수단으로 써왔으나 그 효용이 매번 통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자체 수단은 충분한지 이번 PT로 그 의문을 키웠다. 도시 브랜드는 말할 것도 없다. 그나마 선전하는 서울, 약소하지만 CNN 웨더에 뜨며 지명도는 있는 부산을 빼면 조금 참담하다. 브랜드도 일극 구조를 완화하고 다핵 구조를 추구할 필요가 있다. 기회는 2035년도 있다고 하니 이번 탈락으로 좌절하진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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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에서 필요한 평가 영역생각/단상 2023. 12. 22. 00:34
잠만큼이나 생애 비중이 큰 것이 일이다. 40 넘어서도 한창 일하고, 노년이 되어서도 일한다. 결국 동기부여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동기부여의 원천은 다양하지만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도 그중 하나라 할 수 있다. 기관과 단체, 기업의 소유와 지배 형태는 가지각색이고 일의 산출물이 특정인에게 귀속되거나 공적으로 환원되기도 한다. 특정인에 귀속되더라도 그 과실이 사회적이거나 보상이 많다면 동기부여는 지속될 수 있다. 하지만 공과 사의 비중은 개인마다 다르다. 물질에 대한 관심이 큰 사람이 보상은 낮은데 공적 우위를 두는 곳에서 보람을 느낄 가능성은 비교적 크지 않다. 이렇게 보면 입사할 때 평가가 절실하게 필요한 항목은 업무 역량 외에 개개인이 두고 있는 관심의 비중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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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림팰리스'와 롯데시네마생각/영화 2023. 12. 13. 21:46
'드림팰리스'를 동네 롯데시네마에서 재개봉한 덕에 뒤늦게 짬을 내 봤다. 상반기 한국 독립영화 개봉작 중 재개봉해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무력감 앞에 저마다 생각과 가치가 충돌하며 균열이 난다는 점에서 보다 늦게 개봉한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세계관이 유사하나, 후자의 갈등 원인이 천재지변이라면 전자는 현실 그 자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드림팰리스'는 개봉 뒤 곧이어 자취를 감춰 극장에서 보려 해도 방법이 없었다. 이번에 아르떼가 아닌 상영관에서 할인된 가격으로 '다음 소희'와 함께 재개봉한 점이 특징이다. 영화는 소모성이 강한 쾌락재로 치부되기 쉬우나 기획에 따라서 평단이 좋은 작품이면 언제든 재생될 수 있는 소비재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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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너와 나'생각/영화 2023. 10. 29. 04:35
현실에선 시간의 선형을 바꿀 수 없다. 좋든 싫든 일직선으로 내달려야 한다. 영화에선 변형이 가능하다. 직선의 선형을 곡선으로 구부리기도 하고, 교차형으로 바꿀 수 있다. 이미 벌어진 것을 섞어 선형에 변형을 가하고, 플래시백을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너와 나'는 변형을 가한 선형을 현실의 직선과 이으면서 상흔을 마주한다. 장례식장 화환이 빠르게 지나가고, 구조 중단이 들리는 구부려진 선형을 단절하는 대신 직선과 접합하여 감정을 울린다. 후반부가 그저 회상에 그쳤다면 상흔은 깊어졌을 것이다. 변형된 선형은 끝내 일상의 직선으로 흘러, 삶이 남기는 궤적을 함부로 축약하기엔 너무도 넓다는 점을 내보인다. 오래도록 간직할 수밖에 없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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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 - 20220924생각/단상 2023. 10. 3. 17:49
말많던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은 65세가 넘으면 판단력이 흐려진다는 이유로 관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그때가 90년대 초반 프랑크푸르트 선언 이후 신경영을 주창하던 시기다. 세월이 흘러 2022년 시기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은 성공의 기준을 생애 전반으로 확대해 해석했다. 그 기준이 과연 무엇일지는 각자 천차만별이겠지만 연령의 상한 혹은 하한의 경계는 조금 얕아진 것도 사실이다. 어찌됐건 사람의 개체는 무언가 이루고픈 속성을 안고 미래는 깜깜이인채 살아간다. 이건희는 진작 떠났고 이 땅의 사람도 결국 떠나는데, 뭘 이루고 떠날 것인가. 프로세스된 개체로서 긍정의 자취를 남기면 그 또한 성공이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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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산: 용의 출현 - 20220730생각/영화 2023. 10. 3. 17:48
영화에 대해 전작보다 담백하다는 호평이 있으나 한편으로 이순신 인물 자체를 밀도 있게 그려내진 못했다고 본다. 분량의 한계, 혹은 시리즈로 전투가 분절되면서 이순신에 대한 탐구가 파편화된 결과 때문일 것 같다. 이순신은 대하사극 '불멸의 이순신'으로 생애가 조명된 바 있으나 그 역시 밀도가 있었다고 보여지진 않는다. 작품 공통적으로 표면은 인물을 내세우지만 전투를 클라이맥스에, 이순신을 둘러싼 역학에 집중한 것처럼 보인다. 과정은 단편적이라도 이순신 자체에 보다 초점을 둔 작품을 이젠 갈급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