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에서 체감한 극장의 효용성(미드나잇패션)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특별한 경험을 했다. 밤샘 상영을 하는 '미드나잇패션'을 예매했다. 한 작품을 상영하면 15분 휴식하고 난 다음 연이어 작품을,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세 작품을 상영한다. '미드나잇패션'은 가장 수용 인원이 많은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열린다. 세 개 층에 걸쳐 가득 메운 관객들이 밤새 함께 작품을 관람한다는 것은 이례적이고, 이색적이다. 누군가는 피곤함에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눈을 붙이기도 하지만, 대개는 신경을 곤두세우며 영화를 본다. 샌드위치도 파는 영화의전당 카페 뤼미에르도 새벽까지 붉을 밝힌다.

 

극장에 밤에 들어가서 나오면 어느덧 새벽녘이다. 작품들이 연달아 상영되는 동안 도중 이탈하는 관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진정 영화에 관심 있고,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두 모인 셈이다. 대개 노트북을 통해서나 OTT로 영화를 보다보면 여러 사정이 생겨 영화 보기를 잠시 중단하는 경우가 생긴다. 영화에 오롯이 집중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이런 배경을 모두 제거한 것이 '미드나잇패션'이라 할 수 있다.

 

영화에 대한 세계관을 한자리에서 공유하고, 영화에 대한 집중을 도모하며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관객들 감정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 극장이 아니면 재현할 수 없는 모습이다. 대개 극장의 효용성으로, 화질과 음질을 따지곤 하지만 근본적으론 부차적일 수 있다고 본다. 극장의 첫째 효용은 다름 아닌 심적인 커뮤니케이션 장소를 제공하고, 영화에 대한 감동을 오롯이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일 것이다. 그것을 자정을 넘어 새벽녘까지 체험하니 극장이 주는 효용성을 제대로 체감할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Theater is not dead!" 극장이 죽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새삼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