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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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지도> 나스벳의 '동서양 문화' 수렴에 관한 소고생각/단상 2018. 1. 2. 01:55
니스벳은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중간’쯤 수렴되는 게 가장 타당한 견해라고 했다. 주목할 것은 ‘중간’이다. 수렴은 여러 갈래의 사상과 의견을 한 데 모으는 걸 뜻하나, 나스벳이 전제 조건에 넣은 ‘중간’은 수렴의 범위를 제한한다. 수렴도 여러 종류가 있다. 이미 한쪽 의견이 득세한 상황에서 소수 의견을 수렴하여 득세한 의견을 보충하는 식의 수렴, 소수 의견을 모으고 모아 의견을 집대성하는 수렴, 절충점을 찾아 중간 지대에서 융합을 추구하는 수렴이 있을 것이다. 니스벳이 강조한 ‘중간’은 세 번째 수렴에 가까울 것이다. 나스벳은 저서 『생각의 지도』에서 동서양의 문화를 구분하고 비교했다. 객관성을 도모하기 위해 통계를 넣는 것도 빠뜨리질 않았다. 책은 “개인의 자율성을 중시하던 고대 그리스 문화는 자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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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4일의 저 남산생각/단상 2017. 7. 4. 22:44
고교 친구와 3년 만에 만났다. 동대문에서 만났다. 각자의 사정으로 오랜만에 만난 거였다. 동대문 앞 2층 야외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다 낮에서 밤으로 시간이 옮겨갔고, 동대문과 뒤로 보이는 산성의 야경을 보며 상념에 잠길 때쯤, 문득 산성 한 번 거닐어보자는 생각이 스쳤다. 야밤에 일을 벌이고 만 것이다. 친구는 내 의견에 흔쾌히 응했고 주체 없이 갔다. 동대문과 산성은 여럿 봤지만 산성을 다니는 건 처음이었다. 그렇게 산성을 따라 죽 올라가서 중턱에 닿더니 남산 아래 야경이 보였다. 각기 발산하는 빛을 보고 사뭇 경외감이 들었다. 각자 누군가의 빛일진대 이것이 모아지니 감흥과 여운을 낳는다니. 그러나 그 빛은 발한 데도 있고 꺼진 곳도 있다. 이 대비의 풍경에 몸 둘 바를 몰랐다. 이제 시간도 늦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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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 한달도 안 남은 시점.생각/단상 2017. 4. 20. 01:47
아이러니하게 보여도 좀 쉬어보자는 심정으로 군에 입대했다. 일과시간엔 일에 치이고, 고단한 훈련을 간혹 받더라도 바깥에서 훌쩍 떨어진 곳으로 물러나기 때문에, 비교적 여유롭게 이것저것 살피고 조망할 수 있을 것이었다. 물론 군에서 마음 놓고 편히 쉬어본 기억은 없다. 그것은 일과 이후의 시간이 빡빡해서가 아니라 연일 돌아가는 상황의 결론이었다. 하여튼 벚꽃도 비바람에 떨어져 나가더니 이제 군 복무의 종착점이 보이고 있다. 휴가를 나와 놓고 묵혀둔 잡동사니 자료들을 방치할 순 없어 이를 뒤적이느냐고 하루가 멀다 하고 시간을 보낸다. 이것이 어떤 결론을 도출해낼 것인지 짐작은 되지만 헤아리긴 어렵다. 이번에도 마냥 쉬기는 글렀다. 그럼에도 이것이 나름의 쉬는 방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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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과 카페의 소중한 결합 - 노원문고 더 숲생각/단상 2017. 2. 12. 14:28
지난 휴가 때 내심 환호성을 지른 게 있다. 동네에 영화관이 생겼기 때문이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존재하기는 한다. 그런데 문을 연 영화관은 좀 특별하다. 영화관의 취지부터 다르다. 멀티플렉스에서 외면한 영화를 틀겠다는 것이다. 딱 보면 CGV 아트하우스나 메가박스 아트나인이 떠오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건 노원에 없다. 평론가들이 극찬한 '나 다니엘 블레이크' 같은 영화를 보려면 명동이나 강남까지 가야 한다. 이 영화관 덕분에 이제 동네에서도 시간과 장소의 커다란 구애 없이 좋은 영화를 볼 수 있게 됐다. 걱정은 좀 된다. 영화관이 들어선 곳은 노원구 통틀어 요지다. 그만큼 유동인구도 많고 임대료도 비싸다. 종전엔 패밀리 레스토랑이 있던 자리로 손님이 바글거렸던 곳이다. 어디 대기업이 후원해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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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1일생각/단상 2016. 11. 14. 10:10
이 시점에 이런 것을 쓰자니 한가로운 것 같지만 어찌할 수 없어 나중에 쓰일 것을 위해서라도 남긴다. 휴가 둘째 날인 오늘, 집 근처 골목을 지나다 편의점이 눈길을 잡았다. 바로 근처에 동사무소가 만들어지고 빌라가 지어지더니 지난달만 해도 영업하던 호프집이 사라진 대신 편의점이 들어선 것이다. 이 동네에 지내기 시작한 게 2003년이었으니 당시에도 존재했던 호프집의 역사는 짧은 것이 아니었다. 계통만 보면 편의점과 별도인 호프집도 세월이 무색하게 자리를 내주고 마는데 동종 업계는 오죽하겠는가. 골목에서 슈퍼가 자취를 감췄다. 해가 거듭되면서 주변 200m 안에 슈퍼들은 편의점이 됐다. 육류, 청과 코너를 갖춘 제법 규모가 있던 슈퍼도 예외는 아니었다. 골목 소매 상권은 편의점 대표 3사가 꿰찼다. 언뜻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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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공무원, 공무원...생각/단상 2016. 11. 13. 19:45
어딜가나 공무원 준비에 관한 얘기다. 극장에서 영화 상영을 기다리다 얼떨결에 "9급 공무원 합격은 OOO!", 광고를 보게 되고 통인시장을 지나던 시내버스 안에선 노량진 공무원 학원 CM이 울려 퍼진다. CM이 끝나자 손잡이를 잡고 서 있던 20대 승객은 일행에 친구가 공무원 되려고 노량진에 들어갔다는 얘기를 한다. 주위에 공무원 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또래 청년들이 부지기수다. 청년 상당수는 미래를 담보로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고 있다.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에 몰리는 배경은 복잡하지 않다. 할 일 다 하고도 야근을 당연시하는 조직 문화에 염증을 느끼고 승진의 기회는 소위 대학과 출신 성분과 같은 연줄로 빈번히 좌절되며 미래를 온전히 회사에 쏟아 부었거늘 돌아오는 건 희망퇴직인 냉담한 현실을 청년들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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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살은 통하지 않는다생각/단상 2016. 9. 30. 01:00
이대 평생교육 논란을 두고 본질을 흐리는 얘기가 최근에도 드물지 않게 나오고 있다. 등록금 동결의 장기화로 대학이 재정 악화를 막고자 불가피하게 평생교육을 추진했고 결국 이 같은 논란이 촉발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탈출구가 뾰족하지 않은 지방 사립대면 몰라도 이를 이대와 연결 짓는 모습들은 어폐가 있어 보인다. 평생교육으로 얻을 이익은 기껏해야 매년 수십억원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을 얻으려고 사업을 감행할 만큼 이대의 재정 상황이 녹록지 않단 말인가. 지난 6월 서울 10개 사립대 총장들이 모여 '미래대학포럼'을 발족했다. 첫 포럼에서 총장들은 등록금 책정의 자율화를 한목소리로 요구했다. 여기서 고려대 총장은 "미국의 주요 사립대에 비해 한국 사립대 등록금은 20%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10개 대학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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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물 경영'으로 모은 돈의 행방생각/단상 2016. 7. 10. 22:58
롯데 자이언츠에서 프로선수를 시작했던 마해영 해설가는 회고록 '야구본색'에서 구단주 롯데를 이렇게 묘사했다. "그렇게 탄탄한 회사가 지독히도 구두쇠였다. 해마다 전지훈련을 떠날 때 사용하는 원정용 가방을 다른 팀들은 구단에서 구입해 나눠주는 반면 우리는 선수들이 돈을 걷어 구입해야 했다. 유통기한이 보름 남짓 남은 롯데햄 선물세트가 구단에서 선수에게 나눠주는 특별 명절 선물이다." 야구는 하나의 예시일 뿐이다. 롯데는 동종 업계 대비 처우가 열악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2년 전 공시된 금감원 자료에서 백화점 사업을 맡고 있는 롯데쇼핑의 직원 1인당 연봉은 3300만원대로 신세계와 현대백화점보다 최소 1100만원 격차가 났다. 그렇게 돈 쓰는 데 인색하던 롯데가 정작 수상한 곳엔 돈을 뿌리고 다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