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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 노원구 건영백화점
    생각/단상 2014. 1. 7. 01:39

    중계역 혹은 하계역 근방에 사는 사람이라면 '건영백화점'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다고 가정해도 될 정도로 '건영백화점'은 십여 년간 수 많은 노원구민의 추억이 서려 있는 장소이다.


    건영백화점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건설회사로서 이름을 떨치던 '건영'에서 건립한 종합쇼핑센터이다. 건립 당시만 하더라도 못 갖춘 게 없는 백화점이었다. 사우나, 극장, 수영장, 볼링장까지 모든 문화시설이 집결된 곳이었다. 건립 당시 이름은 '건영옴니백화점'. '옴니'는 모든 것을 다 갖췄다는 표현이었다.


    건영은 백화점 건립과 함께, 근처에 건영아파트와 건영상가를 개발한다. 이 무렵 백화점 주위에는 한신공영이 세운 한신코아가 있었고 우성, 현대 아파트 등이 들어서 주거와 상권이 수요와 공급을 주고받는 곳으로 자리매김한다.


    그러나 건영백화점은 IMF 환란을 앞둔 96년 모그룹 건영의 재정 위기와 미도파백화점과 한신코아와의 치열한 경쟁에 따른 구매 수요에 대한 하락 등 원인으로 내리막을 걷기 시작한다. 백화점은 필시 매출이 유지, 향상되기 위해서는 유행에 맞는 판매품목의 지속적인 교체와 적정한 주기에 따라 리모델링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자본이 부족한 건영백화점은 이 부분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고, 백화점 일부를 제외한 상권 전체가 침체기를 맞이하게 된다.




    건영백화점의 판매 원리는 일반 대형백화점과는 달랐다. 간단히 말해 건영백화점은 상가 형식으로 운용됐으며 영세 상인들이 임차 형식으로 물건을 판매하는 경우가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자본과 기술이 부족한 영세 상인들은 인근 유력 백화점에 항거할 품목을 마련하는 데 실패했고, 이는 건영백화점의 침체를 가속하는 결과를 낳는다. 임차한 상인들은 도중 견디다 못해 백화점 측에 위탁 경영을 요구했고 백화점은 직영화 방법을 택했으나 손 쓰기엔 너무 늦은 상태였다.


    결국 시일이 지나자 건영백화점의 상인 대부분은 몰락의 수순을 밟았으며 빈 공간에는 가구전시장이 들어서는 비운을 맞게 된다. 또 백화점에서 운영하던 극장의 경우 '프리머스'가 인수해 운영권이 넘어갔으며 사우나, 수영장은 자취를 감추고 그 자리에 새 투자자가 새로이 찜질방을 세웠다. 이런 상황에서 대조적으로 백화점 내부에 활황을 체험하는 점포도 있었는데, 5층 '중국대반점'이 그것이다. 


    '중국대반점'은 중국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직접 문을 연 곳으로, 개업 초기부터 줄곧 명소로 자리 잡았다. 이 음식점에 대해서는 추억이 참 깊다. 어린 시절, 위층에서 사우나를 마무리한 후 꼭 들러서 자장면을 먹고 갔던 곳이 이곳이다. 고3 때는 친구와 함께 근처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잠시 저녁을 여기서 해결하려 했는데, 오랜만에 방문해 자장면의 가격을 미처 몰랐다. 나와 친구 모두, 저녁을 넘어서 봉사를 하리라곤 예상을 못 했기 때문에 지갑엔 8천원 남짓밖에 없었고, 자장면 한 그릇 가격이 6천원인 사실에 놀라면서(4천원 정도로 생각했으니), 발걸음을 돌리기 뭐해 한 그릇을 나눠 먹으려 한 기억이 남는다.


    건영백화점의 건립 당시 사우나는 '최고급'이었다. 탕수만 6~7개, 사우나 시설만 3개에 달했으니 노원구 최대 사우나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현재는 그 사우나 시설이 모두 철거되고 '중계스파밸리'가 들어섰다. 지금에서야 롯데시네마 등 대형 극장이 많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노원~하계역 근방의 극장은 오로지 건영백화점 뿐이었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기 위해 찾아온 관객들로 백화점 1층과 지하는 조용한 날이 없었다.


    건영백화점은 2010년 이후로 새 투자자에게 매각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금은 철거된 사우나 등 옛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공간은 많이 사라졌지만, 입구부터 웬만한 곳은 옛 흔적을 간직하고 있어 추억을 재생시킬 수 있는 공간도 많은 곳이 건영백화점이다. 인근 한신코아는 '세이브존'으로, 까르푸는 '홈플러스'로 변경되는 가운데서도 건영만은 꿋꿋하다. 외관도 간판을 빼면 처음 본 그 모습 그대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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