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여론의 판도 쥐고 있는 네이버, 뉴스 배치 과정이라도 최소 투명하게 공개해야

[오마이뉴스 글:고동완, 편집:김도균]

때는 2015년 1월. <오마이뉴스>에서 인턴을 하고 있었다. 정치팀을 마치고 기획취재팀에 배속됐다. 긴 호흡의 기사를 써야 했다. 뭘 취재할까 궁리했다. 떠오른 건 '포털'이었다. 그중에서도 '네이버'였다. 그런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2011년 12월로 다시 시곗바늘을 돌려보겠다. 11일 일요일 오후. 한 주제를 놓고 다량의 기사가 쏟아졌다. 2시 27분께 한 통신사가 기사를 올리더니, 방송사와 인터넷 언론에서 오후 5시와 6시경 같은 주제의 기사를 올렸다. 기사의 빈도를 보면 유용한 정보를 담은 기사가 얼핏 올라온 것 같다.

그러나 기사는 이부진 당시 호텔신라 사장이 백화점에서 장을 본다는 것이었다. 올라온 기사의 제목은 천편일률적이었다. '장 보는 이부진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백화점서 식료품 구입', '이부진 사장, 평범한 주부의 모습'.

▲  2011년 12월 11일 관련 기록
ⓒ 고동완


제목만큼이나 기사 내용은 '복붙'(복사해서 붙이기의 준말)에서 벗어나질 않았다. 이 사장을 찍은 사진은 비교적 공을 들인 흔적이 났다. 기사의 사진은 카트를 끌고 있는 이 사장을 다각도로 담으려 했다. 그러나 작위의 냄새가 술술 났다. 이런 '수준 미달'의 기사가 네이버 경제면 '많이 본 뉴스' 상위권을 장식했다.

사실상 베일에 싸여온 '네이버 뉴스'

오후 2시경 게재된 기사의 댓글은 '많이 본 뉴스' 타이틀과는 무색하게 9시가 넘도록 24개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이게 많이 본 뉴스감이냐는 비판이 주였다. 공적 기능을 수호해야 할 언론이 재벌 3세가 장 보는 것까지 보도한 것도 문제였지만 이런 기사가 활개 치도록 보조한 포털도 문제의 한통속이나 다름없었다.

'많이 본 뉴스'는 네이버가 배치에 직접 손을 대지 않았을 뿐이지, 알고리즘에 따라 함량 미달의 기사가 주목되도록 터를 깔아준 셈이었다. 2015년 4월 26일에도 비슷한 일이 빚어졌다(하단 사진 참조). 물론 현재는 '많이 본 뉴스'에 이슈성 기사가 주류로 올라오나, 이 같은 과거 사례는 네이버 뉴스의 허점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  2015년 4월 26일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홍보성 기사가 '많이 본 뉴스'에 등재됐으며, 기사는 8시 52분경 게시됐으나 댓글은 2개(오후 12시 16분 기준)에 지나지 않았다. '많이 본 뉴스'는 네이버가 직접 배치하는 영역은 아니지만, 네이버가 짜놓은 알고리즘에 따라 기사 배치가 바뀔 수 있음을 시사한다.
ⓒ 고동완


그런데 네이버가 뉴스를 다루는 영역에서 '많이 본 뉴스'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검색 점유율이 70%가 넘는 네이버는 모바일의 메인과 뉴스 페이지의 뉴스 배치권을 쥐고 여론의 판도를 주름잡는다. PC 메인의 뉴스스탠드 편집권을 언론사에 주긴 했으나 모바일로 인터넷 환경이 넘어오면서 뉴스스탠드의 영향력은 쪼그라들었다.

뉴스 배치권을 네이버가 쥐면서 생기는 문제는 총체적이다. 당장 누가 배치에 나서는지도 불분명하다. 보도국장이나 편집국장을 비롯한 데스크가 공개된 언론사는 톱의 배치를 누가 최종적으로 책임지는지 독자들이 대강 짐작을 한다. 그러나 네이버엔 그런 짐작도 하기 어렵다. 이번에 네이버가 축구연맹 청탁(관련 기사: 네이버, 축구연맹 청탁받고 '비판 기사' 숨겼다)을 받고 기사를 잘 안 보이는 곳에 배치한 것은 뉴스 배치가 장막에 감춰진 결과였다.

뉴스 배치권이 결국 사람 손에 있다는 게 문제

2015년 1월, 포털의 '뉴스 배치'를 취재에 나서면서 네이버 관계자와 보도를 전제로 1시간여 동안 나눈 대화를 요약하면 이러했다. 당시 관계자는 뉴스 배치 담당 인력이나 체계에 대한 내용을 함구하려 했다.

- 누가 네이버 뉴스의 편집을 담당하나.
"회사 소속 에디터가 뉴스를 배치한다."

- 에디터의 담당자나 규모를 알 수 있나.
"에디터에 대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네이버의 편집 영역이므로 독립적이어야 한다. 에디터가 공개되면 외압을 받을 수 있지 않겠나. 적어도 한 사람의 의견으로 배치가 결정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한 세부적 내용은 원칙상 공개할 수 없는 게 있다."

- 기사는 어떤 기준에 의해 배치되나.
"객관성이 있는 뉴스와 주요 이슈를 다루는 뉴스를 중심으로 기사를 배치한다. 사회적 주목이 네이버에서 배치하려는 기사와 일치하는 부분이 있게 하려고 한다. 가장 먼저 보도한 속보, 단독 기사, 사건 정보가 충실한 기사를 되도록 배치한다. 이외에 찬반 논조가 있는 기사는 함께 배치해서 객관성을 유지하려 한다."

당시 시간상 등의 제약으로 취재는 이어나가질 못했고, 취재한 내용은 기사로 쓰질 못했다. 그로부터 2년 반 넘게 흘렀으나 관계자가 해준 답은 지금의 네이버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아 이 기사에 담기로 했다. 그때 네이버 관계자가 내세운 '독립성'은 이번에 청탁 사실이 확인되면서 크게 훼손된 건 물론이다.

이번 기사 재배열도 그렇고, 공정성 시비의 발단은 뉴스 배치권이 뉴스 배치 담당 직원에 있다는 데 있다. 담당자는 사람이다. '많이 본 뉴스'의 알고리즘을 짜는 것도 결국엔 사람이 한다. 뉴스를 배치하는 데 가치 판단이 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 가치 판단은 곧 주관성이 있다는 말이다. 가치 판단이 전혀 없다면 뉴스가 어떻게 골라질 수 있겠나. 

그렇다면 객관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이에 대한 숙의를 네이버가 공개적으로 한 적이 있나. 이것은 공적 트래픽을 자양분으로 삼아 뉴스 서비스를 펼치는 네이버가 진작 해야 할 일이었다. 네이버는 에디터를 숨기는 게 독립성을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배치 과정'의 은밀함을 시민에게 드러냈다면 '밀실 청탁'이 틈탈 소지가 줄었을 것이다.

공정성 시비 해결할 자신 없다면 뉴스 배치권 내려놓길

물론 언론사 기사에 달리는 '바이라인'처럼 에디터의 신원('기사배열 원칙 책임자'는 뉴스 페이지 하단에 공개돼 있다.)을 밝히거나 에디터와 관련한 규모나 세부적인 내용을 알린다고 해서 불거진 문제가 해결될 일은 아니다. 다만 뉴스 배치의 현행 구조를 네이버가 포기하지 않을 거라면, 배치 과정에 대한 투명성은 반드시 담보해야 한다.

특히 지난 7월엔 네이버가 삼성의 요청을 받아들여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기사를 축소 배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관련 기사: '이재용 기사' 안 내렸다? 포털뉴스 '블랙박스' 살펴보니). 이에 네이버는 의혹을 부인했으나 기사 재배열은 사실로 드러난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구조로 네이버가 뉴스 배치를 한다면 공정성 시비가 사그라질 리 만무하다.

지난 20일 네이버는 대표 명의로 "콘텐츠 선별 및 배열, 매체 및 창작자 선별, 이슈 선별에 대한 기준도 마련해 외부에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사과했다. 이왕에 뉴스 배치에서 손을 떼는 게 네이버가 공정성 시비를 말끔히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기준을 마련한들, 사람의 손에 배치가 진행되는 이상 뒷말이 안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네이버가 배치권을 쥐면서 생긴 문제는 공정성 논란에 국한하지 않는다. 이미 뉴스의 생태계는 네이버에 포섭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네이버는 언론사가 제공한 콘텐츠의 막대한 트래픽으로 이익을 거두어가지만, 막상 콘텐츠를 생산한 언론사가 받는 실익은 미천하다. 뉴스 콘텐츠의 붕괴라는 말이 이제 익숙한 지경이다. 네이버가 사용자와 언론과 함께 공생하는 뉴스 체계를 마련하지 않는 한, 이와 관련한 문제 제기는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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