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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취인불명'과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영화/작품 2025. 6. 3. 00:26
그동안 본 영화를 정리할 때 다시 봐도 좋을 작품이면 표기해 둔다. 정리한 목록을 쭉 살펴보다가 '수취인불명'엔 아무런 표기가 없는 걸 발견했다. 약 8년 전 군에서 본 작품이다(공군에선 휴가 때 네이버 N스토어에서 받은 'NonDRM' 형태 파일을 PMP에 담아 반입할 수 있었고, 일과시간 이후 영화를 보곤 했다). 영화를 보던 당시엔 특유의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장면들로 두 번 다신 보고 싶지 않아 표기를 안 했을 것이라 짐작했다. 하지만 단조로운 지점을 모두 거부하고, 울퉁불퉁한 길가로 내달리는 극의 서사가 떠올려진 이상 표기를 안 할 수 없었다. 작품 감독은 김기덕. 감독을 향했던 비판에 더해 그가 연출한 잔혹하고, 비윤리적인 장면을 수긍하기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비교적 온화한 작품이기는 하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에 없던 표기도 채워놓는 모습을 보자니 필경 그의 작품 내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부분에는 그리움이 밴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그의 필모그래피 중 놓친 '실제상황'과 '스톱'을 찾아봤다. 최단기 촬영으로 제작된 '실제상황'은 현실과 촬영의 경계를 흩뜨려 비극을 상상으로, 종국엔 축제로 전환하는 신기루에 여운이 남는다. '스톱'은 잔혹성은 줄었지만 여전히 뾰족한 서사로 어디 내놔도 튈 매력을 지녔다. '실제상황'과 '스톱' 역시 다시 봐도 좋을 작품이다. 투자와 배급이 한정된 상황에서 대외 파급력이 약했던 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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