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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07호] 아침만 되면 찾아오는 ‘통학 전쟁’, 당분간 해결 어려울 듯
    쓴 기사/학보사 2014. 4. 18. 23:50
    [907호-1면] 아침만 되면 찾아오는 ‘통학 전쟁’, 당분간 해결 어려울 듯
    통학 인원은 늘어났는데 통학버스는 ‘그대로’… 학교 “버스 예산 더 늘리기 어려워"

    최근 옴부즈오피스에서 잠실 통학버스에 대한 불편이 제기됐다. 지난해 대비 통학버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해 1교시가 집중된 화요일과 목요일이 되면, 통학버스를 타지 못해 발걸음을 돌리는 학생이 수십 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학교는 통학버스를 잠실에 증차하면 형평성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통학버스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학생이 잠실 통학버스를 이용해 등교하는 학생보다 많기 때문에, 잠실에 증차를 할 경우 학생 간의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것이다.



    평일 아침 시간대, 잠실과 불광은 승차 전쟁

    잠실 노선은 대치와 수서, 강변은 물론이고 하남에 거주하는 학생도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대 근처에 거주하면서 잠실 노선을 이용하는 황윤석(체육·2)씨는 “길음역은 4호선이라 갈아타야 하고, 지하철을 이용하더라도 보통 8시 50분쯤 길음역에 오는데 매우 혼잡해 통학버스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학교 서쪽에 노선이 있는 ▲불광 ▲시청 ▲광화문과는 달리, 잠실 노선은 길음의 수요를 일부 흡수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잠실 노선은 45인승 버스 5대가 투입돼 운영 중이며, 6대가 순환 운영되는 길음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버스가 투입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송파와 인접한 하남과 위례에 신도시가 건립되는 등의 이유로 잠실 노선은 탑승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일(화) 기자가 승차장을 지켜본 결과, 승차 시간인 8시 10분보다 20분 빠른 7시 50분부터 승차장에는 줄이 늘어서기 시작했다. 화요일과 목요일에 잠실 노선을 이용하는 김민지(사회·3)씨는 “12년도만 하더라도 자리가 남았는데, 지난해 탑승객이 많아지더니 올해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 같다”며 “버스를 타지 못한 약 70명의 학생들은 지각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불광의 상황도 심각하다. 현재 불광 노선은 45인승 버스 2대가 투입돼 일산과 고양 등 서북부의 탑승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문제는 불광에서 학교로 오는 버스 노선이 7211뿐이라는 점이다. 통학이 몰리는 아침 시간대, 7211은 연신내를 거치면서 포화 상태가 돼 불광에 선다. 결국 버스가 승객을 태우지 못하고 그대로 떠나는 바람에, 학생들은 버스를 놓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통학하는 A씨는 “통학버스가 8시 20분에 오는데 8시부터 수십 명의 학생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며 “서북부에서 동북부로 바로 갈 수 있는 버스는 7211이 유일하기 때문에 통학버스 두 대로는 한참 역부족”이라고 주장했다.

    “더 이상의 증차는 어렵다”

    통학하는 학생은 늘고 있다. 올해 신입생을 받기 시작한 콘서바토리의 하루 1교시 수업은 평균 3개로, 1교시를 듣는 총 수강인원만 대략 90여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10시 30분 수업은 1교시 수업의 2배 정도가 개설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재학생의 규모도 상승 중이다. 2011년 1만 4445명이었던 재학생은 2013년 1만 5407명으로 2년 만에 천명 가까이 늘어났다. 통학버스 수요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통학버스 관리 부서인 학교 총무처도 통학버스가 부족한 점은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예산 문제로 더 이상의 증차나 신규 노선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총무팀 연규종 대리는 “통학버스 운행을 더 늘리면 많은 학생에게 돌아갈 장학금 등 복지 혜택이 줄어들 수 있다”며 “지난해와 동일하게 예산을 책정해 현행대로 운행해야 하는 실정이다”고 답했다. 현재 우리학교의 통학버스 운영으로 배정된 예산은 4억원이며, 1학기와 2학기를 합쳐 버스 한 대를 빌리는데 평균적으로 2천만원 정도가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학교 직영 버스는 총 2대로, 압구정과 길음 노선에 투입되고 있으며 나머지 버스는 운송업체와 계약을 맺어 운행 중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통학버스 한 대를 더 구입해 운영하는 방안에 대해서 연규종 대리는 “45인승 버스 1대가 보통 1억 3천만원 이상 호가하기 때문에 인건비와 유류비도 고려하면 버스를 빌리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밝혔다.

    ‘입석’, 안전의 위험과 타야만 하는 상황이 상존

    버스 2대가 운행되는 압구정 노선은 학생들이 버스에 모두 탑승하기 때문에 잠실과 불광보다는 상황이 낫지만, 여느 노선과 마찬가지로 입석이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길음과 같은 단거리 노선이 아닌 학교까지 20~30분 걸리는 압구정 노선 같은 경우, 입석에 따른 안전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다. 압구정 노선을 이용했던 나태연(경영·2)씨는 “자리가 없어서 서서 간 경험이 많다”며 “시내버스와 달리 따로 손을 잡는 곳도 없어서 매우 불안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잠실 노선은 버스 5대 중 4대는 입석을 시키지 않는다. 잠실 버스기사 B씨는 “마지막 버스만 10명 정도를 입석시킨다”며 “학교에선 입석을 주장하지만, 법규 위반의 소지와 안전 문제도 있어 입석을 추가 허용하는 것은 어렵다”고 밝혔다. 

    학생 입장에선 버스 탑승이 지각의 여부를 가리는 경우가 많아, 못 타는 것에 비하면 입석은 ‘감지덕지’다. 양현준(경영정보·1)씨는 “자리가 차면 학우들이 중앙통로에 서서 타게 되는데, 통로에 더 태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사님이 인원제한 때문에 못 타게 한다”며 “대부분 통학버스를 놓치면 지각을 할 텐데 사정을 봐주지 않아 불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좌석버스는 정원의 110%를 넘겨서 운행할 수 없다. 45인승 버스 한 대당 입석의 최대 허용 인원은 많아 봐야 5명인 셈이다. 그렇지만 학교는 증차가 어려운 데다 학생의 사정을 고려해, 길음 노선 등 단거리 노선에서는 허용 범위를 초과한 입석을 운송업체에 주문 중이다.

    총학생회, “증차에 주력할 것”

    최근 총학생회(이하 총학)는 통학버스 수요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총학생회장 최창영(경영·4)씨는 “조사를 토대로 수요가 많은 노선에 한해 증차를 학교 실무진에게 요구할 것”이라며 “예산 문제도 있어 신규 노선의 개설보다는 1~2대 정도 증차를 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연규종 대리는 “예산이 한정돼 있어 총학의 입장을 들어주기는 힘들 것”이라고 밝혀, 통학버스 증차를 두고 학교와 총학간의 줄다리기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총학은 지난해 ‘오픈투게더’가 추진했던 유료 통학버스 도입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을 내놨다. 부총학생회장 김형준(자동차·3)씨는 “편도로 학생 당 7천원을 내도 버스 1대를 빌리는 데만 1년에 2천만원에 달해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다”며 “운영한다고 해도 이용권 가격이 비쌀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탑승하려는 학생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인천과 수원, 의정부 등 신규 노선의 개설은 한동안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고동완 기자 kodongwan@kookmi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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