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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너와 나'생각/영화 2023. 10. 29. 04:35
현실에선 시간의 선형을 바꿀 수 없다. 좋든 싫든 일직선으로 내달려야 한다. 영화에선 변형이 가능하다. 직선의 선형을 곡선으로 구부리기도 하고, 교차형으로 바꿀 수 있다. 이미 벌어진 것을 섞어 선형에 변형을 가하고, 플래시백을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너와 나'는 변형을 가한 선형을 현실의 직선과 이으면서 상흔을 마주한다. 장례식장 화환이 빠르게 지나가고, 구조 중단이 들리는 구부려진 선형을 단절하는 대신 직선과 접합하여 감정을 울린다. 후반부가 그저 회상에 그쳤다면 상흔은 깊어졌을 것이다. 변형된 선형은 끝내 일상의 직선으로 흘러, 삶이 남기는 궤적을 함부로 축약하기엔 너무도 넓다는 점을 내보인다. 오래도록 간직할 수밖에 없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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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 - 20220924생각/단상 2023. 10. 3. 17:49
말많던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은 65세가 넘으면 판단력이 흐려진다는 이유로 관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그때가 90년대 초반 프랑크푸르트 선언 이후 신경영을 주창하던 시기다. 세월이 흘러 2022년 시기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은 성공의 기준을 생애 전반으로 확대해 해석했다. 그 기준이 과연 무엇일지는 각자 천차만별이겠지만 연령의 상한 혹은 하한의 경계는 조금 얕아진 것도 사실이다. 어찌됐건 사람의 개체는 무언가 이루고픈 속성을 안고 미래는 깜깜이인채 살아간다. 이건희는 진작 떠났고 이 땅의 사람도 결국 떠나는데, 뭘 이루고 떠날 것인가. 프로세스된 개체로서 긍정의 자취를 남기면 그 또한 성공이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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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산: 용의 출현 - 20220730생각/영화 2023. 10. 3. 17:48
영화에 대해 전작보다 담백하다는 호평이 있으나 한편으로 이순신 인물 자체를 밀도 있게 그려내진 못했다고 본다. 분량의 한계, 혹은 시리즈로 전투가 분절되면서 이순신에 대한 탐구가 파편화된 결과 때문일 것 같다. 이순신은 대하사극 '불멸의 이순신'으로 생애가 조명된 바 있으나 그 역시 밀도가 있었다고 보여지진 않는다. 작품 공통적으로 표면은 인물을 내세우지만 전투를 클라이맥스에, 이순신을 둘러싼 역학에 집중한 것처럼 보인다. 과정은 단편적이라도 이순신 자체에 보다 초점을 둔 작품을 이젠 갈급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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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헤어질결심 - 20220709생각/영화 2023. 10. 3. 17:46
늦은밤 드문드문 영화를 챙겨보는 가운데 '헤어질 결심'은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놔주기 어려웠다. 미장센이나 예측과 비껴선 구성 때문만은 아니었다. 표면은 사랑 얘기로 두고 관계의 본질을 동시대 시점에서 다층으로 조밀하게 되짚었기 때문이다. 이는 사람 간 관계에서 전방위로 드러나며 한쪽은 신뢰가 점층해 쌓이지만 다른 한쪽에는 모래처럼 허물어지기도 한다. 신뢰가 중요하다면서, 중요한 걸 알면서도 이를 우습게 알듯 유익을 위해 규율을 반강제하거나 돈 운운하다 파탄으로 가고, 유세차에서 빈종이를 펄럭이며 신뢰를 까먹더니 지지율 반등을 못하는 현상을 반복해 마주하는 현실이다. 관계의 고찰만으로 영역 불문 꿰뚫는 흐름을 복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탑건 매버릭은 진주만과 포드 페라리를 포함한 클리셰 반복처럼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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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라진 시간 등 - 20200625생각/영화 2023. 10. 3. 17:45
코로나로 #영화 개봉작이 감소했지만 자취를 남길 것으로 보이는 작품은 개봉 중. 묻히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간만에 요약. . #사라진시간 관객의 반응을 보면 제목 말마따나 "시간이 사라졌다"며 혹평이 다수지만 완결성 있는 스토리가 영화의 대안은 아니라는 점에서 서사의 길을 뚜렷이 넓힌 작품. #야구소녀 열패감, 패배 의식 같은 부정적 감정은 쉽게 전염되고 확산하지만 결연히 '감정적 거리두기'로 물리치는 뚝심이 보인다. 좌충우돌 영웅담이 아니라 정체성을 끝끝내 지키는 서사라 특별. #인비저블라이프 인생이, 여성의 삶이 어디서 분기되는 것인지 바라본다. 잔잔함에도 긴장이 짙게 흐르는 것은 삶의 행로를 예측하기 어려운 탓. . p.s. 배급이 크게 줄면서 영화가 비교적 고루 상영되고 있는 지금이 극장의 뉴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