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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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② 신파와 희망 (①에 이어, 스포일러 포함)생각/영화 2016. 8. 21. 14:17
극이 후반부로 치달으면서 신파 위주로 전개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감염된 석우(공유)가 갓 출생한 딸을 안은 모습을 회상하며 자살을 감행하는 대목이 비판 타깃으로 부각됐다. 차라리 딸이 성장하는 과정을 회상했으면 나았을 거란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굳이 감독이 해당 장면을 넣기로 결정한 것은 '단절'이 아닌 '연속'을 강조하려는 이유가 아니었을까. 생과 사의 기준만으로 보자면 사람은 종국엔 이승과 단절한다. 그러나 사람이 만들어낸 것은 때론 영원하다. 발명품 자동차만 해도 7, 80년대에 굴러가던 것이 박물관에서 후대와 마주해 당시 상황과 느낌을 공유한다. 사람은 부모와 사람 간의, 그리고 사람으로 이루어진 사회를 통해 영향을 받고 그 받은 영향을 어딘가에 끼친다. 사람이 사람에게 주는 영향은 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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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① 허망함과 허무함 (스포일러)생각/영화 2016. 8. 20. 13:12
멀쩡한 사람이 좀비에 감염되면 주위 사람을 감염시키려 혈안이 되는 것이 좀비 영화의 일반적인 구성이다. 이러한 구성은 자기만 살겠다고 주위의 감염되지 않은 누군가를 사지에 내 몰수록 도리어 좀비만 늘어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 이 겨누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지점이 아닐까. 영화 중반부가 지나고 부산행 KTX 열차에서 좀비로부터 안전한 곳은 조종실을 빼면 15호칸과 16호칸뿐. 좀비 영화의 일반적인 구성과 이 남은 두 공간이 맞물려, 공존의 져버림 끝이 어떠한지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좀비를 누구보다 앞장서 막았던 상화(마동석)는 15호칸 승객들이 문을 열어주지 않은 탓에 14호칸에서 좀비들과 사투를 벌이다 감염된다. 좀비를 막는 매 순간 든든했던 상화는 이제 좀비의 일원이 되어 15호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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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영화일 뿐이다"생각/영화 2016. 8. 17. 23:14
교육부에 몸담은 한 고위직 공무원이 국민을 짐승에 비유했다가 지난달 파면이 확정됐다. 당시 언급된 짐승은 900만 관객을 넘긴 어느 영화 속 논설주간이 빗댄 짐승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았다. 그 영화를 보는 동안 '대충 알만한 지위와 사회적 책임을 지니고도 저 논설주간과 같은 의식을 가진 사람이 설마 현실에 있을까'라는 의문은 결국 세상 물정 모르는 순수한 것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공복을 입은 그 공무원은 국민을 두고 귀천을 따졌다. 나라가 어려움이 있을 때 으레 나오는 국민적 호소엔 귀천이란 없었다. 신분 질서가 공고했던 조선 시대에도 전쟁의 풍전등화 앞에선 그랬다. 국민 모두가 결국은 협력하고 함께 해야 할 대상이라는 진리는 역사와 시국이 증명한다. 그 공무원은 영화 속 대사를 본떠 이를 역행하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