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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행>② 신파와 희망 (①에 이어, 스포일러 포함)
    생각/영화 2016. 8. 21. 14:17

    극이 후반부로 치달으면서 신파 위주로 전개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감염된 석우(공유)가 갓 출생한 딸을 안은 모습을 회상하며 자살을 감행하는 대목이 비판 타깃으로 부각됐다. 차라리 딸이 성장하는 과정을 회상했으면 나았을 거란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굳이 감독이 해당 장면을 넣기로 결정한 것은 '단절'이 아닌 '연속'을 강조하려는 이유가 아니었을까.


    생과 사의 기준만으로 보자면 사람은 종국엔 이승과 단절한다. 그러나 사람이 만들어낸 것은 때론 영원하다. 발명품 자동차만 해도 7, 80년대에 굴러가던 것이 박물관에서 후대와 마주해 당시 상황과 느낌을 공유한다. 사람은 부모와 사람 간의, 그리고 사람으로 이루어진 사회를 통해 영향을 받고 그 받은 영향을 어딘가에 끼친다. 사람이 사람에게 주는 영향은 좀처럼 단절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회상 속 딸이 신생아인 건 죽음과 탄생을 대비시켜 석우가 열차에서 추구한 것이 단절되지 않고 이어 딸(김수안)에 의해 연속될 것이라는 걸 보여주는 상징적인 의미는 아니었을까.


    최종 생존자 중엔 딸과 더불어 여성, 성경(정유미)이 있다. 상화(마동석)의 부인인 성경은 아이를 임신한 상태다. 극 중 상화는 배 속 태아를 가리키면서 "내가 만든 것"이라고 말한다. 잠시 스쳐 지나가는 장난조 말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상화가 보여줬던 헌신과 사랑이 그 태아가 태어나 사람으로서 자라는 데 영향을 주지 않을 거라고 여기긴 어렵다.


    이 대목에서도 죽음과 새 생명이라는 대비 속에 상화가 추구한 것이 소멸되지 않을 것이란 희망을 암시한다. 물론 극 후반부에 과잉 연출의 소지가 없는 건 아니다. 그래도 그 신파적 요소가 서로를 물고 뜯는 가운데 소멸될 것처럼 느껴지던 희망을 다소 소생시킨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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