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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영화일 뿐이다"영화 2016. 8. 17. 23:14
교육부에 몸담은 한 고위직 공무원이 국민을 짐승에 비유했다가 지난달 파면이 확정됐다. 당시 언급된 짐승은 900만 관객을 넘긴 어느 영화 속 논설주간이 빗댄 짐승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았다. 그 영화를 보는 동안 '대충 알만한 지위와 사회적 책임을 지니고도 저 논설주간과 같은 의식을 가진 사람이 설마 현실에 있을까'라는 의문은 결국 세상 물정 모르는 순수한 것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공복을 입은 그 공무원은 국민을 두고 귀천을 따졌다. 나라가 어려움이 있을 때 으레 나오는 국민적 호소엔 귀천이란 없었다. 신분 질서가 공고했던 조선 시대에도 전쟁의 풍전등화 앞에선 그랬다. 국민 모두가 결국은 협력하고 함께 해야 할 대상이라는 진리는 역사와 시국이 증명한다. 그 공무원은 영화 속 대사를 본떠 이를 역행하려고 들었다.
짐승에 비유 당한 국민의 분노가 들끓던 때 그 영화가 장면만 바뀌어 다시 재생됐다. 장면은 한 기업 총수가 여러 명의 여성을 불러놓고 차마 말로 풀어낼 수 없을 정도의 행동들을 하는 모습. 그 장면을 보면서 'SNS과 인터넷이 도처에 접속 가능한 '오픈된 세상'에 저런 일이 현실에서 가당키나 할까'라는 의문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의문은 현실이 영화 보단 낫지 않겠느냐는 자기 위안에서 비롯된 것에 불과했다. 매출과 규모론 우리나라 첫째 가는 대기업 회장의 성매매 의혹이 지난달 뉴스타파 보도로 뚜렷한 정황과 함께 불거졌다. 놀랍게도 이 비릿한 상황은 제보 영상이 공개되기 이전까지 4년이 넘는 동안 드러나지 않았다. 의혹에 연루된 공모자들은 비밀을 철저하게 함구해왔고 가졌던 의문의 '오픈된 세상'이라는 희망사항은 먹혀들지 않았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그 900만 넘긴 어느 영화, '내부자들'의 우민호 감독이 시사회에서 던진 말이다. 감독은 영화의 적나라한 장면들을 보고 다소 충격을 받을 관객에게 픽션으로 구성된 영화 보단 현실은 나을 거라는 위로를 주고자 이 말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시점에, 영화는 과거와 미래에 우리가 마주하지 못한 진실을 매개하고 있다는 말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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