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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행>① 허망함과 허무함 (스포일러)
    영화 2016. 8. 20. 13:12

    멀쩡한 사람이 좀비에 감염되면 주위 사람을 감염시키려 혈안이 되는 것이 좀비 영화의 일반적인 구성이다. 이러한 구성은 자기만 살겠다고 주위의 감염되지 않은 누군가를 사지에 내 몰수록 도리어 좀비만 늘어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 <부산행>이 겨누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지점이 아닐까.


    영화 중반부가 지나고 부산행 KTX 열차에서 좀비로부터 안전한 곳은 조종실을 빼면 15호칸과 16호칸뿐. 좀비 영화의 일반적인 구성과 이 남은 두 공간이 맞물려, 공존의 져버림 끝이 어떠한지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좀비를 누구보다 앞장서 막았던 상화(마동석)는 15호칸 승객들이 문을 열어주지 않은 탓에 14호칸에서 좀비들과 사투를 벌이다 감염된다. 좀비를 막는 매 순간 든든했던 상화는 이제 좀비의 일원이 되어 15호칸을 향할 것이다.


    어렵사리 14호칸을 뚫고 15호칸에 들어선 석우(공유) 일행은 네 명. 석우는 문을 막으라 조장한 용석(김의성)을 때려눕힌다. 방어기제가 작동한 용석은 석우가 감염된 것 아니냐고 소리친다. 수십여 15호칸 승객들은 감염의 공포 앞에 용석의 주장을 덥석 받아 문다. 막다른 탈출구를 찾아온 승객 네 명을 의심과 함께 멸시한다. 다수가 의심만으로 소수를 내치더니 자멸로 이어지는 순간이다.


    15호칸 승객들은 좀비가 우글거리는 14호칸의 문을 열어 네 승객을 보낼 순 없었을 것이다. 석우 일행은 16호칸으로 쫓겨나고, 15호칸 승객들은 퇴로가 될 16호칸으로 가는 길을 봉쇄해버린다. 14호칸 문이 할머니 손에 열려 15호칸으로 좀비들이 난입했을 땐 속수무책이었다. 업보이자 나만 살겠다고 발버둥 친 것의 허망함이다.


    용석은 내내 나 혼자 살겠다고 열차 내부의 공존의 흐름을 깡그리 부숴버린다. 극 초반에 용석은 노숙자(최귀화)를 보더니 공부 안 하면 저렇게 된다고 석우 딸에게 말한다. 이 노숙자는 나중에 홀몸이 아닌 여성과 아이를 살리기 위해 앞장서다 산화했다. 위기의 순간에 도움을 준 건 그 노숙자였다. 공부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차별 의식의 허무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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