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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에 대한 소고영화/영화제 2024. 10. 10. 00:44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논란이 됐던 지점엔 개막작이 있었다. 그간 영화제에선 유수 독립영화나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영화를 개막작으로 선정했기에 OTT 기반의 역사물은 의외라는 얘기가 나왔다. 박광수 이사장을 포함한 관계자 인터뷰를 보면 극장에 관객을 최대한 끌어들이기 위해 재미를 겸비한 완성도 있는 작품을 개막작으로 선정할 필요가 있다는 데 내부 합의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나름 일리 있는 얘기다. 개막식에는 영화 팬 이상으로 배우들을 보러 오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 영화도 단계별로 접근 가능한 부분이 있다. 커트는 많고 쇼트 길이는 짧아 박진감을 더하는 액션영화와, 고답적인 대화로 이뤄진 롱테이크 위주의 영화는 주는 흥미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영화를 자주 접하지 않는 관객으로선 영화에 대한 관심도를 높여가는 단계에서 후자의 영화를 보기란 쉽지 않다.
문제는 '전, 란'을 개막작으로 선정한 것이 최선이었는지다. '전, 란'은 근래 국내 역사 영화 중엔 연출과 미술 면에서 잘 만든 영화임에 부인할 수 없다. 완성도 면에서 당장 개봉하더라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다만 선악 구도가 뚜렷한 스토리, 조정이 소수 중심으로 굴러가는 다소 평면적인 전개를 감안하면 아쉬운 지점이 없잖아 있다.
재미를 선사하여 시민을 극장에 최대한 불러모아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나, 재미와 메시지의 균형점이 다소 약화된 상태라면 개막작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 다소 불분명해질 우려 또한 간과할 순 없다. 재미와 메시지 균형점을 모색하며 무게추가 쏠리지 않는 작품을 개막작으로 상영하는 것이 영화제로서도 의의를 지닌다고 보는 게 맞지 않을지 나름의 고민이 필요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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