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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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매개 뒷얘기의 비정상생각/미디어 2024. 10. 12. 19:58
우연찮게 뜬소문이 나도는 걸 보고, 듣는다. 요즘엔 그런 소문이 은밀하게, 카카오톡처럼 디지털을 매개하여 퍼진다. 소문이 설령 사실이어도 개인의 삶을 둘러싸고 함부로 재단할 순 없는 것이다. 공인이 아닌 경우에야 말할 것도 없다. 더 고약하게는 소문이 터무니없는 경우다. 소문의 당사자는 해명할 수 있는 기회도 얻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대상화되고 만다. 이런 과정은 사실 디지털을 매개한 괴담 유포나 성착취와 궤를 같이 한다. 플랫폼 자정 노력만으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데서 언제든 피해자는 양산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안타까운 점은 소문을 보거나 재생산하는 데 가담하는 경우 그 심리가 비정상의 범주에 있다는 데 있다. 일종의 바운더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불안, 디지털을 매개한 소셜미디어와 삶을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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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와의 관계에도 주목하라생각/미디어 2020. 11. 6. 22:16
“우리가 만든 저널리즘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기술에서는 경쟁자들에게 뒤처져 있다.” 뉴욕타임스가 2014년 ‘혁신보고서’를 발간하며 적은 서문의 일부다. ‘혁신보고서’는 언론계에 때 아닌 파문을 일으켰다. ‘혁신보고서’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디지털 퍼스트’. 신문과 잡지로 분류되는 종이 매체에 급격한 변화를 예고한 것이기도 했다. 뉴욕타임스의 위기의식은 저널리즘은 탁월하지만 독자에게 가닿기 위한 기술적 측면은 뒤떨어진다는 데서 출발했다. ‘혁신보고서’가 나오고, 현장 영상과 텍스트, 스토리텔링을 혼합한 인터랙티브 기사 '스노우 폴’이 공개되자 가디언을 포함한 유력 매체는 뉴욕타임스를 벤치마킹했다. 인터랙티브란 형식 자체는 비교적 흔한 게 됐지만 ‘혁신보고서’에 담긴 고갱이의 가치는 지금도 유효하다. '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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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전달 방식생각/미디어 2017. 11. 30. 16:36
당사자 서로가 마주보고 얘기하지 않는 이상, 어디선가 전해들어 인식을 해버린 사안은 실상 진실을 비껴갈 가능성을 내포한다. 전해듣는다는 건 화자에 의해 어딘가 생략이 되거나 요약이 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사안을 대신 전해주려는 언론의 한계가 곧 화자의 한계이다. 브리핑에서 나온 수많은 말은 거두절미 되어버리고 '격노'와 같은 자극적 헤드라인이 달려 뉴스가 된다. 여기엔 여러가지 원인이 있을 것이다. 점점 정글화되어가는 언론 생태계 가운데 트래픽을 늘리려는 언론 나름의 몸부림일 수 있고, 뉴스 소비 시간의 감소로 인해 짧은 내용을 가지고 최대한 '이슈화'를 해보려는 언론의 자구책일 수도 있다. 혹은 일종의 '각' 살릴 내용이 아니면 모두 버려야 하는 기사 문법의 한계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그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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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프레임생각/미디어 2017. 11. 2. 21:27
‘프레임’을 세우는 건 언론에겐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사안에 따라 편과 편이 나뉘어 공방하는 정치권만큼이나 언론 역시 사안을 보는 시선이 갈린다. 이는 민주주의에서 필연적으로 여론이 분화되는 과정이다. 언론은 여론을 통합하기도 하나, 그 여론이란 대개 언론이 바라보는 시각에 부합하는 것이다. 예컨대, 노동 분야에서 노동자와 고용주의 갈리는 입장이나 ‘적폐 청산’을 둘러싸고 청산이냐, 보복이냐 대립했던 말들은 보수와 진보 언론에 따라 비중이 각기 확연하게 다르다. 언론은 논쟁이 이뤄지는 사안마다 나름의 입장을 세우고, 그 입장과 결이 비슷한 여론을 보도와 오피니언을 통해 취합해왔다. 결국 언론은 프레임을 만들고, 강화하는 통로 역할을 한 셈이다. 프레임은 이에 동조하는 이들의 언론에 대한 지지로 모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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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의 집중, 시청자와 방송사 누굴 위한 건가생각/미디어 2016. 5. 27. 11:42
버라이어티 열풍은 꺼지고 음악, 음식을 다루는 예능이 대세가 됐다. 지상파와 종편, 예능을 다루는 케이블 너나 할 것 없이 음악 프로와 먹방을 최소 하나씩 편성해두고 있다. 같은 가수, 같은 셰프가 여러 군데 출연하는 사례도 흔해졌다. 먹방 프로는 자그마치 15개에 이른다고 하니 이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시청자 의견에 수긍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집중 현상의 꺾일 기미는 보이질 않는다. 주제의 편중을 두고 방송계는 시청자의 수요에 대응하고자 제작에 나선 결과라고 밝히고는 있지만, 사실상 포화 상태에 접어든 음악과 음식을 자꾸 고집하려는 방송사 나름의 뒷배경도 있지는 않을까. 이런 의문이 드는 데는 음악과 음식이란 주제가 제작에 들이는 물적. 인적 수고 대비 시청자의 이목을 끌기엔 쉬운 주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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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과연 기자를 위협할 것인가생각/미디어 2016. 3. 5. 22:32
한글과컴퓨터는 3년 만에 신작 '네오'를 지난 1월 내놨다. 한글 시리즈 확장격인 네오는 MS 오피스와 호환이 가능하고 실시간 번역 기능도 추가했다. 설령 영어를 모르더라도 한글로 문서를 완성한 뒤 인공지능을 빌려 영어로 전환하면 그만인 세상이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앞서 구글은 인공지능 '머닝러신'을 통해 인터넷 상의 텍스트를 학습한 내용을 토대로 번역 기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했다. 과거 오역 투성으로 지탄을 받았던 번역 기능의 오명은 사라져가고 있다. 이러한 번역의 발전과 대중적 접근은 번역가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기자도 예외는 아니다. 사라질 직업으로 거론되는 직업에서 기자는 단연 꼽힌다. '유엔미래보고서 2045'는 인공지능의 발달로 기자가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로봇이 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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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전'이 대하사극의 갈 길을 묻다생각/미디어 2014. 7. 21. 15:02
KBS 대하사극 ‘정도전’이 지난 6월 29일 종영했다. 정도전은 대하사극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해도 무방할 정도로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보통 장편이었던 KBS1 대하사극을 50부작으로 압축하여 빠르고 밀도 있는 전개로 시청자를 휘어잡았음은 물론이다. 그동안 MBC나 SBS에서는 50부작 정도의 사극을 내놓은 적은 흔했으나 KBS1 대하사극이 50부작을 택한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호평을 받았던 2007년 방영한 대조영의 경우 134부작이었고, 재작년 방영한 광개토태왕 역시 92부작이었다. 결과적으로 방영 편수를 50부작으로 크게 줄인 것은 KBS에 있어선 고육지책이자 하나의 기회이기도 했다. 제작비를 동결하거나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드라마의 질을 담보하기 위해선 방영 편수의 감축은 불가피한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