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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립금 쌓이면 장학적립금 증가로 학생에게 혜택으로 돌아갈 것이다?생각/단상 2014. 12. 15. 02:12
아직 또렷이 기억납니다. 올 2월 등록금심의위원회를 취재하면서 만난 학교 재무 관계자가 학교 적립금 규모가 하향 추세인 가운데 등록금 동결의 불가피성을 설명하며 "홍익대는 적립금이 많아 거기서 나오는 이자수익으로 학생들에게 장학 혜택을 제공해주고 있다"고 한 겁니다. 적립금이 많아지면 학생들에게도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지난 6일 홍익대의 적립금 내역을 입수했습니다.(기사:http://omn.kr/b0ed) 홍익대가 보유한 적립금에 대해 과도하다는 생각으로 행동에 나선 한 학생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얻어낸 자료입니다. 홍익대 적립금은 2014년 기준 6339억원으로 적립금 규모만 놓고 보면 전국 사립대 중 3위를 자랑합니다. 4위인 수원대부턴 3천억원대로 액수가 급격히 떨어집니다.
적립금은 용도별로 쓰임새가 나뉩니다. 건축, 장학, 연구, 기타적립금 등으로 구분됩니다. 적립금을 살펴보니 건축적립금이 압도적이었습니다. 비중으로 따지면 무려 92%에 달합니다. 2013년 기준 적립금 6641억원에서 건축적립금이 5947억원, 장학적립금이 596억원, 연구적립금이 97억원, 나머진 퇴직과 기타적립금이었습니다. 장학적립금 596억원은 2011년 건축적립금 5445억원 중 550억원을 빼다가 장학적립금으로 돌린 겁니다. 당초 장학 명목으로 쌓아뒀던 금액이 아니었다는 얘기입니다.
적립금은 매년 200~300억원 들어오는 이자수입으로 쌓였습니다. 물론 건축적립금이 이자수입도 가장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 많은 건축적립금으로 투자는 단행되고 있었던 걸까요? 2011~2013 기간 동안 건축적립금에서 교육 환경 개선이나 시설 투자를 위해 인출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습니다. 건축적립금이 감소한 건 한 번, 2011년 장학적립금으로 돌릴 때입니다. 서울캠퍼스 기준 지어진 지 30년이 넘어 노후한 건물은 28동 중 16동에 달합니다. C동은 안전진단에서 유지보수가 필요한 C등급을 받기도 했습니다.
2013년 장학적립금 596억원은 전년 대비 이자수익으로 19억원을 얻은 결과입니다. 반면 학생들에게 그 해 장학금 지급 명목으로 장학적립금에서 지출된 건 불과 3천 5백만원에 불과합니다. 그마저도 지난해보다 5백만원 줄어든 수치입니다. 규모 대비 지출의 양은 새 발의 피입니다. 이자수입으로 앉아서 돈다발은 들어오는 데 씀씀이는 신통치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 적립금이 늘어나면 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얘기가 과연 적절한지 모르겠습니다.
재무 관계자 발언이 사실과 다름을 입증하고자 글을 쓴 게 아닙니다.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쓰느냐도 중요하다는 겁니다. 홍익대는 교육 시설 낙후로 재학생들 원성이 자자한 대학입니다. 그 와중에 적립금은 5년 만에 1482억원이 늘었습니다. 적립금을 풀지 않고 알뜰살뜰 모은 결과입니다. 교육에 대한 투자를 후순위로 미룬 결과입니다.
적립금은 닥쳐올 환경 변화 등 미래를 대비하고자 적정량 정도는 분명 쌓아둬야 합니다. 적정량이 얼마인지를 두고도 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경희대의 경우 총장이 나서서 적립금 적정 규모에 대해 천억원대임을 말하기도 했습니다. 확실한 건 대학은 가용자원이 있다면 미루기가 아닌 선제적이고 전폭적인 투자로 제공되는 교육의 질을 계속해서 끌어올릴 책무가 있다는 겁니다. 비단 홍익대만의 문제는 아닐 겁니다. 사립대의 적립금 규모와 사용 용처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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