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완의 미디어 이야기

노트북을 필요할 때면 여기저기서 빌리는 신세지만, 사실 노트북을 가지고는 있었다. 문제는 작업 도중에 블루스크린이 불쑥 뜨는 결함을 갖고 있었다는 것. 그 때마다 재부팅을 하면 시스템 복원 창이 뜨고, 복원이 돼도 블루스크린이 뜨는 빈도는 도리어 늘어났다. 그간 이 골칫거리 노트북을 방 한 편에 방치해두다가 수리해보리라 마음을 먹고, 26일 집 근처 서비스센터에 갔다. 노트북을 살펴본 A/S 기사는 "메인보드가 나갔다"며 "수리비가 34만원은 들 것"이라고 말했다. 차라리 그 돈이면 새 노트북을 장만하는 게 어떻겠냐는 말도 했다. 결국 수리하지 않기로 했다.


이 노트북은 중고다. 대학에 입학하고 새 노트북을 사려고 했으나 1년 정도만 있으면 '군에 갈 텐데... 나중에 복학하면 사리라'는 마음을 품고 있었다. 당시 다른 또래보다 군에 늦게 갈지 누가 알았던가. 그런데 1학년을 겪어보니, 노트북이 필요했다. 특히 학보사 기자를 하면서 원정 취재를 할 땐 노트북이 요긴했다. 노트북이 필요할 때면 선배들 것을 빌렸지만, 매번 빌리기엔 아무래도 눈치가 보였다. 그래서 노트북을 사기로 뒤늦게 마음을 돌렸다. 그 때가 1학년을 마치고, 2학년 새 학기를 앞두던 때다.


새 것 말고 잠깐 쓸 저렴한 노트북을 구해보기로 했다. '1학기 마치고 7월쯤 되면 군에 가겠지'란 생각이었다. 구하는 과정에서 고려 사항은 하나. 인터넷 서핑과 기사 작성하는 데 불편함만 없으면 됐다. 그렇게 윈도우7이 탑재한, 메모리 1기가, 하드 150GB(?)인 중고 노트북을 저렴하게 구입했다. 중고 노트북은 산 지 1~2개월 정도는 쌩쌩히 잘 돌아갔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블루스크린이 뜨기 시작했다. 재부팅하면 시스템 복원 창이 뜨고, 바탕화면을 보려면 장장 1시간 이상을 기다리기도 했다.


그러더니 언제부턴가 키면 텔레비전이 고장 날 때 나오는 화면이 떴다. 자력으로는 복구가 불가능한 단계까지 이른 것이다. 그 때가 6월 무렵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노트북을 판매한 사람에게 환불을 해달라고 하기엔 너무 늦었다. 결국 어디 가서 팔기도 어려운 노트북을 방 한 구석에다 고이 내버려두고 방치해두기로 했다. 그렇게 8~9개월이 지나고, 군대 가기 전 잠깐이라도 써보겠다는 마음에 수리라도 해보려 서비스센터에 갔던 것이다.


애물단지로 전락한 이 노트북을 한 번 분해해보려고 한다. 올 초부터 뜸만 나면 떠오른 생각이었다. 분해를 한 뒤 상태가 온전한 메모리와 하드디스크를 비롯한 부품들을 떼어내서 내다 팔아보고, 파는 게 별 신통치 않으면 앞으로 필요할지도 모르는 컴퓨터 수리 기술을 익히는 용으로 써먹어볼까 한다. 중고로 책을 구입한 경험은 여러 번 있지만, 노트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중고에 관한 한, 앞으로 전자제품엔 눈을 돌리는 일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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