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공무원, 공무원, 공무원...
    생각/단상 2016. 11. 13. 19:45

    어딜가나 공무원 준비에 관한 얘기다. 극장에서 영화 상영을 기다리다 얼떨결에 "9급 공무원 합격은 OOO!", 광고를 보게 되고 통인시장을 지나던 시내버스 안에선 노량진 공무원 학원 CM이 울려 퍼진다. CM이 끝나자 손잡이를 잡고 서 있던 20대 승객은 일행에 친구가 공무원 되려고 노량진에 들어갔다는 얘기를 한다. 주위에 공무원 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또래 청년들이 부지기수다. 청년 상당수는 미래를 담보로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고 있다.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에 몰리는 배경은 복잡하지 않다. 할 일 다 하고도 야근을 당연시하는 조직 문화에 염증을 느끼고 승진의 기회는 소위 대학과 출신 성분과 같은 연줄로 빈번히 좌절되며 미래를 온전히 회사에 쏟아 부었거늘 돌아오는 건 희망퇴직인 냉담한 현실을 청년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소위 고스펙부터 내세울 게 없다고 느끼는 청년에 이르는 모두가 공무원 시험에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직장인의 현실을 똑똑히 마주한 적이 있다. 매출 천억 원대 중견 제약회사에서 체험 겸 한 달간 일한 적이 있다. 조직은 경직됐다. 할 일 마치고 퇴근 시간인 저녁 6시가 훌쩍 넘었지만 퇴근 여부는 상사에게 달렸다. 상사가 떡하니 앉아있는데 먼저 가겠다고 했다간 직속 상사에게 한소리 들을 판이다. 기다림 끝에 퇴근 사인이 나고 볼 일이 있어 좀 가려 했더니 "회식도 근무의 연장"이라며 내키지 않던 회식을 강권한다. 여직원과 남직원은 사무실에 같이 있는 시간을 제외하곤 서로 나뉘어 움직인다.


    문제의 진단을 마쳤으면 해결을 위한 실천이 나와야 하는데 눈 씻고 찾아봐도 잘 안 보인다. 어디 일자리를 인위적이고 한시적으로 늘려서 해결될 문제가 아님에도 문제의 본질은 두고 곁다리만 헤집는 형국이다. 기업 조직의 문화 개선과 투명성과 공정성의 확보, 일터에서 언제 모를 팽 당할 수 있는 경우의 부작용을 완화하는 장치가 갖춰줘야 기존의 일자리도 양질로 인식되고 문제의 실마리가 보인다.


    2015년 19만이던 9급 공무원 응시생수는 올해 22만으로 3만 명 늘었다. 공시생은 40만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청년 개인이 어찌할 수 없는 무력한 현실에 각자도생하는 시대다. 청소년 내내 입시란 파고에 허우적대다 어렵사리 뚫고 나아갔더니 취업이라는 생존과 직결된 더 높은 파고가 닥치는 어이없는 상황. 그래서 어찌어찌 다시 뚫은들 언제 어떻게 될까 불안감이 엄존하는 상황. 문제의 해결책은 보이는데 이에 대한 실천은 흐릿하기는커녕 요원해 보이는 상황. 아득해질 뿐이다.


    사진: 서울신문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