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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판도라>, 뿌리가 시들면 끝이다
    생각/영화 2016. 12. 26. 02:29

      예견은 아니 땐 굴뚝에서 잘 안 나온다. 예견엔 예측이 있고 예측엔 그것에 대한 근거가 담겨있다. 재앙은 예견이 묵살되다가 터진 파국이다. 묵살된 예견이 켜켜이 쌓여 모아지다가 어떤 커다란 충격을 받아 현실이 되면 재앙으로 직행한다. 영화 판도라의 원전 사고도 이런 수순을 밟고 한반도 동남권을 집어삼키는 사상 최대 재앙이 됐다. 잘못에 자책이 뒤따르듯 재앙이 벌어진 뒤 되돌아보면 그간의 예견들이 재앙을 예방할 수 있었다는 것을 통감하게 된다. 그러나 깨달은 순간은 늦었다. 사태는 이미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예견은 왜 제구실을 못하고 재앙을 허하였단 말인가. 예견을 주시하기커녕 정당한 이유 없이 작정하고 소멸시켜버린 결과다.


      영화에서 예견의 첫 불을 땐 건 베테랑 원전 소장(정진영)이었다. 이 인물은 원전 노후의 위험을 예견하고 내부에 누차 경고했다가 원전을 신규로 지으려던 조직의 눈 밖에 나버려 좌천됐다. 당리당략 앞에 예견은 한 발짝도 구체화되지 못 했다. 재앙을 막으려면 예견의 언로를 막는 그 무엇부터 당장 뚫어내야 한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예견이 제때 제 역할을 못하고 스러졌다고 거기서 끝맺음하는 것은 아니다. 그 속에 문제의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일어난 현장에서 상황을 판단할 근거가 나오고 그 가운데 앞으로의 전망, 예견이 싹튼다. 소장은 원전이 처한 사실에서 사고를 예견했다. 재앙이 일어난 뒤에도 소장은 향후 벌어질 일을 계속 예견해 사고 수습을 도왔다.


      문제는 위기의 순간, 무엇을 받들어 대처해나가느냐다. 영화 속 총리는 현장의 목소리를 도외시한 채 책상머리에 앉아 상부로 전해지는 의견만 청취해 대책을 꾸려나갔다. 나무도 풀뿌리가 시들기 시작하면 상부 줄기는 사상누각에 불과해지는데, 총리는 뿌리를 살피지 않았다. 그에 반해 대통령은 상명 하달 보고 체계를 뛰어넘어 현장 책임자였던 소장에게 직접 상황을 묻고 들어 위기를 풀 해법을 얻어냈다. 갑작스러운 위기가 찾아왔을 때 현장이 묵살되면 상부 지시가 먹히지 않게 되고 지휘 체계가 무너져 위기를 대처할 시스템 전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미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에서 경험했다. 이 같은 비극이, 그리고 영화와 같은 재앙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현장의 예견을 선제적으로 가감 없이 들어 예방책을 강구하고, 위기가 불거지면 현장이 무엇보다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상기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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