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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4일의 저 남산생각/단상 2017. 7. 4. 22:44
고교 친구와 3년 만에 만났다. 동대문에서 만났다. 각자의 사정으로 오랜만에 만난 거였다. 동대문 앞 2층 야외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다 낮에서 밤으로 시간이 옮겨갔고, 동대문과 뒤로 보이는 산성의 야경을 보며 상념에 잠길 때쯤, 문득 산성 한 번 거닐어보자는 생각이 스쳤다. 야밤에 일을 벌이고 만 것이다. 친구는 내 의견에 흔쾌히 응했고 주체 없이 갔다. 동대문과 산성은 여럿 봤지만 산성을 다니는 건 처음이었다. 그렇게 산성을 따라 죽 올라가서 중턱에 닿더니 남산 아래 야경이 보였다. 각기 발산하는 빛을 보고 사뭇 경외감이 들었다. 각자 누군가의 빛일진대 이것이 모아지니 감흥과 여운을 낳는다니. 그러나 그 빛은 발한 데도 있고 꺼진 곳도 있다. 이 대비의 풍경에 몸 둘 바를 몰랐다. 이제 시간도 늦었고 친구도 갈 때가 되어 내려가길 시작했다. 동대문에서 올라 혜화로 내려왔다. 인생이 산비탈과 다름없는 것 같았다. 눈에 보이는 곳을 뚜벅뚜벅 걸었는데 호기심이 서린 미지의 길로 인도되는 것. 한 시간 반을 걸었다. 날잡아 낮에 다시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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