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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냥갑식 건축의 틀을 깨야한다.
    사진/관찰 2011. 11. 15. 22:51
     고동완 (kdw1412@nate.com)
     북한산이나 도봉산에 올라가 서울 아래를 내려다보면 일명 성냥갑이라 불리는 아파트들이 넓게 펼쳐져있다. 대부분 80년대 주택공사 주도로 개발의 편의성을 위해 지어진 건축물들이다. 편의성만 따져보면 성냥갑으로 짓는 것 만큼 뛰어난 게 없다. 그러나 이런 성냥갑식의 개발은 건축물의 획일성등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대내외적으로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성냥갑식의 개발들이 도시 미관을 저해해 결국 도시의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비판도 있다. 외국인들이 한국 도시들을 둘러보고 놀라고, 혹평을 남기는 것 중 하나가 빽빽히 들어선 성냥갑 아파트들이다. 해외 유명 여행안내서인 론리플래닛은 서울을 세계 최악의 도시로 꼽으며 소련식 콘크리트 아파트들이 즐비한 도시라고 혹평을 남긴 적이 있다.


     문제는 최근 재개발되고 있는 도시들 마저 성냥갑 아파트로 개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신개념 21세기형 국제도시를 표방하며 출범한 송도국제도시. 그러나 송도국제도시 역시 몇몇 건축물 빼고 모양이 비슷한 아파트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기존 성냥갑식 개발의 구태를 답습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서울에서 진행되고 있거나 이미 완료된 재개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서울시에서 부랴부랴 아파트 디자인 가이드안을 마련해 성냥갑 아파트를 규제하겠다고 했지만 가이드안 발표 이후 재건축안을 통과받고 시공에 나서는 아파트의 조감도를 보더라도 기존 성냥갑 아파트들의 디자인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런 성냥갑 아파트 개발은 제주도에까지 수출(?)되었다. 멀리 하늘에서 바라보면 천해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던 제주에 요즘 북적 성냥갑 아파트들이 등장하고 있다. 국가적으로 조성되고 있는 신도시들, 청라지구나 영종하늘도시, 동탄신도시에 지어지는 주거 건물들을 봐도 역시나 성냥갑 아파트들이 대부분이다. 최근 조성되고 있는 세종시 역시 성냥갑 아파트 이미지에서 탈피하고자 애쓰고 있지만 동종 형태 건축물의 모양만 조금씩 바꾼 주거형 아파트들이 지어지고 있어 결국엔 성냥갑 아파트들이 지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다양한 모습으로 혼재하고 있던 기존의 주거공간도 성냥갑으로 바뀌고 있다. 뉴타운으로 다양한 주거공간들이 혼재되어 있는 장소들을 모조리 밀어버리고 그곳에 성냥갑 아파트들을 심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재개발이란 명분으로 주거공간의 다양성 마저 침해하고 있는 것이다. 시 당국도 이 사실을 알면서도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가장 비용이 적게드는 개발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개발방식이 계속해서 주류로 자리잡는다면 전 국토는 성냥갑 아파트로 도배될 것이 뻔하다.


     대한민국 건축의 오랜 관습인 성냥갑식 아파트 개발의 틀을 이제 깨버릴 때가 되었다. 이런 무자비한 성냥갑 아파트 개발은 도시의 가치 저하, 주거공간의 다양성을 훼손, 더 나아가 국가 디자인경쟁력에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획일화된 건축물들이 계속해서 심어진다면, 좀 더 독창적이고 주목할만한 디자인을 보유한 건축물들이 들어설 자리는 점차 줄어들것이다. 해외 여행 사이트들 역시 이후에도 대한민국 도시들을 향해 콘크리트 아파트 공화국이라고 혹평을 남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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