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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화일로 YTN, 다시 살아나려면 '이것부터' (5.20)
    쓴 기사/기고 2017. 5. 25. 22:28

    [주장] 조준희 사장 사임 이후 YTN이 나아가야 할 방향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27110

    [오마이뉴스 글:고동완, 편집:장지혜]

    "그렇게 방송 잘하자고 제대로 된 뉴스해보자고 했던 게 이런 겁니까? 제 젊음을 다 받쳤습니다, 이 회사에 28에 들어와서 지금 40입니다."

    영화 <7년 그들이 없는 언론>에서 현덕수 뉴스타파 기자는 2008년 YTN 파업 당시 이렇게 외친다. YTN에 재직하던 현덕수 기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 선거캠프 언론특보 출신이었던 구본홍 사장 선임에 반대하다 해고됐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지금, YTN의 상황은 어떠한가? 젊음을 바쳤다던 기자를 해고한 YTN은 어떻게 됐을까? 올해 YTN은 JTBC에 신뢰도 1위 자리를 내줬다. 시청률 또한 경쟁사 연합뉴스TV에 밀리기도 했다. 경영 실적도 만신창이가 됐다. 2011년 영업이익이 119억 원하던 게 15년이 되자 55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가장 최근 실적인 작년엔 임대사업을 제외한 방송사업에서 74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19일부로 조준희 YTN 사장이 전격 사임했다. 조준희 사장은 애초 인생의 궤적에서 보도 제작과는 아무 관련이 없었던 사람이다. 기업은행장을 역임했던 금융인이다. 그러다보니 정작 뉴스 경쟁력을 어떻게 향상시킬 것인지에 대한 철학이 대내외적으로 잘 보이질 않았다. '공정성 확보'라는 당연한 명제를 천명하는 데서 크게 나아가질 못했다. 그렇다고 악화일로인 방송사업의 활로를 찾은 것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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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TN 사옥 전경
    ⓒ YTN


    위기의 실마리, 본업인 뉴스를 챙겨야

    경영 악화의 기저엔 '약화된 뉴스 경쟁력'이 있다. YTN은 종합편성채널 네 곳과 보도전문채널 한 곳이 추가되는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새로 인가된 방송사 다섯 곳 모두 뉴스를 할 수 있는 상황에서 뉴스 콘텐츠 경쟁이 대폭 심화될 것이라는 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YTN은 뉴스 본연의 경쟁력 향상에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질 못했다.

    그러는 동안, 종편 JTBC는 메인 뉴스 <뉴스룸>을 통해 그동안 방송사들이 답습해왔던 2~3분 리포트를 타파한 '밀착카메라' 코너를 비롯해서 새로운 뉴스 형식을 실험해왔고,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밖에 '탐사플러스' 신설로 탐사 보도에 중점을 둬 뉴스의 깊이까지 더하려고 했다. 또한 외압과 별개로 국정 농단 사태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탄핵 정국의 흐름을 주도해 나갔다.

    이에 반해 YTN은 예전과 그대로 상당수 뉴스 시간을 정형화된 리포트와 정치 평론가들의 얘기들로 채웠다. YTN만의 색깔은 사라졌다. 한때 킬러콘텐츠 역할을 해왔던 '돌발영상'은 물론, 종전 해고됐거나 징계 받은 기자들이 꾸려오던 콘텐츠마저 줄줄이 간섭받고 폐지됨에 따라 YTN은 그저 24시간 뉴스를 내보내는 매체가 되어버렸다. 결국 시청자들이 YTN을 떠나는 건 필연이 됐고, 종편과 경쟁사 시청률에 밀리고 있는 YTN의 현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본업인 뉴스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으니 방송 사업이 잘 될리가 만무하다. YTN을 규정하는 24시간 뉴스 자체부터 YTN 고유의 특색이 아닌지 오래다. SNS와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시간 불문하고 받아볼 수 있는 세상이다. 

    뉴스 경쟁력의 전제 조건, '투명'과 '독립'

    결국 YTN이 맞닥뜨린 위기를 타개하려면 무차별적으로 제공되는 뉴스와 어떻게 차별화할지에 달려있다. YTN만이 잘할 수 있는 뉴스를 어떻게 만들어나가느냐가 관건이 된다는 얘기다. 예전처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판박이 뉴스, 그저 그런 뉴스론 시청자를 모을 수 없다. 지금 YTN을 보는 상당수 시청자들도 YTN이 볼만해서 보는 게 아니라 그동안 시청 패턴에 기대어 습관적으로 YTN으로 채널을 돌리는 것일 수 있다.

    위기의 난마를 푸는 시작점은 낙하산 사장에 맞서 투쟁을 벌였지만 해고되고 끝내 복직되지 못한 노종면, 조승호, 현덕수 세 기자를 복직시키는 데서 이루어져야 한다. 뉴스 경쟁력은 자율에서 시작된다. 이들 기자는 보도의 공정성, 보도국의 독립성을 기치로 보도에 개입하는 낙하산 사장에 맞섰지만 일터로 돌아오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이들 기자가 복직되지 않고서 YTN이 정상화의 길을 걷는다는 건 어불성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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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종면 YTN 해직 기자가 기자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는 모습.
    ⓒ 영화 <7년-그들이 없는 언론> 스틸컷


    이번 조준희 사장의 사임이 YTN이 새로 거듭나는 데 신호탄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다. YTN은 대주주가 공기업이다. YTN의 최대주주는 한전KDI이고 나머지 한국마사회와 한국인삼공사가 전체 지분의 50%에 육박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자칫 공기업 혹은 그 공기업을 지휘하는 상부 입김에 따라 사장 인선이 좌우될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그 구조를 뛰어 넘어 그토록 갈망하던 공정 방송의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선 보도 채널이란 특성을 고려하여 대주주의 입김을 조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YTN이 사장 인선에서 내홍을 겪었던 건 대주주가 사장 인선의 근거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실력 행사만 앞세웠지 기자들을 비롯한 내부 구성원의 목소리에 귀담아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상부에서 내리꽂는 독단적 처리가 아닌, 별도의 기구를 통해 보도국원과 더불어 여러 시민단체의 의견을 청취하고 수렴하는 민주적인 구조가 사장 인선 과정에서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사장 인선의 투명성이 갖춰지고 나아가 보도국의 독립성도 조성되어 과거 낙하산 사장에 맞섰던 이들의 수고가 헛되지 않아야 한다. 이를 실천할 적기는 조준희 사장이 물러난 바로 지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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