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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류승완 표' 주제 의식은 뚜렷, 다른 건 '글쎄'영화 2017. 11. 1. 17:14
[리뷰] 각종 지적에도 개봉 이틀 만에 관객 155만 모은 <군함도>
[오마이뉴스 글:고동완, 편집:김윤정]ⓒ CJ 엔터테인먼트
1300만 관객을 동원한 <베테랑> 류승완 감독의 차기작으로 관심을 끈 영화 <군함도>가 27일 베일을 벗었다. 영화는 '아비규환 생지옥의 132분'이었다.
<군함도>에 대한 관객의 열기는 뜨거웠다. 개봉일에 맞춰 오후 4시에 들른 서울의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평일 오후였지만 사람들로 북적였다. <군함도>를 예매하려 했지만, 오후 5시와 6시 표는 이미 동이 나버렸고 7시에 '비인기석'으로 분류되는 B라인 가장자리 한 곳을 겨우 구했다. 아니나 다를까, 개봉 첫날 집계된 관객 수가 98만에 이른다.
<군함도> 배급사는 CJ엔터테인먼트. CJ가 배급하는 영화에서 으레 시작부에 나왔던 아이들의 웃음과 축포, CJ를 읊는 소리는 들리지 않고 흑백으로 크레딧이 처리됐다. 이어 44년도 군함도 하시마 탄광을 비추고는 이곳이 현실의 생지옥임을 보여준다. 안전 장비 하나 없이 맨몸으로 칠흑 같은 어둠에서 맞닥뜨리는 위협들은 탄식을 절로 낳게 한다.
전작 주제 의식의 반복... 무력하기만 한 개인ⓒ CJ엔터테인먼트
일왕의 말 한마디에 움쩍달싹 못하는 전체주의 시대, <군함도>는 각자가 체제의 부속품에 지나지 않았던 그 시대의 참상을 러닝타임 내내 여과 없이 보여준다. 모든 계층을 불문하고 비참했던 당시 조선인의 삶을 집약해서 그려낸다. 이는 류승완 감독의 전작들도 가지고 있던 주제 의식, 거대한 체제 아래 무력해진 개인들이다.
영화에서는 조선인들끼리 치고받고 싸운다. 일본인의 위압 아래 조선인을 관리하는 '오야붕' 자리를 놓고 최칠성(소지섭 분)이 송종구(김민재 분)와 싸우는 장면은 류 감독의 과거작을 떠올리게 한다. 7년 전으로 되돌아가 2010년 영화 <부당거래>에서 검찰 하부조직에 놓인 한 경찰관(황정민 분)의 인생이 종말에 어떻게 되는지를 그림으로써 나약한 개인을 조망했다.
2013년 개봉한 영화 <베를린>은 북한 비밀요원 표종성(하정우 분)이 북한의 자금줄을 관리하는 동중호(명계남 분) 아들(류승범 분)의 밀약에 삶이 송두리째 날아가는 모습을 비췄다. <군함도>에서 광복군 박무영(송중기 분)이 하시마 탄광에 투입되면서 다자구도에서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지는 장면은 <베를린>의 모티브를 딴 것처럼 느껴진다. 누가 동지인지, 적인지 알 수 없는 미지의 현실 말이다.
신파를 배격하는 건 무리일 수도ⓒ CJ 엔터테인먼트
전작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가운데, 대중성이 입증된 장면을 연출하는 데 치중하다 진행과 구성이 약간은 고루하고 작위적인 건 영화의 흠이다. 작위의 느낌이 든다면 현실성을 가미할 내용을 넣어야 할 텐데 극의 느슨함을 잘 용납 못 하는 류승완 표 영화는 고루와 작위, 이 두 갈래를 줄타기하면서 극을 이끌어간다. 조선인이 하시마 섬에 당도한 뒤 펼쳐지는 광경은 영화 <쉰들러 리스트>를 떠올리게 하고, 중반부를 지나 벌어지는 총격전은 할리우드 전쟁 영화에서 반복되던 장면이 재상영된 것만 같다.
그러나 신파에 대한 지적은 좀 더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 영화에 대한 누리꾼들의 의견을 따라가다 보면 신파에 대한 혐오를 느낄 수 있다. 허나 영화에서 그리는 신파는 어쩌면 한국적 정서를 따라간 결과일지도 모른다. 극 중 신파의 핵심적 요소는 부녀(황정민 분과 김수안 분) 관계다.
그렇게 구도를 설정한 영화의 책임은 있더라도 일단 배경부터 징용이다. 그 속에 담긴 함의엔 가족과 생이별, 혹은 생사 앞에 놓인 가족에 대한 걱정 등이 있다. 일제 강점기 탄압받는 조선인을 다루면서 신파를 배격하는 건 어쩌면 무리수일 수 있다. 억지로 관객의 눈물샘을 끌어내려 신파를 욱여넣는 장면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대미를 장식할 결말 부분 역시 작위적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클라이맥스로 치닫던 때 허무함이 갑작스레 출현한다.
다시 반복된 '스크린 독과점'ⓒ CJ엔터테인먼트
이와 별개로 다른 중요한 문제는 스크린 독점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개봉 당일 2027개 스크린에서 1만 번 넘게 상영이 됐다. 스크린 점유율만 37%가 넘는다. 기자가 영화를 관람했던 영화관은 총 10관 중 절반 가까이가 <군함도>에 배정됐다.
사실상 <군함도>와 <덩케르크> 양강 구도가 펼쳐지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일찍 개봉했던 <덩케르크> 상영관이 축소 수순을 밟는다면 <군함도>의 점유율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관객의 열기를 고려하더라도 여타 영화가 설 폭이 너무나도 좁아지는 것이다. 역사의식을 앞세운 영화의 판을 키우려다 독과점의 역사가 반복되는 건 조금은 서글프다.'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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