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실에선 시간의 선형을 바꿀 수 없다. 좋든 싫든 일직선으로 내달려야 한다. 영화에선 변형이 가능하다. 직선의 선형을 곡선으로 구부리기도 하고, 교차형으로 바꿀 수 있다. 이미 벌어진 것을 섞어 선형에 변형을 가하고, 플래시백을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너와 나'는 변형을 가한 선형을 현실의 직선과 이으면서 상흔을 마주한다. 장례식장 화환이 빠르게 지나가고, 구조 중단이 들리는 구부려진 선형을 단절하는 대신 직선과 접합하여 감정을 울린다. 후반부가 그저 회상에 그쳤다면 상흔은 깊어졌을 것이다. 변형된 선형은 끝내 일상의 직선으로 흘러, 삶이 남기는 궤적을 함부로 축약하기엔 너무도 넓다는 점을 내보인다. 오래도록 간직할 수밖에 없는 영화다.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레에다 히로카즈 - 괴물 (0) 2023.12.22 영화 '드림팰리스'와 롯데시네마 (0) 2023.12.13 영화 한산: 용의 출현 - 20220730 (0) 2023.10.03 영화 헤어질결심 - 20220709 (0) 2023.10.03 영화 사라진 시간 등 - 20200625 (1) 2023.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