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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의 열풍과 한국 미디어생각/미디어 2013. 2. 20. 14:40
성형은 일종의 더 예뻐지고자 하는 욕구에서 빚어진 인간이 만들어낸 마력이다. 얼굴과 체형을 특정 기술의 의해 변화시킬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료의 위력이자 감탄과 동경의 산물로 비춰지기 마련이다. 이제 눈꺼풀 수술은 보통의 일반인이 누구나 받는 수술로 인식이 변했고, 성형에 대한 대중들의 거부감도 줄었다. 거부감의 감소는 외모 본능과 맞물려 성형의 보편화를 앞당겼다. 이 과정에서 성형 광풍이 불어닥쳤고, 외모에 대한 만능주의적 시각이 꽃피우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미디어는 성형의 대중화에 큰 몫을 맡아 실천해나갔다.
미디어는 일종의 희귀성을 매개로 대중의 심리를 자극하고, 대중의 행동화를 이끄는 산물이다. 미디어는 드라마, 쇼프로 등을 통해 대중들과 괴리가 먼, 미남, 미녀들의 모습을 지속적으로 노출시킴으로써 그 외모가 동경의 대상임을 대중에게 인식시키고, 이는 대중적 호감과 생존적 욕구와 결합되고 말았다.
불과 21세기 이전, 1970년대에서 1990년대 후반에 이르기까지 한국 미디어만 하더라도 컨텐츠의 출연자와 진행자 모습은 대중과 괴리감이 크지 않는 외모를 가졌었다. 현재 충무로에서 꽃미남, 미녀로 상정되는 것이 아니라 연기파 배우로 분류되어 열연을 펼치고 있는 중년 배우들이 이에 해당되며 가창력으로 지금까지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중년 가수들도 해당된다. 물론 당시에도 외모가 출장한 배우들과 동시에 공존하던 시대인 건 사실이나 외모의 특정 편중의 모습은 지금이 더욱 심화된 것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90년대 후반, 대중가요의 신세대 열풍과 소속사의 난립은 한국 미디어의 새로운 변혁을 이끌게 된다. 서서히 가창력보다는 재주가 우위에 서는, 라이브가 시들해지고 립싱크가 만연해지는 가요 세태로 변화하면서 가수는 외모의 출중함과 상등 관계가 성립해야만 한다는 것을 확신시켰다. 신세대로 표상되는 10대 청소년과 20대는 특정 가수의 면면에 집착하여 조직 단위의 팬을 형성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고, 어느덧 가요 시장은 아이돌 시장이 득세하게 되어 일차적으로 외모로 먹고 살아야 하는 곳으로 수정되었다.
외모가 탁월한 아이돌은 미디어 전 분야에 막강한 파급력을 낳았다. 소속사의 등판 위에 지원을 받은 아이돌들은 드라마, 영화 등 전 분야의 컨텐츠 제조에 참여함으로써 미디어 시장의 선두주자로 발돋움하였다. 이른바 외모파와 연기파 배우들의 공존 현상은 금이 가기 시작했으며 아이돌에 대한 높아진 관심에 상응하고자 미디어들은 앞다퉈 아이돌만을 위한 컨텐츠 제작에 심혈을 기울이게 됐다.
지금까지도 미디어에서 생산하는 컨텐츠에 전방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어느덧 미디어 노출에 민감한 초등학생은 물론이거니와 유치원생까지도 아이돌 현상에 적극 환영을 내비치며 외모적 쏠림의 토대를 확고히 굳혔다. 최근들어 성형 수술을 받는 대상의 낮아지고 있는 연령대도 이 같은 현상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미디어를 접한 대중들은 외모의 독식 세상을 비현실적 드라마를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함으로써 외모의 위력에 순응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외모의 출중함을 바탕으로 컨텐츠 제조의 역군을 담당하는 유명인들 다수가 과거 성형 전력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미디어가 제공한 비현실적 환상과 성형에 대한 결과론적 기대와 혼합되면서 대중들은 성형 늪에 빠지게 될 소지가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거리를 돌아다니다보면 텔레비전에서 한번쯤 본듯한 얼굴 생김새를 가졌거나 획일적, 인위적 색채가 강한 생김새와 체형을 가진 사람들이 다닌다는 것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예뻐지고픈 욕망, 미디어 컨텐츠에서 환상적 체험을 겪으며 획득한, 성형이 가져올 희망과 기대의 갈망이 매력적 개성은 죽이고 판박이 생김새를 양산해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성형 열풍과 성형의 대중화의 공적(?)을 미디어가 모조리 덤탱이 씌어야한다고는 볼 수 없겠지만, 큰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 성형 대국으로 칭호되는 대한민국의 현주소에 있어서 미디어는 어떠한 위력을 감행해냈는가 인터넷과 SNS까지 고려하여 깊이 생각해볼만한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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