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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언론'생각/미디어 2013. 8. 11. 10:37
고동완(kdw1412@nate.com)
권력의 정점, 핵심 역할을 하는 대통령과 언론의 대립각은 동서고금을 막론한다. 자유 언론의 사명을 지키고자 했던 인도네시아 언론인 목타르 루비스는 1956년부터 수카르노와 수하르토 대통령 임기에 걸쳐 10년 동안 감옥 생활을 해야만 했다. 그가 발행했던 신문은 6번이나 정간 조치되었다.
코르디부아르에선 프랑스 국영 라디오, 장 엘렌 기자가 피살되었다. 당시 코르디부아르 집권 세력은 언론 세력을 양분시키며, 탄압에 열을 올리던 시점이었다. 국가기관에선 외신 기자들을 ‘적’으로 분류하기까지 했는데 코르디부아르 대통령은 ‘국경없는 기자회’ 항의에 이렇게 답했다. “이 나라의 모든 문제는 해결책이 있다. 다만 언론 문제만을 빼고.”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3대 방송 중 유일한 민간방송이었던 NTV를 장악하고자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NTV는 푸틴 정권 비판을 소홀히 하지 않았던 언론이었다. 푸틴 정권은 세무감사와 함께 NTV 회장과 재정담당자등을 세금 포탈 혐의로 전격 구속한데 이어, 푸틴에 비판적이었던 NTV 주필들을 모조리 축출해버렸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언론 자유가 훼손되어선 안 된다고 외쳤지만, NTV가 국영기업 가스프롬의 의해 인수되는 것을 막진 못했다.
미국도 정도만 다를 뿐 상황은 마찬가지다. 오바마 대통령과 측근들은 눈엣가시처럼 여겨졌던 폭스TV를 연일 비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 방송이 정권을 공격하는데 전념한다”라고 말했고, 측근과 참모들 역시 “폭스뉴스는 매체가 아니다”, “폭스는 공화당의 입”이라며 비판했다. 보수성향인 폭스TV를 비꼬는 말이다.
부시도 오바마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부시는 정권에 비판 가도를 달렸던 뉴욕타임스에 재갈을 물릴 참이었다. 부시는 2006년 뉴욕타임스 보도를 “수치스러운 보도”라고 펌하했으며, 2003년엔 뉴욕타임스 기자가 옥살이까지 했다. 부시는 2000년 뉴욕타임스 기자를 보고, 체니에게 “저기 메이저리그급 머저리가 왔네”라고 했다. 취임 때부터 공격적인 질문을 했던 헬렌 토머스 백악관 브리핑룸 기자의 입 역시 재갈물림의 대상이었다. 부시는 3년 간 토머스에게 질문 기회를 주지 않았던 것이다. 레이건은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못 이기고 “개자식들”이라고 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트루먼은 워싱턴포스트 기자에게 ‘당신을 만나게 된다면 당신은 새코와 새살점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 적이 있다.
권력의 습성상, 권력 비판이 주 업무인 언론을 반가워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백성의 언론을 억압하는 해로움은 물을 막은 해로움보다 더 크다. 냇물을 막으면 일시 급한 것은 면할 수가 있다. 그러나 한번 둑이 터지면 그 해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는 자산의 말처럼 언론이 권력의 억압 속에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짊어져야한다는 것을 이 시대의 권력자들은 주지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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