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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적, 지역적, 탈중심적 영화제를 꿈꾼다'(씨네21)리스트, 스크랩 2024. 8. 10. 20:50
[인터뷰] 허문영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씨네21 2021-05-27 중)
-지역사회 기여를 얘기했는데, 앞서 부산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의 방향과 비교하며 “부산영화제는 철저히 부산에 뿌리내린 지역적·수평적 영화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사회에의 기여가 필요하다는 요구에 대한 나 나름의 고민을 말한 것이고, 그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말이다. 그렇다고 꼭 그런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칸영화제가 그동안 많은 역할을 수행했고, 수많은 예술가들을 발굴한 성과가 크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런데 내가 느끼기에 칸영화제는 너무 귀족적이다. 너무나 위계적이다. 모든 것을 서열화한다. 섹션조차 경쟁부문, 주목할 만한 시선, 비경쟁부문, 감독주간, 비평가주간 순으로 서열화되어 있 다. 그 안에서 또 1, 2, 3등 상을 수여한다. 유럽식 보편주의라는 이름의 유럽적 엘리트주의처럼 보인다. 우리는 보편적 기준을 가지고 있고, 우리의 보편적 기준으로 영화를 서열화할 수 있다는 일종의 엘리트주의적 자신감의 표현. 현실적 문제를 고려한 어쩔 수 없는 서열화, 규율이기도 하겠지만, 그럼에도 귀족적 영화제라는 느낌은 분명하다.
=2000년 칸영화제에 갔을 때 켄 로치의 <빵과 장미>가 경쟁부문에서 상영됐다. 켄 로치의 정치적, 예술적 노선이 고스란히 반영된, 평등과 공존, 수평적 질서를 희구하는 이 영화를 고도로 귀족적인 이벤트와 결합해 소개하는 상황이 바람직한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부산영화제는 그것과 정반대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처음부터 부산은 그와는 상반되는 성격으로 즉 비경쟁 영화제로 시작했다. 지금도 부산은 부분 경쟁을 도입한 비경쟁 영화제다. 경쟁부문에선 순위를 가리지 않으며, 상금은 감사와 격려의 의미를 띤다. 나아가 영화제가 수평적 질서를 지향하는 건 어떤 모양새일까 생각했을 때, 완성된 영화의 질을 따지고 논하는 것이 담론의 중심이 아니라 영화를 만드는 과정의 즐거움과 배움으로 담론의 중심을 옮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미학적 가치를 고민하는 일은 영원히 중요한 작업으로 남아 있을 테지만 영화제가 영화 만들기의 즐거움과 배움을 확산시키는 거점 역할을 수행하는 것도 의미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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