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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상 3층에서 지하 3층으로... 최악의 환승역 (10.12)
    쓴 기사/기고 2014. 10. 16. 02:49



    [오마이뉴스 고동완 기자]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47&aid=0002070658

    평소 빠른 걸음걸이로 종종 동행한 사람을 당황하게 하던 기자도 5분이 걸렸다. 4호선과 7호선이 교차하는 노원역에서 환승하는 데 걸린 시간이다. 노원 토박이 겸 거주민인 기자로선 이 같은 긴 환승에 익숙하지만, 노원역은 사람들에게 환승하는 데 악명 높은 역으로 정평이 나 있다.

    ▲  4호선과 7호선을 잇는 노원역 환승통로 모습이다. 환승을 위해선 여기서 200m 이상을 걸어야 한다.
    ⓒ 고동완


    교통안전공단이 지난 9월 4일 지하철 환승역 103곳을 대상으로 환승 서비스를 평가한 결과, 환승이 가장 불편한 역으로 노원역이 꼽혔다. 정거장에 도달하기까지 환승 거리만 최소 312m가 넘는 탓이다.

    노원역 4호선은 지상 3층, 7호선은 지하 3층에 자리 잡고 있다. 환승하려면 무려 6층을 오가야 하는 셈이다. 이런 환승 구조가 어떻게, 왜 탄생하게 됐을까. 

    지형 여건 때문에 고가로 건설된 노원역

    지난 1985년 4호선 노원역은 지하가 아닌 고가로 지어졌다. 당시 노원역뿐 아니라 창동~상계 구간도 고가로 건립됐다. 해당 구간에서 창동역 다음 역이자 상계역 전 역이 노원역이다. 이들 역이 고가로 지어진 데 대해선 철도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거주민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대표로 거론되는 주장 중 하나는 창동~상계 노선이 지어질 시점, 주변이 허허벌판이라 굳이 지하로 건립할 필요성을 못 느꼈으리라는 것과 창동역 근처 지상에 차량 기지를 지으면서 편의상 창동역과 노원역, 상계역을 고가로 지었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실제 노선이 건립된 1980년대 노원은 드넓은 마들평야가 펼쳐진 한적한 시골이었다. 또 창동~상계 구간에서 창동 차량기지로 열차가 드나들 수 있도록 이른바 '입출고' 선로가 고가로 뻗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  가까이 창동차량기지와 멀리 노원역과 상계역 모습이 보인다. 1985년 완공 이후 무렵 사진이다. 차량기지와 역사, 둘러싼 산을 빼고 나면 황량하다.
    ⓒ 서울메트로


    ▲  1985년 전후 중랑천을 고가로 지나는 4호선 모습이다. 1시 방향은 현재의 창동차량기지다. 사진의 중앙을 관통하는 것이 4호선 지상 구간이다.
    ⓒ 서울시 항공사진 서비스


    그런데 서울지하철공사(현 서울메트로)가 지난 1987년 펴낸 <서울지하철 3·4호선 건설지>를 들여다보면 노원역이 왜 고가로 건설됐는지 그 이유가 명확해진다. 건설지 455쪽에 짤막이 "지형여건 상 고가로 시공했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지형적 상황이 창동~상계 구간을 고가 건설로 유도했을까.

    이와 관련 미래철도DB 운영자이자 교통평론가 한우진씨는 지난 7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지하로 지을 경우, 중랑천 범람 시 창동 차량기지 입출 고선을 통해 물이 흘러들어와 본선의 침수 위험이 있다"며 "지금은 중랑천 양옆이 잘 정비되어 있지만, 예전엔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만 해도 기술이 부족해 강폭이 조금만 길어져도 공사에 부담이 생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창동역을 지나 노원역에 가려면 중랑천을 건너야만 한다. 2002년도 펴낸 <서울지하철 7호선 건설지> 상편 650쪽에는 1990년대 7호선 노원역 건설 당시에도 인근에 흐르는 중랑천으로 인해 지하수의 용출이 많아 물을 빼내고 막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기록돼 있다. 

    환승 길이가 늘어난 또 다른 이유

    ▲  현재 노원역 사거리 모습이다. 교통 요충지인 사거리에 7호선 노원역이 위치해 있으며, 4호선 노원역(고가 철도에서 파란 지붕)은 대각선 방향에 위치해 있다.
    ⓒ 서울시 항공사진 서비스


    이런 이유로 4호선 노원역은 고가로 지어졌고, 이에 따라 1996년 지하로 건설된 7호선과의 환승 구간 길이도 늘어나게 됐다. 그러나 단순히 지상과 지하를 오간다는 이유만으로 환승이 가장 불편한 역이란 오명을 얻었을까. 만일 지상과 지하 역이 유사한 지점에서 교차한다면 환승 길이가 대폭 줄어들 수 있다. 노원역은 그렇지 못했다.

    4호선 노원역은 노원 사거리 한복판에 있는 7호선 노원역과 대각선으로 동떨어진 곳에 있다. 7호선 노원역은 사거리 중앙의 상업시설이 밀집한 곳에 있으나 4호선은 그곳에서 직각으로 떨어져 4차선 위에 위치해 있다. 그 때문에 환승을 위해선 지상에 설치된 약 300m에 달하는 환승 통로를 지나야만 한다. 수직으로 보자면 지상 3층과 지하 3층을 에스컬레이터와 계단의 힘을 빌려 오가야 하니 환승 길이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  1985년 전후 동일 지역 사진이다. 당시 개발 전이라 사거리 흔적 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4호선 노원역의 모습은 보인다. 노원역 주변에 주거 시설이 밀집돼 있었음을 알 수 있다.
    ⓒ 서울시 항공사진 서비스


    왜 4호선 노원역은 사거리가 아닌 곳에 있을까. 4호선 노원역이 개통할 1985년 당시 노원엔 사거리가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1985년 항공사진을 살펴보면 노원 일대는 사거리 대신 2차선 도로와 논밭이 펼쳐져 있다. 자연스럽게 지금 사거리와는 무관한 곳에 역이 세워졌다. 지금 사거리는 택지 개발이 한창 진행된 1986년과 1987년 무렵 형성됐다.

    과도한 환승 길이에 대한 문제는 7호선이 착공되고 나서 불거졌다. 1994년 10월 18일 <경향신문> '2기 지하철 환승역 이동거리 너무 멀다' 기사를 보자. 당시 민자당 김형오 의원은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노원역 등 환승 길이가 길 것으로 예측된 역을 예시로 들며 "2기 지하철이 기존 지하철역과 만나는 환승역 33곳 중 이동거리가 100m 넘는 곳이 열여섯 곳에 이른다"면서 "이동거리가 200m 넘는 환승역의 경우 갈아탄다기보다는 1개 정거장을 걸어가야 하는 셈이라 불편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서 2기 지하철은 5~8호선을 일컫는다.

    2기 지하철 건설 무렵 당국도 환승 길이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느꼈던 모양이다. <서울지하철 7호선 건설지> 하편 31쪽에 따르면 "기존 노선(1~4호선)에는 2기 지하철과 환승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는 데다가 2기 지하철은 기존 지하철 하부 통과에 따라 심도가 깊어져 환승 계획을 정립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환승의 편의성을 도모하기 위해 2기 지하철을 지으면서 당시 계획한 3기 지하철(9~12호선)의 환승을 고려했다. 6호선 고려대역의 경우 12호선 환승을 대비해 또 다른 승강장을 추가로 만들어 놨다. 그러나 IMF가 터지고 3기 지하철 중 10~12호선 계획이 사실상 폐기되면서 만들어 놓은 승강장도 무용지물이 돼 버리고 말았다.

    정치적 이슈로 떠올랐던 '지하화'

    한편으로 노원역은 선거 때마다 후보들이 내놓은 '지하화 공약'인 정치적 이슈로 떠올랐다. 노원역을 지나는 창동~당고개(상계역에서 1993년 연장) 구간을 지하화해서 인근 주민들의 소음 불편을 해소하는 것은 물론 도시 미관을 개선하고 노원역의 환승 길이를 줄여보겠다는 포석이었다.

    지난 2012년 19대 총선에서 노원 병에 출마한 새누리당 허준영 후보는 '편리한 생활환경' 공약으로 창동~당고개 구간의 지하화를 내걸었다. 현 김성환 노원구청장 역시 "상계 3, 4동 뉴타운 복판에 지상철을 그대로 둘 순 없다"며 지상 구간을 지하화하겠단 공약을 내놨다.

    ▲  1980년대 후반 노원역 주변 모습이다. 당시 택지 개발이 일부 완료되면서 아파트가 대량 공급되고, 상업 시설도 들어섰다.
    ⓒ 서울메트로


    ▲  바깥에서 본 노원역 환승통로
    ⓒ 위키백과


    한때 창동~당고개 지하화 서명도 진행됐던 적이 있다. 창동에 거주하는 이승환씨는 6일 "창문을 열면 4호선 선로가 보이는데, 지하철 소음 때문에 TV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시끄럽다"며 "그 때문에 아파트에서 한 때 입주민들을 상대로 지하화 서명을 받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하화는 실현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노원구는 이미 2010년 1억 3천여만 원의 용역비를 들여 기존 고가 노선의 지하화를 검토했으나 현재는 중단된 상태다. 천문학적 비용이 문제다. 2010년 기준 노원구가 밝힌 1km를 지하화하는 데 소요되는 추정 비용만 1300억 원에 달한다. 창동~당고개 구간은 총 5.88km로, 지하화하려면 최소 잡아도 6천억 원 이상이 들어가는 셈이다.

    이뿐 아니라 이미 창동역에는 민자 역사가 세워지고 있으며, 당고개역에서 경기도 남양주 진접까지 2020년 개통을 목표로 연장이 확정돼 추진 중이다. 노원구청 관계자는 "창동~당고개 구간뿐 아니라 전철이 이어 지나게 될 진접 노선도 같이 지하화해야 하는데, 들어갈 예산만 1조 원이 넘는다"며 "사업 타당성 조사 결과 지하화 추진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로써 노원역은 환승이 가장 불편한 역이라는 오명을 벗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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