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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졸업해도 오지 않는 앨범... 학생들만 당했다 (10.21)
    쓴 기사/기고 2014. 10. 24. 00:02

    [오마이뉴스 고동완 기자]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47&aid=0002071577

    "졸업연주회는 두 번 다시 할 수 없습니다. 저에겐 대학 시절 가장 중요한 행사였는데, 결국 망쳤습니다. 절실한 심정으로 졸업연주회 앨범을 받고 싶습니다." 

    서울과 경기도 소재 음대 졸업생 수백 명이 앨범 제작 업체와 계약한 지 1년 넘도록 졸업연주회 앨범을 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피해가 확인된 학교는 가천대와 건국대, 경희대, 단국대, 서울대 등 15개교에 달한다. 이와 관련 지난 5월 경찰이 수사에 나서 사건은 검찰로 송치됐지만, 올 1학기 한 사범대 음악교육과에서 같은 피해가 또 다시 발생한 상황이다. 곧 있을 졸업연주회를 앞두고, 피해 확산이 우려된다.

    이화여대의 경우 관현악과, 성악과 등 3개 학과가 I업체와 앨범 납품을 계약했으며 관현악과는 계약 비용으로 해당 업체에 1070만 원을 지불했다. 또 동덕여대 관현악과는 총 745만 원을, 서경대 성악과는 140만 원을 냈다. 앨범 1장당 가격은 20만~30만 원대로, 현재 피해가 확인된 15개교를 종합하면 피해 금액은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피해가 확산된 배경은 무엇일까. I업체는 계약 불이행과 관련한 소문이 돌자 업체명을 바꾸는 방식 등으로 의심을 품은 학생들을 안심시켰다. 

    간판 바꿔단 납품 업체, 계약 허점 파고들어


    ▲  해당 I업체 홍보물에 담긴 자사 스튜디오에 관한 소개 내용 중 일부다.
    ⓒ I업체 홍보물 갈무리




    I업체가 학생들에게 배부 홍보물에 따르면 "2011년부터 (자신들을) 사칭한 업체가 작년 10월에 촬영한 이후 7월이 다 되어가는 시점까지 앨범을 만들어주지 않아 학생들로부터 고소를 받았다"고 기술돼 있다. 그런데 사칭 업체는 다름 아닌 I업체다.

    확인 결과 I업체 대표 강아무개씨는 2010년엔 '스튜디오 IOO'로 영업하다가 회사를 접고, 2013년 9월 무렵이 되자 종전 '스튜디오'는 빼고 'IOO'에다 '엔터테인먼트'를 상호명으로 더해 영업을 했다. 

    I업체는 또 법률적 지식이 부족한 학생들이 관례적으로 계약서 없이 계약을 체결한다는 점을 악용, 문자 메시지나 구두로 계약을 진행한 이후 앨범 납품을 미뤘을 뿐 아니라 선금까지 받아 챙겼다. 

    동덕여대 졸업생 A씨는 "전에 해왔던 대로 계약서 작성 없이 구두로 계약했다"며 "선금으로 1인당 10만 원씩 계좌이체로 지급했다"고 말했다. A씨는 I업체로부터 늦어도 지난 12월에 앨범을 받기로 돼 있었으나 아직 받지 못했다. 

    동덕여대 관현악과는 촬영 시작 전 8월 12일부터 22일까지 3차에 걸쳐 총 270만 원을 선금으로 납부했다. I업체는 "촬영 전에 계약금 50%를 받는다"고 미리 학생 측에 보내왔다. 학생들은 돈을 보내기 전 미심쩍어 했으나 I업체가 주소를 상세히 말해주는 등 믿고 선금을 보냈다.

    ▲  I업체 대표와 피해 학생 간 문자 기록이다. 앨범 납품을 요구하는 피해 학생 말에 폰이 초기화됐다는 황당한 답변이 돌아온다.
    ⓒ 피해 학생 제공


    I업체는 자신들이 타사보다 앨범을 우수하게 만든다는 점을 주로 홍보했다. I업체는 학교를 찾아 학생들에게 경쟁업체 대비 앨범 품질과 가격 면의 우수성을 알리고, 학생들 투표를 통해 납품 업체로 선정됐다. 

    한양대를 졸업한 B씨는 "졸업연주회 무렵에 스튜디오 업체들이 작품을 유치하려고 학교로 온다"며 "당시 업체 두 곳에서 왔는데 품질이 상대적으로 괜찮아 보였던 I업체를 택했다"고 말했다. B씨 또한 2011년 I업체와 계약했으나 3년이 다되도록 앨범을 받지 못하고 있다.

    계약서 작성해도 약속 파기

    올 3월 피해 학교 학생들이 경찰서에 사건을 접수하자 I업체 강 대표는 피해 학생들에게 연락해 계약서 작성을 요청했다. 계약서에 명시된 기간 안에 납품을 해주겠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대표 처벌보다는 앨범 받는 것을 우선 고려함에 따라 5월과 6월까지 납품을 완료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계약서 작성에 합의했다. 

    그러나 I업체는 계약서를 작성하고도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납품이 확인된 학교는 상명대 관현악과, 한양대 피아노과 등 3개교에 불과하다. 피해 학생들은 I업체 강 대표에게 수시로 연락을 시도했으나 강 대표는 "회사 사정으로 지급이 미뤄지고 있다"고 차일피일 납품을 미루더니 현재는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  경찰에 사건이 접수되자 I업체는 피해 학교 대표와 6월 30일까지 앨범 납품을 하겠다는 계약서를 작성한다. 그러나 6월에서 한참 지난 지금도 피해 학생 대다수는 앨범을 받지 못하고 있다.
    ⓒ 피해 학생 제공


    이화여대 휴학생 홍지원씨는 "강 대표와 납품을 약속한 학교 학생들과는 연락이 안 된다"며 "음대생 특성상 졸업 이후 대학원이나 유학 준비로 바빠 피해자들이 모일 기회도 적은 상황"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화여대는 사전에 스튜디오를 방문하고, 계약서를 작성했으나 I업체에서 계약을 불이행했다.

    피해 학생들은 앨범을 못 받게 되면서 부수적인 피해까지 떠안았다. 앨범 촬영을 위해 들어간 의상, 메이크업 비용을 합하면 피해 학생이 연주회 당일 부담한 비용은 훌쩍 올라간다. 지난해 I업체와 계약하고 피해 본 국민대 졸업생 C씨는 "사진 촬영 시 메이크업을 하고, 머리도 손질해야 한다"며 "연주회날 의상 대여비 등 각종 부대비용만 80만 원 가까이 들어갔다"고 말했다.

    촬영한 사진에 대한 사후 관리도 엉망이었다. 사진을 받은 학생이 보정 요청을 하면 그에 따라 사진 수정이 들어가야 하지만, I업체는 이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한편 이 사건은 서울동부검찰청이 수사중인 가운데, I업체 강 대표가 10월 21일 S대 성악과에서 졸업연주회 앨범 홍보를 하고 다녀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에도 종전 I업체 이름과 다른 새로운 상호명으로 영업 중이었다. S대 성악과 D씨는 "업체에서 프로필 사진 촬영과 졸업 연주 리허설 촬영, 앨범 제작 등 패키지로 20만원씩 받겠다고 홍보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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