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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 대하여'와 '장손'영화 2024. 9. 15. 00:47
'딸에 대하여'는 최근 개복장 중 만듦새가 좋은 영화임에는 분명하다. 다만 극 중 노년이 위치하는 지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노년은 수발의 대상으로 그려지는데, 늙으면 몸과 정신이 쇠한다는 노년의 전형성을 파괴하는 순간 극의 스토리 역시 파괴되는 한계를 지니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노년의 전형성은 스테레오타입이지만 이를 답습하지 않으면 어머니와 딸에 관한 이야기의 추동력은 상실하고 마는 것이다. 이는 노년의 전형성을 고스란히 따라가지는 않는 '장손'과는 대비되는 지점이라 할 수 있다. 육체와 정신이 쇠해보이는 것은 맞지만 그것을 전부로 그리지는 않는다. 그리고 육체와 정신이 쇠하지 않더라도 이야기는 추동된다. 예측 불가능성과 불규칙, 불편함이 언제든 잡입할 틈이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딸에 대하여'는 그러한 틈을 허용하지 않는다. 완결성, 정결함에 초점을 둔 나머지, 이음새는 매끄럽지만 하부 구조의 허약성이 느껴지는 것이다. 나이 들면 쇠한다는 전형성을 반복하지 않고, 완결성과 정결함에 집착하지 않더라도 추동력을 잃지 않는 영화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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