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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일보] 현실정치에 실망한 시청자 ‘정도전의 爲民政治’에 열광
    생각/출연 2014. 3. 20. 23:38




    [동아일보]

    주말극 강자 ‘정도전’을 통해 본 정통사극의 변화

    KBS1 사극 ‘정도전’은 꽤 오랜만에 주목받는 정통사극이다.

    최근 몇 년간 정통사극은 높은 제작비에 비해 시청률은 높지 않아 방송사에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다. 지난해 6월 종영한 KBS1 ‘대왕의 꿈’은 시청률 12%에서 시작했지만 지속적으로 인기가 떨어져 70부작 평균 시청률이 10%를 겨우 넘겼다. 반면 10% 남짓한 시청률에서 시작한 ‘정도전’은 방송 두 달 만에 16%가 넘는 시청률로 동시간대 1, 2위를 기록 중이다. 앞으로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 고려 멸망, 조선 건국 같은 굵직한 사건이 남아 있어 ‘정도전’의 시청률은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다.

    ‘정도전’은 시대 배경이 ‘용의 눈물’(1996∼1998년)과 겹친다. 하지만 조선의 태조와 태종이 되는 이성계와 이방원이 주인공이었던 ‘용의 눈물’과 달리 정치 엘리트인 정도전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MBC도 비슷한 시기에 정도전을 내세운 사극 ‘파천황’을 준비했다가 제작을 잠정 연기한 바 있다.

    신병주 건국대 사학과 교수는 요즘 정도전이 주목받는 이유에 대해 “정도전은 여말선초의 혁명가이자 실천가로서 조선을 지탱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면서 “이론적으로 치밀한 준비를 통해 개혁을 단행했고, 백성을 위한 정치를 구상했다는 점에서 현대정치의 본보기, 현대적 영웅으로서 부각시킬 수 있는 면이 많다”고 설명했다. 



    ‘정도전’(위 사진)은 정치적 혼란기인 고려 말부터 조선 초를 배경으로 한다. 이 시기가 사극에서 다뤄지기 시작한 것은 ‘용의 눈물’(아래 사진) 이후부터. 전문가들은 당시와 지금의 정치현실의 유사성이 두 작품의 인기 비결이라고 분석했다. ‘용의 눈물’은 이성계와 이방원을 중심으로 권력과 인생에 포커스를 맞췄고, ‘정도전’은 정치엘리트를 중심으로 정치 질서를 짜는 과정에 무게를 뒀다. 동아일보DB


    정치 드라마의 성격이 강한 점도 ‘정도전’이 인기를 끄는 요인으로 꼽힌다. 집필자인 정현민 작가는 10년간 국회의원 보좌관을 지낸 바 있다. 고려 말 권문세가인 이인임이 주인공 못지않은 인기를 얻는 이유도 그가 단순한 악역이 아닌 정치 고수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보수와 진보의 갈등처럼 이 드라마엔 현실 정치를 이입해 볼 요소가 많다 보니 더 인기를 얻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 덕분에 KBS1의 대하사극은 장년층 이상 남성들이 주로 보지만 ‘정도전’은 20∼40대 남성들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1, 2회와 최근 21, 22회 방송의 시청률은 △20대 남성이 0.6%에서 2.3% △30대 남성은 1.5%에서 3.3% △40대 남성은 4.9%에서 8.9%로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정도전’의 김형일 KBS CP는 “급진개혁파 정도전과 수구파 이인임, 그 사이의 보수파 최영과 온건개혁파 정몽주 식으로 정도전과 주변 인물을 통해 국가와 정치를 바라보는 다양한 이념과 갈등을 조명하고자 한다”면서 “정치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할지에 대해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지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정도전’ 이전의 사극들도 당대의 관심사를 반영해왔다. 대중문화평론가인 이영미 성공회대 초빙교수가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왕과 대통령이 나오는 드라마를 분석한 논문 ‘텔레비전 드라마의 왕·대통령 재현, 그 흐름과 의미’에 따르면 1960∼70년대 충의효열(忠義孝烈)을 강조했던 사극은 민주주의가 정착된 1990년대 이후에는 ‘용의 눈물’처럼 권력욕을 가진 개인을 탐구하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2000년대 이후에는 정조 시대를 다룬 ‘이산’(2007∼2008년)처럼 왕을 불안한 권력자로 묘사한 작품도 증가했다. 이 교수는 “참여정부 출범을 전후한 시기부터 사극 속 왕은 기득권 세력에 의해 암살당하거나 치명적 몰락을 당할 수 있는 불안한 존재로 그려진다”고 분석했다. 2000년 이후에는 여권 신장세를 반영하듯 ‘선덕여왕’(2009년)이나 ‘인수대비’(2011∼2012년)처럼 여성 권력자를 조명한 작품도 나왔다. 

    구가인 comedy9@donga.com·박훈상 기자

    ▼ “역대 최고의 사극은 용의 눈물” 35% ▼


    ‘사극 마니아’ 194명 설문

    사극 마니아들이 역대 최고의 사극으로 꼽은 작품은? ‘용의 눈물’이다.

    본보가 최근 네이버 ‘대하사극 매니아 카페’ 회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주관식 설문에 응한 194명 중 68명(35%)이 ‘용의 눈물’을 최고작으로 평가했다. ‘태조왕건’과 ‘정도전’이 각각 20표(10%)를 얻어 공동 2위를 차지했고, 4위가 ‘대조영’(8%), 5위는 ‘불멸의 이순신’(7%)이었다. 고려나 조선 건국 같은 격변의 시기를 배경으로 한 사극이 인기를 끌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1년간 방영된 사극 중 최고작을 묻는 질문에는 194명 중 162명이 ‘정도전’(84%)을 꼽았다. 카페의 운영자인 고동완 씨는 “‘정도전’은 오랜만의 정통 사극인 데다 세트와 소품 등에 대한 고증도 잘돼 있다는 평가가 많다”고 전했다. 반면 최근 1년간 방영된 사극 중 최악의 사극으로는 절반이 넘는 응답자(53%)가 역사왜곡 논란이 불거졌던 MBC ‘기황후’를 지목했다. 응답자들은 국내 사극의 문제점으로 ‘불충분한 역사적 고증’(48%) ‘제작투자 미흡’(18%) ‘엉성한 스토리’(14%)를 지적했다.

    역대 최고의 남녀 사극 배우로는 유동근(43%)과 채시라(21%)가 꼽혔다. 유동근은 ‘용의 눈물’의 이방원, ‘정도전’의 이성계 역을 비롯해 ‘연개소문’ ‘조광조’ 등 여러 사극에서 주연을 맡았다. 남자 배우의 경우 ‘태조왕건’ ‘대조영’ ‘해신’의 최수종(22%)이 2위를 차지했고, ‘불멸의 이순신’에 나왔던 김명민(5%)이 3위, 서인석(4%)과 박영규(3%)가 4, 5위를 기록했다.

    여배우의 경우 ‘인수대비’ ‘천추태후’ ‘왕과 비’에서 주인공으로 나왔던 채시라에 이어 최명길(16%) 전인화(8%) 하지원(5%) 고현정(5%)이 5위권에 들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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