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왜 애 안 지웠어?"...남편 있는 척 사는 여성들 (7.19)
    쓴 기사/기고 2014. 8. 4. 19:26

    [오마이뉴스 고동완 기자]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13937

    ▲  미혼모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미쓰 마마> 한 장면.
    ⓒ JIFF


    보건복지부 추산으로만 우리나라에서 한 해 17만 건의 낙태가 시술되고 있다(2010년 기준). 그 중 20대 여성의 낙태 선택 비율은 전체 낙태의 40%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신경림 이화여대 건강과학대학 교수팀이 전국 대학생 남녀 6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의 결과에 따르면, 성관계를 경험한 1979명 중 9.4%가 임신을 했거나 임신을 시킨 적이 있다고 답했는데, 낙태를 선택했다는 응답은 무려 78%에 달했다. 정확한 공식통계는 없으나 임신한 20대 미혼 여성들 대다수는 출산보다는 낙태를 선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20대 미혼 여성의 낙태에 대해 심상덕 원장(진오비 산부인과)은 "미혼 여성의 다수는 아무래도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보니 낙태의 유혹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민우회 정슬아 활동가도 "임신중절 관련 상담을 받는 20대 중에는 남자친구와 관계가 중단돼 헤어졌거나 당장 결혼을 할 수가 없는 상황에 처한 경우가 많았다"며 "학교나 직장에 갓 들어온 상태에서 출산을 하면 삶이 전반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고 판단한 대학생들이 주로 낙태 관련 상담을 해왔다"고 말했다.

    출산 택하면 당장 먹고 살 길 막막

    실제 출산을 결심하고 아이를 낳은 20대 미혼모는 학업을 이어나가지 못하고 취업 준비에 전념할 수 없어 경제력을 상실하게 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이미정 박사가 2009년에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월 소득 기준으로 미혼모의 21.8%가 소득이 전혀 없으며 43.5%가 50만 원 이하로 생활하고 있었다. 

    이 박사는 이 통계에 대해 "엄마의 손길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라 미혼모뿐 아니라 모든 여성이 경제활동의 위축을 맞이할 시점이지만, 20대 미혼모의 경우는 주변 지원이 열악하기 때문에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24세 이하 미혼모에게 아동양육비 명목으로 월 15만 원을 지급하고 있으나 생계유지도 벅찬 미혼모에겐 턱 없이 낮은 지원금이다.

    ▲  우리나라의 경우 미혼모가 정부로부터 받는 지원금은 24세 이하는 매월 15만원, 24세 이상은 7만원뿐이다. 지원금 이외에도 자녀 양육의 조건만으로 수당과 육아휴직 등을 제공하는 프랑스의 지원 정책과 비교하면 턱 없이 부족하다.
    ⓒ 고동완


    자립기반이 약한 20대 미혼모는 부모와 불화가 생겨 지원을 받지 못하거나 아이 아버지가 연락을 끊고 행방불명돼 어려움에 처한 경우가 부지기수다. 6개월 된 아이를 기르고 있는 미혼모 A씨(21)도 부모와 아이 아버지가 연락을 끊어 육아를 혼자 맡고 있다. 

    A씨는 "수급자라 국가로부터 월 60만 원 정도를 보조받고 있지만, 주변 지원이 끊긴 상황에서 그 액수로 아이를 기르기엔 역부족"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이 옷 한 벌 사는데도 2만~3만원이 들고, 아이를 위해 소모되는 용품만 해도 액수가 적지 않아 경제적 지원을 좀 더 늘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학적을 두고 있는 미혼모의 경우, 학업을 병행하면서 아이를 길러야 하는 처지에서 시급이 낮은 아르바이트로 연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학비를 보조하기도 벅차, 졸업 하겠다는 생각은 잠시 접고 휴학의 길을 택한다. 학점 관리도 버거운 상황에서 자기계발을 위한 시간을 확보한다는 것은 사치다. 취업 기반을 닦기 위한 '인턴'과 '어학연수'도 말 그대로 '희망 사항'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졸업 이후 제대로 된 직장을 자력으로 잡는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현재 전국에서 주거 및 의료 지원으로 자녀양육을 지원해 주는 미혼모 지원 시설은 33개 정도다. 시설 관계자는 "수용하고 있는 미혼모의 대부분은 자기 거처가 마련돼 있지 않거나 경제적 능력이 없는 20대이다. 훈련과 지원을 받으며 지낼 수 있는 시설이 현재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미혼모자시설 입소자 중 가장 많은 연령대가 20대다. 그 다음이 10대와 30대다.
    ⓒ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백재현 민주당 의원 자료


    문제는 총 시설 수의 절반에 가까운 16개에 달하는 미혼모 시설이 폐쇄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2012년 4월 개정된 '한부모가족지원법'에 따르면 입양기관이 운영하는 미혼모 시설은 오는 2015년부터 문을 닫아야 한다. 입양기관이 미혼모를 상대로 입양을 종용할 우려가 있다는 게 법안 개정의 이유다. 

    정부에서 미혼모 시설을 확충해야 하지만, 지난해 정부 예산안은 물론이고 추경 예산안에서도 미혼모 시설의 확충과 관련된 예산은 빠졌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현재 정부의 미혼모 지원 수준이 높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미혼모 지원을 위한 정책적 과제가 남아있음을 인정했다.

    "미혼모 차별금지법 만들어야" 

    "아이가 뱃속에 있는 상태에서 미혼모가 될 거라고 지인들에게 당당히 말하면, 왜 안 지웠냐는 말을 대놓고 듣는 경우가 많았다. 밖에 나가면 없는 말로 남편이 있는 척 해야 할 때도 있고, 나중에 아이가 내가 겪는 것보다 심한 말을 들을까봐 걱정이다."

    임신 도중은 물론이고, 아이를 낳은 후에도 주변 사람들의 말로 상처를 받은 미혼모 B씨(20)의 얘기다.

    미혼인 상태에서 임신한 대학생은 '학습권' 침해를 경험하기도 한다. 실제로 서울 모 대학에 재학 중인 C씨는 서글픈 일을 경험했다. 임신을 한 C씨가 교수로부터 자퇴를 권고 받은 것이다. C씨는 "전공교수 눈 밖에 나면 성적을 제대로 받기가 힘들어 학교를 다니나 마나한 상황"이라며 "학교로부터 성적 부여는 교수 재량권이므로 어쩔 수 없다는 얘기를 들어야만 했다"고 말했다.

    20대 미혼모는 구직 과정 또는 회사 내에서 보이지 않는 차별로 경제적 자립의 중요 수단인 노동을 포기하기도 한다. 이미정 박사는 "면접 도중 가족사항을 얘기하다가 미혼모라는 걸 면접관이 알면 태도가 바뀌는 경우가 있다"면서 "주위 동료들 시선 때문에 본인이 직접 그만 두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미혼모라고 직장에서 강제로 퇴사를 당하진 않지만, 권고사직을 제안 받거나 사람들의 수군거림과 부정적인 시선으로 인해 직장을 그만두는 것이다.

    지난 2011년, 월드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중 89.4%가 미혼모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혼모를 향한 사회의 부정적 이미지를 줄일 수 있도록 국민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나, 이에 대한 뾰족한 묘안이 현재까지 없는 실정이다.

    ▲  2013.9.25 KBS 9시 뉴스에서 미혼모를 향한 편견을 보완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는 장면이다. 그러나 대책이 마련되고 있는 것인지, 1년이 지났지만 오리무중이다.
    ⓒ KBS


    심상덕 원장은 "장애인 차별 금지법처럼 미혼모 차별 금지법을 만들어야 한다"며 "사회적인 인식이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제도적 뒷받침이 사실상 없다"고 지적했다. 

    제도 개선뿐 아니라 사회적 관심도 필요하다. 미혼모가족협회 목경화 대표는 "대학교 1학년 미혼모의 사례가 있는데, 학생을 가르친 교수가 필요하다면 휴학계를 2년 연속으로 해줄 수 있고, 애를 학교에 데리고 나오면 봐주겠다고 했다. 격려 받은 대학생은 휴학을 하고 아이를 열심히 잘 기르고 있다"며 따뜻한 관심과 애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