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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대문 한가운데서... 길이 끊겼다 (8.14)
    쓴 기사/기고 2014. 8. 31. 19:31

    [오마이뉴스 고동완 기자]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22920


    안전에 대한 관심이 커져가는 분위기와 달리 시각장애인의 안전은 제자리걸음이다. 지난 7월 말, 시각장애인의 안전 보행을 위한 필수 버팀목인 점자블록을 서울 동대문과 중구 등 도심 일대에서 살펴본 결과, 엉망인 곳이 적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점자블록이 미비하거나 관리 소홀로 제 역할을 못할 경우 길 잃은 시각장애인은 방황하다 자칫 장애물에 부딪치거나 차도로 가는 등 안전사고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

    점자블록 위에 노점상이... 찾기 어려운 점자블록

    동대문 하루 유동 인구는 60만 명(서울시 집계)에 달하지만 시각장애인이 마음 놓고 다닐 곳은 마땅치 않다.

    동대문 맞은 편 동문 시장 주변에는 잡화류나 먹을거리 등을 취급하는 노점상이 영업 중이다. 문제는 노점상이 일반 보도블록뿐 아니라 점자블록 위에도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노점상들이 영업을 위해 내놓은 집기들과 관광객들의 발길로 인해 점자블록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에 대해 관할 구청인 종로구 건설관리팀 관계자는 지난 1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노점의 위치를 점자블록이 아닌 앞이나 뒤로 이동하도록 시정하겠다"고 말했다. 시정 기간이 얼마나 걸리겠느냐고 묻자, "위치를 바꿔야하는 노점 수를 현장에서 파악해야 확답을 내릴 수 있다"고 답했다.


    ▲  동대문을 찾은 관광객들이 점자블록 위에서 물건을 살펴보는 모습
    ⓒ 고동완


    최근 완공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는 어떨까. 사람들이 오가는 일반 보도에선 버스 승차장 부근과 계단을 제외하곤 점자블록을 찾기가 어려웠다. 또 보도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 표식 없이 여러 국기가 설치돼 있어, 무심코 지나다 국기대에 부딪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보도 구역에서 국기대는 있으나 점자블록은 어디에도 찾아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 고동완


    동대문 바로 앞 횡단보도 진입부에선 점자블록을 아예 찾아볼 수 없다. 국토교통부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 시행 규칙 제2조 제1항 이동편의시설의 구조·재질 등에 관한 세부기준에 따르면 횡단보도 진입부에는 점자블록을 설치하도록 돼 있으나 해당 보도는 2008년 동대문 녹지 광장 조성 이후 방치돼 왔다.

    ▲  동대문 맞은 편 횡단보도 진입부에 점자블록이 설치가 되지 않은 현장
    ⓒ 고동완


    그뿐 아니다. 동대문을 지나 중구 동호로 CJ 사옥 앞 보도에는 점자블록이 끊긴 대신 자전거도로가 설치돼 있다. 


    ▲  점자블록 바로 앞에 자전거도로가 있어 안전 사고의 위험이 존재한다.
    ⓒ 고동완


    충무로역 인근 보도에는 동대문 시장 주변처럼 노점상이 점자블록을 점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은 거리에 이제는 지하철 배기구가 점자블록을 막아섰다. 

    ▲  충무로역 인근 지하철 배기구로 인해 점자블록이 끊긴 모습
    ⓒ 고동완


    중구청 도로시설과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점진적으로 고쳐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점자블록만 정비하라고 내려온 예산은 별도로 없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보도블록 정비할 때 한 번에 같이 정비하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보도블록이 정비되기 전까진 규격 미달인 점자블록이 방치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이 관계자는 "동시다발적으로 공사를 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민원이 들어올 경우에 우선 공사를 시행하고 있다"고 했다.

    "민원 접수해야 대응... 수동적인 자세 벗어나야"

    배기구에서 도보로 6~7분 거리, 한 프랜차이즈 피자집은 배달용 오토바이 2대를 점자블록에다 주차해 놓고 있었다. 전방에 차도가 있음을 알려주는 점자블록 바로 앞에서는 포장마차가 영업을 하기도 한다. 해가 저물 때쯤 되면 종로구 공평동 인근에선 길거리 포장마차가 들어서는데, 해당 위치는 보도와 인접한 점자블록 앞이다.

    ▲  중구의 한 피자집 앞 점자블록에 배달 오토바이가 주차돼 있는 상황
    ⓒ 고동완


    ▲  공평동 인근 점자블록 바로 맞은 편에서 포장마차가 설치되는 현장
    ⓒ 고동완


    재작년 7월 완공한 종로구 청진동 시그나타워(구 스테이트타워) 주변 역시 시각장애인에 대한 배려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타워 주변의 용지에 속한 횡단보도 진입부에서는 점자블록이 없다. 

    ▲  중구 시그너타워(구 스테이트타워) 인근 횡단보도 진입부에서 점자블록이 실종된 모습
    ⓒ 고동완


    서울시가 배포한 보도공사 설계시공 매뉴얼에 따르면 점자블록은 횡단보도의 양단에 반드시 설치토록 기술해놓고 있다.

    ▲  서울시가 지난해 3월 발행, 배포한 보도공사 설계시공 매뉴얼 79페이지에 있는 점자블록의 잘못된 시공 예이다. 서울 도심뿐 아니라 도처에는 점자블록이 엉망인 경우가 적지 않다.
    ⓒ 고동완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편의증진센터 이진원 팀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관할 자치단체에 민원이 접수되지 않으면 문제의 상태로 계속 유지된다"며 "시각장애인은 교통약자이면서 문제를 피력하는 것이 역부족이다 보니 민원 제기가 적을 수밖에 없어, 문제가 방치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민원 제기에 앞서 사고 예방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나, 실상은 민원이 접수되면 그때서야 대응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 팀장은 "설령 시각장애인이 점자블록에 관한 민원을 제기해도 예산 문제로 시간이 걸린다는 식의 늑장 대응을 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현장 모니터링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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