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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도전>은 왜 100부작이 되지 못했나 (7.21)
    쓴 기사/기고 2014. 8. 4. 19:27

    [오마이뉴스 고동완 기자]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15231

    지난 6월 29일 KBS1 <정도전>이 50부작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대하드라마치고는 짧은 방영 편수였다. 그것도 장편을 고집했던 KBS1에서 말이다. 그간 KBS1에서 방영한 대하드라마의 편수를 살펴보면 96년 방영한 <용의눈물>은 159부작, 새천년을 맞이해 고려 개국 과정을 그린 <태조왕건>은 200부작이었다. 

    ▲  KBS1 대하드라마 <정도전>의 한 장면.
    ⓒ KBS


    또 임진왜란을 다룬 <불멸의 이순신>은 104부작이었고, 고구려 멸망과 발해 건국을 다룬 <대조영>은 134부작이었다. <정도전> 바로 이전 사극이자 태종 무열왕 일대기를 다룬 <대왕의 꿈>은 70부작이었다. 2000년대 들어와 KBS1 대하드라마 중 50부작 내외로 편성된 것은 <정도전>이 처음이다.

    2008년부터 줄어든 방영 편수

    사실 KBS1 대하드라마의 방영 편수가 본격적으로 줄어든 시점은 2008년부터다. 그 대표적 배경에는 막대한 제작비를 조달할 방법을 고심하다 결국 제작비를 감축한 데 있다. KBS1 대하드라마는 수백억 원이 투입되는 컨텐츠로, <대조영> 제작 당시 드라마국 전체 예산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이 대하드라마 제작에 할당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도 그럴 것이 <대조영> 한 편 순제작비는 1억 5천만 원인 데다 배우 출연료를 합하면 한 회당 제작비용은 3억 원에 육박했다. 또 고구려 사극 특성상 시대 고유의 모습을 재현하고자 강원도에 리조트를 소유한 대기업 후원을 받아 수십억 원을 들여 설악 세트장을 건립하기도 했다. 이렇게 도합 총 제작비만 350억 원 이상을 상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조영>뿐 아니라 <불멸의 이순신> 역시 이에 필적할 제작비가 투입된 것으로 전해진다.

    ▲  KBS1 대하드라마 <대조영> 안시성 전투 장면.
    ⓒ KBS1


    문제는 <대조영> 종영 이후 그 해 2007년 KBS 결산에서 270억원 가까이 적자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결국 이듬해부터 제작비 소모가 크면서도 광고 수주가 불가능한 KBS1 대하드라마의 편성을 바꾸기로 정하고, 당시 방영 중이던 <대왕세종>을 광고 유치가 가능한 KBS2로 이동시킨다. 

    그러나 평균 20% 내외였던 드라마 시청률이 이동 이후 14~15%의 저조한 양상을 보인 것은 물론이고, KBS 대하드라마는 공영방송의 보루인데 상업 방송 성격을 띤 KBS2로 이동을 쉽게 결정했다는 반론의 목소리가 각계에서 터져 나왔다. 당장의 적자를 메우는 데 초점을 둔 나머지, 편성 변경은 대하드라마의 주목 빈도를 떨어뜨리는 계기가 됐다.

    또 기존에 수신료로 제작해왔던 KBS1 대하드라마의 공익적 측면을 훼손했다는 여지를 제공해줬다. KBS가 대하드라마를 수익성 창출의 근원으로 생각한다는 인식을 시청자에게 심어주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  1995~2014 KBS1 대하드라마 방영 편수
    ⓒ 고동완


    KBS는 대하드라마를 둘러싼 논란을 의식했는지 <대왕세종> 이후 <천추태후>를 KBS1로 이동, 방영한다. 만 1년도 되지 않아 원래 자리로 환원한 것이다. 이 무렵부터 KBS1 대하드라마의 방영 편수는 줄어드는 양상을 띤다. <대조영>이 134부작이었고, <대왕세종>은 86부작, <천추태후>는 78부작으로 방영 편수가 점차 줄어들었다. <천추태후>의 경우 당초 80부작으로 계획됐으나 2부작을 축소해 종영했다. 본래 100부작이었던 <대조영>이 34부작을 연장한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대조영>의 경우 30% 중후반의 높은 시청률을 구가했으나, <천추태후>는 역사 왜곡 논란에다 긴장감 없는 스토리로 입방아에 오르면서 59화에서 8.5%(TNmS 시청률)의 최저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당시 경제 위기로 방송사들이 앞 다퉈 긴축 재정에 돌입하면서 대하드라마 제작비 감축에 따른 컨텐츠의 질적 하락도 시청자들의 주목을 끌지 못하는 요인이 됐다.

    <천추태후>는 총 제작비로 200억 원이 투입됐으며, 출연료를 제외한 순 제작비는 100억 원 내외일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해 방영됐던 20부작 아이리스의 총 제작비가 200억 원인 것을 상기해보면 제작비가 턱 없이 낮은 셈이다.

    원인에는 재정적 이유가 있어

    KBS는 재정 악화 등을 이유로 <천추태후>를 끝으로 대하드라마 방영을 잠정 중단하고, 이듬해 2010년 재개한다. 재개 당시 KBS1은 대하드라마라기보다는 방영 편수를 확 줄인 미니시리즈 형식의 사극을 방영하기 시작했다. 첫 출사표는 경주 최씨 이야기를 다룬 <명가>이었는데 16부작이었다. 이어 30부작인 <거상 김만덕>, 6.25 특별기획 드라마로 방영된 20부작 <전우>, 우당 이회영 선생을 조망한 5부작 <자유인 이회영>이 차례로 방영됐다. <천추태후> 이전 사극들의 방영 편수와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이들 드라마는 제작비 동결이나 축소 탓에 시청자의 흥미를 끌만한 볼거리 제공에 실패했고, 이야기도 계몽 정도에 머물러 흥행에서 참패한다.

    한편 KBS는 대하드라마의 부활을 꾀하고, 사극의 명가 타이틀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로 2010년 대기획으로써 고구려, 백제, 신라의 명망 있는 군주를 대하드라마로 조망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다. 2010년부터 3년에 걸쳐 광개토태왕과 근초고왕, 태종무열왕의 이야기를 다루겠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드라마로 재조명하기 위해선 충분한 제작비가 뒷받침되어야 하나 그렇지 못했다는 점이다. 근초고왕 방영 당시만 해도 회당 2억 5천만원 내외의 제작비가 투입됐지만 장편 대하드라마치고는 적은 편수인 70부작으로 방영이 됐고, 광개토태왕의 경우 제작 도중 제작비가 삭감되는 일이 빚어졌다. 2012년 KBS가 비용 절감을 이유로 드라마국 전체 예산의 5%를 삭감한 것이 원인이었다. 광개토태왕은 시청률이 20% 내외인 것을 감안, 연장은 했으나 출연료와 미술 제작비는 상승 곡선을 타는데 제작비는 동결이거나 하락 곡선을 타는 상황에서 편수 제작비를 감축했다.

    ▲  1995~2014 KBS1 대하드라마 제작비, 총 제작비는 언론의 보도와 관계자가 직접 밝힌 내용을 종합해 정리했다.
    ⓒ 고동완


    2006년 방영한 <대조영>의 편당 제작비용이 어림잡아 3억 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더라도 무려 4~5년이 지난 대하드라마의 제작비용과 별 차이가 없다는 사실은 대하드라마 제작 환경이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음을 방증한다. 이런 상황은 고스란히 시청자의 불만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시청자들은 눈은 높아지는 데 이전작보다 못한 광경을 봐야했기 때문이다. 태종무열왕 일대기를 다룬 <대왕의 꿈>도 마찬가지였다.

    삼국 군주의 이야기를 다루기 위해선 전투 장면이 필수적이나 해당 장면이 축소되거나 성우 내레이션으로 대체하는 빈도가 높아졌다. 이야기도 늘어진다는 인상을 줬다. 시청률 하락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었다. <대왕의 꿈> 69회 전국 시청률은 8.1%(TNMS 시청률), 삼국 군주를 다룬 대하드라마 중 최저였다. <대왕의 꿈>은 <근초고왕>과 동일한 70부작으로 마무리됐다.

    대하드라마가 침체기에 빠진 것을 주지한 KBS는 대하드라마의 침체를 어떻게 극복할 지에 대한 과제을 안게 됐다. 지난해 말 한 기자회견에서 KBS 이강현 드라마국 국장이 "대하드라마는 공영방송 프로젝트로써, 청소년들에게는 역사 교과서이자 영상 교과서로 남을 수 있는 작품이라 중단 없이 가야하는 실정"이라고 밝힌 것처럼 과제를 회피하고, 대하드라마를 중단하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대하드라마 침체 극복을 위한 전략 "방영 편수를 줄이자"

    우선 KBS는 과제 해결을 위해 스토리의 진부함을 극복하고, 심화된 컨텐츠 경쟁과 외화 사극으로 눈이 높아진 시청자 층에 대응해야 하며 대하드라마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해 젊은 시청 층을 끌어들여야 했다. 결과적으로 택한 전략은 대하드라마의 방영 편수를 더 줄이는 것이었다. 전작 <대왕의 꿈>이 70부작이었다면 차기 대하드라마는 적게는 10부작, 많게는 20부작을 더 줄여야 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50부작 <정도전>이다.

    방영 편수를 줄이게 되면 한정된 총 제작비를 활용해 편당 제작비를 높이는 것이 가능해지고, 컨텐츠 질의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또 스토리가 늘어지는 것을 방지하여 지루함보다는 긴장감을 가미한 스토리 전개가 훨씬 용이해질 뿐더러 미니시리즈에 익숙한 젊은 시청자 층을 끌어올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KBS는 대하드라마의 침체를 방영 편수 축소라는 카드를 꺼내들면서 해결에 나선 것이다.

    ▲  KBS1 대하드라마 <정도전> 개경 전투의 한 장면
    ⓒ KBS


    <정도전>을 연출한 강병택 PD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하드라마를 시청할 후속 세대를 발굴하기 위해 방영 편수를 줄이고, 압축적이고 빠른 전개의 스토리를 구상했음을 밝힌 바 있다.

    <정도전>은 총 제작비 약 109억 원이 투입됐다. 편당 제작비는 약 2억 원 정도인 셈이다. 이전 대하드라마의 총 제작비와 편당 제작비만 비교 해봐도 그리 높지 않은 금액이다. 이런 상황에서 KBS는 대하드라마의 침체기를 막을 사활의 준비를 해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정도전>이 50부작을 택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정도전> 출연진들도 출연료 삭감에 자진 동참했다. 유동근은 티브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정도전> 편성 당시 KBS 대하드라마는 폐지하느냐 마느냐의 기로였음을 밝히면서 "출연료 삭감을 통해 드라마 제작에 동참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고 밝혔다.

    내년 임진왜란 시기 유성룡의 이야기를 그릴 <징비록>도 방영 편수 감축의 기조 하에서 <정도전>보다 장편으로 계획한들 70부작 이하에서 편수가 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KBS 대하드라마는 재정 상황을 이유로 1년에 1편만 제작되는 상황이다.

    대하드라마의 장편 감소는 KBS1만의 일은 아니다. MBC와 SBS 역시 제작비 삭감 등 제작 환경의 위기와 부담으로 장편작을 꺼리는 실정이다. MBC에서 최근 5개년 동안 방영한 대하드라마의 면면을 살펴보면 <마의>는 50부작, 고려 시대를 다룬 <무신>은 56부작, <계백>의 경우 36부작, <김수로>는 32부작 <동이>는 60부작으로 종영했다. MBC의 경우 오래전부터 대하드라마를 편성하는 데 있어서 장편보다는 주로 50부작 내외의 편성을 단행하는 것으로 유명하기는 하다. 다만 SBS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2007년 <왕과 나>가 56부작, 2010년 <대풍수>가 35부작이었지만, 2006년 <연개소문>은 100부작이었다. 또 2001년 <여인천하>의 경우 151부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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